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치동자개' '다묵장어' 등 멸종위기종 3종 서식 … 공사구간 안에서 '얼룩새코미꾸리' 2차례 확인

"생태하천 복원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중요한 생태계를 오히려 훼손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멸종위기 어류 3종이 서식하는 영천 자호천은 토목공사를 벌일 게 아니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마땅하다."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의 말이다.

채 박사는 "농사용 보 5곳을 자연형 여울로 만드는 사업이라고 하지만 보를 해체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보 하류에 돌붙임 보를 설치하는 사업"이라며 "그런 인공여울을 꼬치동자개나 얼룩새코미꾸리, 다묵장어 등 고인 웅덩이 구간을 더 좋아하는 물고기가 이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가 23일 공사구간 안에서 채집한 얼룩새코미꾸리.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전세계적으로 낙동강 유역에만 서식한다.


현재 자호천에는 멸종위기 1급 '꼬치동자개'(Pseudobagrus brevicorpus), '얼룩새코미꾸리'(Koreocobitis naktongensis), 멸종위기 2급인 '다묵장어'(Lethenteron reissneri) 3종이 서식한다. 2005년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됐다가 2012년 해제된 '잔가시고기'(Pungitius kaibarae)까지 포함하면 4종의 멸종위기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영천시 "하천 바닥은 절대 안 건드릴 것" = 23일 오전 영천시 환경보호과, 대구지방환경청 수질관리과 담당 공무원들을 자호천 양항교 현장에서 만났다.

영천시나 환경부 관계자들도 이곳 자호천이 멸종위기 어류 중요 서식지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영천시 관계자는 "물고기들이 서식하는 하천 바닥은 절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며 "5개 농사용 콘크리트 보가 어류 이동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기울기가 완만한 자연형 여울로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오후 계대욱 대구환경련 사무국장(왼쪽)과 채병수 박사가 물고기를 채집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하천 구간별 순차적 공사(하천 전체 동시공사 금지) △가물막이 설치 등 오탁수 방지 철저 △멸종위기종 발견시 보호조치 등 상당히 까다로운 협의조건을 붙여 공사에 동의했다는 입장이다.

◆농사용 보 유지한 채 보 하류에 인공여울 만드는 사업 = 자호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영천시 임고면 선원리 양항교부터 조교동 금호강 합류지점까지 6.7km 구간이 대상이다. 총 예산 64억원을 들여 5만8362㎡의 규모의 자연형 여울, 생태공원, 생태탐방로, 징검다리, 식생매트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의 대부분은 사실상 5개의 '자연형 여울' 조성이다. 5개 콘크리트 고정보를 그대로 존치한 채 보 아래쪽에 경사가 완만한 콘크리트 물받이를 만들고 그 표면에 호박돌을 박아서 인공여울을 만드는 것이다.

촬영 후 얼룩새코미꾸리를 현장에서 바로 방류했다.


채병수 박사는 "이런 돌붙임 보는 하천 유량이 부족해 수위가 낮아지면 어류 이동에 방해가 되고 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기존의 보를 철거할 게 아니라면 차라리 이미 형성된 소(보 아래 웅덩이 구간)를 원형대로 보존하고 보 옆으로 우회수로를 만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멸종위기종 채집을 위해 미리 대구지방환경청에서 '멸종위기종 포획.방사 허가'를 받았다.

23일 오후 임고서원 옆 양수교 지점에서 족대(반두) 채집 40분 만에 멸종위기 1급 '얼룩새코미꾸리' 1마리가 포획됐다.

노랑색이 감도는 몸에 검은 반점들이 마치 고려시대 불화처럼 화려하고 신비한 느낌이었다. 채집한 얼룩새코미꾸리는 촬영수조에 넣어 촬영 후 곧바로 현장에서 방류했다.

취재에 동행한 계대욱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영천시는 지난 7월 말 어류정밀조사를 실시했는데 법정보호종 어류가 단 1종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8월 17일 수중 관찰에 이어 오늘 또 발견했으니 공사대상 구간에서 6일 만에 얼룩새코미꾸리를 2차례나 관찰한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환경부 "서식지 보호 위해 하천정비 피해야" =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부는 10년 단위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의 종합계획은 멸종위기종 개체수 증식 및 복원에 초점을 두었다. 그 단계를 지나 지난해 마련한 종합계획(2018~2027)은 보다 적극적인 '서식지 보전'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는 복원과 증식보다 서식지 보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이제 서식지 내 멸종위기종 개체군 보전이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영천시가 추진중인 자연형 여울. 기존 농사용 보를 해체하지 않고 보 하류에 완만한 경사를 가진 인공여울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생물종은 모두 4만9000여종이다. 이 가운데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67종(1급 60종, 2급 207종)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어류는 27종(1급 11종, 2급 16종)인데 자호천에는 이 가운데 3종이 분포한다. 자호천의 생태적 중요성은 여러 학술논문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5월 환경부는 사업구간 상류에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 455호인 '꼬치동자개' 치어 400여마리를 방류했다. 그해 12월에는 꼬치동자개의 생태특징과 보전방안을 담은 '낙동강 꼬치동자개를 찾아서'라는 책자도 발간했다.(오른쪽 사진)

멸종위기 담수어류 27종 중 첫번째로 꼬치동자개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꼬치동자개가 복원이 시급한 종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책자에서 꼬치동자개 보전방안은 △서식지 보호 △환경오염 예방 △이입종 유입 방지 △불법포획 방지 등이라고 정확하게 명시했다.

계대욱 국장은 "특히 꼬치동자개 서식지 보호를 위해 하천정비사업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환경부가 현장에서는 이 지침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7일 성명을 발표하고 "지금이라도 자호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멸종위기에 처한 꼬치동자개 얼룩새코미꾸리 다묵장어가 자호천에서 잘 서식할 수 있도록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준기 기자의 환경 현장 리포트 연재기사]

영천 자호천 = 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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