주민협력과 창의의 공간 … 하나의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에 최소 3명 필요

메이커스페이스를 구축하는 공공도서관이 늘고 있다. 이용자들은 비닐커터를 이용해 종이를 잘라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고 3D 프린터를 통해 이름표를 제작한다. '작은 컴퓨터'로 불리는 아두이노(arduino) 보드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코딩으로 제어해 공기청정기를 만들어 사용한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직접 내 손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창의·융합 공간이다. 내일신문은 3회에 걸쳐 국내외 메이커스페이스를 소개하고 공공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의 방향성을 짚는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서는 이미 다양한 메이커 활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드론 강습이나 책만들기 등과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 자체가 메이커 활동입니다. 다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공간이죠. 제대로 된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예산과 운영 지원이 절실합니다. 하나의 메이커스페이스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3명의 인원이 필요한데요, 이에 대한 도서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수입니다."

사진 이의종

5일 인터뷰한 조금주 도곡정보문화도서관 관장의 말이다. 조 관장은 블로그(https://blog.naver.com/zoe87)와 저서('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등)를 통해 해외 도서관들을 직접 탐방, 해외 도서관 트렌드를 국내에 소개해 왔다. 그는 2013년부터 미국 공공도서관의 메이커스페이스에 관심을 갖고 국내에 소개해 왔으며 이와 같은 내용이 블로그와 저서에 실려 있다.

내일신문은 조 관장으로부터 해외 메이커스페이스의 사례와 국내 메이커스페이스 도입에 있어 유의할 점 등에 대해 들었다.

■메이커스페이스의 장점은 무엇인가.

극단적 사례일 수 있지만 이용자가 공공도서관에서 총을 만들 수도 있다. 2013년에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손가락 없이 태어난 한 소년이 공공도서관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 인공손을 만든 사례도 있다.

주부들은 취미로 바느질이나 뜨개질을 하고 인형을 만들어볼 수 있고 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물건을 제작할 수 있다. 소상공인은 가게의 홍보 자료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청소년들은 스튜디오에서 영상물을 만들고 직접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같은 취미와 목적을 가진 지역 주민들은 서로 협력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주고 받게 된다. 이는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한다.

노스브룩공공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 사진 조금주 관장 제공


■해외 메이커스페이스 중 잘 운영되는 곳들의 특징은.

워싱턴 D.C 마틴루터킹기념도서관의 팹랩(FAb Lab)이나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중앙도서관의 스튜디오(Studio), 시카고 인근의 노스브룩공공도서관의 콜래보레토리(Collaboratory) 등 잘 운영되는 미국의 공공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를 방문해 보면 어수선하고 지저분하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작은 물건 하나를 만드는 데도 10여 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때문에 각종 장비들이 계속 돌아가고, 만들다 말고 이용자가 두고 간 생산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매일매일 이용자들의 작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또 해외 공공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에는 다양한 기기와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사서가 중심이 돼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되 각각의 장비들은 전문 인력이 관리하고 이용자들에게 1:1로 교육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단지 장비를 갖춘 것뿐 아니라 장비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기 위한 재료들을 대량 구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3D 프린터만 하더라도 재료가 되는 필라멘트를 충분히 구비하고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파운틴데일공공도서관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작품. 사진 조금주 관장 제공


■메이커스페이스도 다양한 유형이 있을 것 같다.

국내에 주로 소개되는 메이커스페이스는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공업용 재봉틀 등을 갖추고 있는 곳들인데 이런 메이커스페이스를 공방형 메이커스페이스라고 한다. 국내 공공도서관에서 주로 도입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최근 인상 깊게 본 메이커스페이스 유형은 스튜디오형 메이커스페이스다. 디지털 시대에 성인은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직접 영상물을 제작하면서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청소년들이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도입을 고려했으면 하는 메이커스페이스 유형이다.

예컨대 팟캐스트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물 등을 제작, 편집할 수 있도록 관련 스튜디오와 장비를 갖출 수 있다. 또 디자인이나 애니메이션을 충분히 다룰 수 있도록 필요한 소프트웨어들을 컴퓨터와 노트북에 탑재할 수 있다.

■국내 공공도서관에서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할 때 유의할 점은.

국내 공공도서관은 이미 다양한 메이커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어린이 대상의 코딩 교육, 청소년 대상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광고제작 교육, 주부 대상의 가죽다이어리 만들기, 어르신 대상의 자서전 쓰기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메이커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국내 공공도서관들은 그 자체가 메이커스페이스인 셈이다.

해외와 같은 메이커스페이스를 도입할 때에는 공간, 인력 등의 문제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려했으면 한다. 여러 장비를 갖추고 이용자들에게 공개하는 공간뿐 아니라 사서와 운영 인력들이 활용하는 작업 공간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한다. 또 이용자를 위해 야간과 주말을 포함, 장시간 공간을 개방해야 하기 때문에 운영 인력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예산에 대해서도 단지 메이커스페이스를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메이커스페이스 in 공공도서관 연재기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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