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벤처밸리, 일자리·지역경제 해법

"주거·문화복지·사회참여 모범 만든다"

"예약자 응대하고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업무를 하는데 공기업 신입사원도 비슷한 일이 많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올해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정현(20)씨 첫 직장은 서울 관악구 보건소다. 3학년때부터 공공기관 취업을 목표로 했지만 인턴준비에만 몇차례 낙방, 올해 초만 해도 집에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절망했다. 김씨는 "퇴근 후 필기시험이며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인생의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청년인구가 40%를 넘는 서울 관악구가 청년도시를 표방한다. 박준희 구청장이 청년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원탁토론회에 참석한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관악구 제공


서울 관악구가 미래의 주역인 청년을 가장 큰 지역 자산으로 꼽고 '청년도시'를 표방하고 나섰다. 청년층에 가장 절실한 일자리부터 주거 문화복지 사회참여까지 총 29개 사업을 마련, 전국 지자체가 모범으로 삼을 청년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관악구에 사는 청년은 20만명으로 전체 인구 50만명 가운데 40%가 넘는다. 인구 비중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크다. 박준희 구청장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지역 구성원으로 남지 못하고 새로운 일터나 삶터를 찾아 떠나는 청년층에 주목했다. 지난해 8월 청년정책보좌관을 영입하고 청년정책과를 신설했다.

'경제구청장'을 표방한 박준희 구청장이 약속한 4대 경제축 중심은 청년이다. 대학이 길러낸 인재와 기술력이 결합한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중관춘을 서울대 후문 일대에 구현하겠다는 낙성벤처밸리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오세정 총장과 박원순 시장, 박준희 구청장이 만나 조성방안을 논의한지 석달만에 정부 타당성 조사 대상에 선정됐다.

서울대는 최근 세계적 기업인 구글과 함께 인공지능(AI) 연구단지를 조성하기로 협약을 맺었고 지난달에는 중국 칭화대 기술지주회사(칭화홀딩스)가 방문,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박준희 구청장은 "오세정 총장을 4번 찾아가 설득, 서울시와 함께 TF팀을 꾸릴 수 있었다"며 "서울대와 지역 청년들이 낙성벤처밸리에서 함께 꿈을 키우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5월 관악창업공간을 개소, 11개 스타트업 기업이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관악창업센터로 확대운영하기로 했고 연말이면 낙성벤처밸리 핵심 자족시설이 들어선다.

규모는 작지만 직접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장기실업 청년 10명을 선발, 7개 사회적기업과 연계하는 '십시일반 청년일자리'는 지난 4월 시작했고 구청에서 25명을 직접 채용해 민간기업 취업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정현씨와 박태곤(28·관악청소년회관 운영지원팀)씨, 서영진(39·(주)에덴스푸드 홍보·영업 담당)씨가 첫 수혜자들이다. 박씨는 "행사기획 대행사 근무경력에 청소년 분야 업무경험을 더해 출판사 입사준비를 하고 있다"며 "고민이 비슷한 청년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서씨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모델에 흥미를 갖게 됐다"며 "회사 규모를 키우고 좋은 일을 하는데 힘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일명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청년들을 위한 주거공간은 다양한 민관 협력체계를 통해 마련한다. 서울대입구역에는 역세권 청년주택 201세대가 들어서고 신봉터널 상부에 문화체육복합시설을 건립하면서 청년 공간 280호를 확보한다. 남현동 채석장 부지에 195호, 서림·대학동에 사회주택 85호를 추가한다.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문화공간 '신림동 쓰리룸', 청년 교류공간인 청년청, 관악청년축제 등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도록 다양한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박준희 구청장은 "청년이 머무는 도시가 경쟁력이 있다"며 "청년들이 '가장 젊은 도시' 관악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226개 기초지자체를 선도하는 청년정책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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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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