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부부 대신 진로·진학 챙기고

투자 대폭 늘려 '교육도시' 발돋움

"아이가 기말고사를 못 봤다고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강의를 듣고는 자기한테 맞는 공부법을 찾았다고 만족해했어요. 8월에 3일간 열리는 자기주도학습 캠프도 신청했어요."

서울 중랑구 면목7동에 사는 김은영(47)씨. 중학교 3학년인 큰 아이가 기말고사를 마친 다음날 '학부모 역량강화 프로젝트'에 끌고 가다시피 했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 그는 "좋은 내용인데 생각보다 참석자가 적어 아쉬울 정도였다"며 "아이가 직접 혜택을 입으니 중랑구가 교육에 많이 투자한다는 걸 피부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과 일자리를 이유로 해마다 3000명씩 떠나가는 동네 중랑구가 교육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학교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큰 폭으로 확대하고 바쁘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학부모 대신 구에서 아이들 진로·진학을 챙기기로 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적어도 주민들이 아이들 학교 진학문제로 삶터를 떠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부모 능력과 여유에 따른 교육격차는 줄여보겠다"고 설명했다.

학교 시설을 개선하고 각종 교육과정 수준을 향상, 공교육을 강화하도록 교육지원경비부터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38억원 수준이던 걸 올해 50억원으로 끌어올렸고 매년 10억원씩 늘릴 계획이다. 중랑구 재정자립도가 25개 자치구 가운데 20위권이지만 올해 교육경비는 6위 수준이다.

지원금 씀씀이는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등이 정한다. 류 구청장은 취임 이후 47개 초·중·고 현장을 방문, 교육환경 개선 방향을 공유했다. 그는 "교육 때문에 지역을 떠나고 교육환경이 침체되는 악순환을 깨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돈 때문에 시설과 교육과정 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듣지 않겠다"고 말했다.

학교 바깥 영역 지원은 구에서 맡는다. 학교 안에서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 맞벌이로 바쁘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부모를 대신할 종합 교육지원센터를 마련하기로 했다. 온·오프라인 강의부터 전문가를 활용한 맞춤형 진로·진학상담, 각종 체험활동은 물론 학부모 교육까지 도맡을 교육지원센터다. 아동운동 선구자인 소파 방정환 선생이 망우리묘역에 잠들어있다는 데 착안, '방정환교육지원센터'라 이름 붙였다.

센터를 어떻게 지을지 설계공모는 끝났다. 10월이면 공사를 시작, 내년 11월 문을 열게 된다. 개관에 앞서 지난 3월 방정환교육지원센터 누리집을 개설하고 입시상담과 자기주도학습 캠프, 학부모교실 등을 진행 중이다.

지역사회 전체가 아이들 배움터이자 교육자원으로 바뀐다. 올해부터 서울시 혁신교육지구에 참여, 방과후 마을교육이나 청소년 공간 운영 등 20여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민선 6기까지 구청장이 서울시장과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혁신교육지구 참여를 거부해 한발 늦기는 했지만 다른 자치구 사업을 분석,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책 읽기'가 문화이자 습관으로 정착되도록 할 예정이다. 도서관과 스마트 도서관, 독서 동아리 등 각종 지원을 통해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고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주민들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취학 전 1000권 읽기' 운동을 시작했는데 1년만에 7명이 목표를 달성했다. 류경기 구청장은 "단기에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끊임없이 투자하고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며 "교육에 대한 철학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교실에서만 이뤄지던 배움이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장되는 교육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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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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