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직접 회의조력자·활동강사 양성

협치 기반구축 … '100인 위원회' 구성

"지자체 일에는 관심도, 참여한 적도 없어요. 일을 그만두고 쉬던 차에 아들의 권유로 '군포시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에 참여하게 됐는데 정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어요."

공서연(55)씨는 군포시가 양성한 1기 '퍼실리테이터'다.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란 조력자 촉진자를 뜻한다. 주로 토론회나 회의 참가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군포시가 외부 전문가 대신 직접 퍼실리테이터 양성에 나선 것은 '협치'의 한축인 '시민역량'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공씨를 비롯해 지난 4월부터 10주간 교육을 수료한 45명이 전문가로 거듭났다. 공씨는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열린토론회에 처음 투입됐는데 시민들이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인정해주고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열린 '협치 100인 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위한 조례' 시민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군포시 제공


◆만장일치로 조례안 마련 = '군포형 협치'가 주목받고 있다. 퍼실리테이터 마을협치활동가 등 시민을 시정의 동반자로 양성하고 공직자들도 협치교육, 공무원 협치추진단 구성 등을 통해 재무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실 있는 '민관 협치활성화 100인 위원회(100인 위원회)'를 구성,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민선 7기 군포시 대표정책이다.

'100인 위원회'는 '민관협치'를 총괄하는 실행기구다. 군포시는 이를 위해 정책감사실 내에 '정책100인위원회팀'을 만들었다. 위원회 구성에 관한 업무와 협치기반 구축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100인 위원회' 조례를 만드는 과정부터 협치정신과 절차적 민주주의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관 공동으로 TF팀을 꾸려 경기 수원·광명, 서울 은평·서대문 등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워크숍을 진행했다. 민관 TF팀의 경과보고회 및 100인 위원회 구성을 위한 첫 토론회에는 100명에 가까운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조례안을 마련해 시민토론회를 열었고 조별로 2~3인씩 추천된 대표단 24명이 다시 심화토론을 벌여 조례안을 확정했다. 송정열 정책100인위원회팀장은 "위원회 구성 역할 등 조례안 세부내용과 문구 하나를 놓고도 이견이 있었지만 열띤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조례안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군포시 협치활성화 100인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는 타 지자체의 협치기구 조례들과 차별화된 내용이 많다. 100인 위원회는 '시정참여' '공론화' '당사자' 3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된다. 이 중에 '당사자분과'가 눈에 띈다. 청소년 노인 여성 등 다양한 분야의 특정의제와 관련된 '당사자'가 직접 참여해 계획수립부터 진행, 평가까지 하게 된다. 청소년의제는 청소년과 시 관련 부서, 중간조직인 청소년육성재단 3주체가 참여하게 된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 군포시는 '협치 100인 위원회' 구성에 앞서 민간과 공공영역의 협치 기반체계 구축에 주력해 왔다. 공서연씨 같은 퍼실리테이터와 협치교육 및 홍보를 담당할 '협치 활동강사'를 시가 직접 양성했다. 협치에 대한 인식확산을 위해 '군포시 협치 BI' '공론장' 명칭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시민사회단체와의 협치기반이 될 '공익활동지원센터' 구축사업도 진행중이다.

특히 퍼실리테이터와 협치활동강사 양성과정을 마친 70여명의 시민들은 원탁토론, 마을만들기 사업 등에 전문가로 파견돼 활동을 시작했다. 교육 수료생 대부분이 밴드 등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시민 전문가들이 많아지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다른 지자체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구상도 하고 있다. 송정열 팀장은 "협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역량"이라며 "시민을 시정에 참여시키고, 그 경험과 역량을 발휘할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사람'이 남도록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포시 공무원들도 협치 추진단을 꾸려 내부 토론과 교육·워크숍, 부서 간 협업 활성화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간과 공공영역을 이어줄 중간지원조직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는 군포문화재단 등 18개 유관기관과 협치 관계망을 구축하기 위한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한 대희 군포시장은 "그동안 조례제정, 기반구축 등에 주력해 왔고 이를 토대로 곧 '100인 위원회'가 구성되면 군포형 협치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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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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