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4차산업혁명 어떻게 준비할지에 성패 좌우

한국 학부모, "교육열이 아니라 입시열에 빠져 허우적"

공교육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는 학부모들. 그러나 현재 학교 교육과정에 아이를 맡기기엔 뭔가 부족하고 불안하다며 대안제시를 요구한다. 부모들은 "듣고 싶은 진로나 입시정보는 학교나 학원이나 모두 부족하다"고 말한다. 교육부가 경기도 의정부에 세 번째 소통의 장(場)을 만들었다. <편집자 주>

"타인과 다른 관점과 경험,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고 다른 답을 낼 수 있을지가 역량 있는 인재로 평가 받을 것이다. 이렇게 교육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 어느 대학을 갈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4차산업혁명에서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를 준비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22일 경기도 의정부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찾아가는 학부모 설명회' 3번째 무대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강연자들의 강의를 듣고 있다.


뇌 과학자 정재승KAIST 교수가 '4차산업혁명의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교육혁명'이라고 단언했다. 교육의 변화 없이는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아이들이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찾아가는 학부모 설명회 '학교이야기로의 초대' 가 22일 경기도 의정부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학부모들을 만났다.

정 교수는 "그동안 한국 교육은 미래사회에 대비한 교육을 거부하고 과거 방식에 안주했다."며 "그러나 이제 4차산업혁명이 교육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을 인공지능처럼 가르쳤고, 교과서를 통해 똑같은 지식을 강요했다 말했다. 정답을 위한 지식 입력, 선행학습, 주입식 교육, 이를 통한 대학 서열화, 성적 따라 짝짓기 과정을 '공정교육'으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과 이과, 자사고 특목고 논쟁 같은 과거형 교육방식은 4차산업혁명 변화에 밀려,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교수는 "미래사회 인재는 인공지능을 잘 부리고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줄 세우기가 필요 없는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며 "미래사회를 진단하고 준비하는 교육이 안되니까 아직까지 '스팩쌓기'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생각 없이 10대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에 학부모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 학부모들은 교육열이 높은 게 아니라, 입시 열이 높은 것" 이라는 지적에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 교수는 "교사가 가르친 대로 정답을 쓰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과 논리를 답안지에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즐기는 행복한 교육이 될 수 있는 정책과 교육현장의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하는 패널들


◆ "학교교육,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고교수업과 평가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현장 교사 이야기가 이어졌다. 김재준(도봉고 사회과)교사는 학생 성장 기록과 평가에 대해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과거 강의식 수업 후 지필평가와 점수로 등급을 산출하는 방식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개인별 학습지, 모둠별 작품을 만드는 과정평가를 생활기록부에 담는다며 사례를 공개했다. 단답식 서논술형 평가를 극복하고 진단과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수업과 평가, 기록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김 교사는 "과정중심 수업과 평가를 통해 교실현장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는 창의적 인재와 스스로 수업 참여로 유도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대학입시 변화에 불안감과 궁금증을 나타냈다. 당장 중학생 자녀들이 대입을 위한 고교과정이 궁금하다며 질문을 쏟아냈다. 안현기 서울대(전 입학처장)교수는 대학이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 대학교육과정에서 바람직한 학생 성장을 유도하는 고교-대학간 연계 방안을 주제로 강의에 나섰다. 특히 대학에서 그동안 모아 논 학생선발 자료와 기준을 제시했다.

핵심은 역시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 이를 위한 창의·융합적 사고를 통한 미래 인재상을 선발한다고 강조했다. 정답만을 풀어내는 교육시스템 안에 갇힌 아이들은 점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 눈동자가 흔들렸다. 한 고1 학부모는 "원하는 대학을 정해놓고 입시학원에 보내고 있다. 오늘 강연을 듣고 나니 더 혼란스럽다. 아이 미래를 위해 부모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의 시간이 흐를수록 학부모들의 궁금증은 깊어갔다. 대입 후 취업에 대한 관심과 질문으로 이어졌다. 미래의 뜨는 직업과 지는 직업에 대해 물었다.


그렇다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에 대해 최재규 매직에코 대표가 강연에 나섰다. 최 대표 역시 4차산업혁명과 미래사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기술 등 미래핵심기술을 활용한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고 있는지 사례를 소개했다. 일자리의 개념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내·외부의 자극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열정을 갖고 미지의 세계를 해쳐나갈 수 있을지, 팀원들과 인간적 신뢰구축은 가능한지가 기업이 원하는 인재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고교학점제 자세한 설명 더 필요"= 학부모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따라갈 것인가, 대학입시에 몰입할 것인가를 놓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창의성과 융합, 과거와 전혀 다른 공부 방식에 걱정과 우려, 기대를 한꺼번에 보냈다. 학부모들은 변하는 교실수업 방식과 고교학점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자신들이 과거 학교생활에서는 배우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교육과정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해내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수업에 방해가 안된다면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가 수업과정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문이과 선택은 어떻게?" "과학중점학교에 다닌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지 못했다. 공대 지원에 불리하지 않을까?" "학종, 비교과와 내신에서 결국 성적이라는 차이가 대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무엇이 객관적인 평가인지" "스카이캐슬은 실제 존재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들의 미래는?" "기업이 생각하는 인생이모작은 무엇인가?" "비판적 사고나 공감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나?" "지금 코딩교육(학원)을 시켜야 하나? 안해도 되나?" 학부모들은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학원이나 학교,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 정보가 부족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에 관심을 보였다. 남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을 중시하고, 관심분야 학문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교육으로 미래사회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고교학점제 이수(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교학점제 수업방식, 성적산출 방식이 궁금하다.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 한 학부모는 "솔직히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적성에 맞는 분야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 본적도 없고 누가 가르쳐 준적도 없다. 짙은 안갯속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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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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