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중고등학교 교육 시스템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 미래사회 위해서는 '창조적 역량' 필요

대한민국 교육 주체인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입학사정관들은 현재의 교육이 '10년 전에 비해 달라졌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교사와 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적 능력으로 '창의적인 사고와 역량'을 꼽았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학부들은 약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것은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2019년 교육정책 인식도 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학부모 1000명과 교사 107명, 입학사정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학부모는 대입, 교사·입학사정관은 교육과정에 초점 = 지난 10년 간 우리 교육은 큰 변화를 겪었다. 대입제도만 하더라도 2007년 도입된 입학사정관제가 2013년 학교생활기록부종합전형(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바뀌었고, 2018년에는 전체 대입전형 중 24%나 차지할 정도로 확대됐다. 자유학기제 등 학교수업풍경도 마찬가지다.

교실수업 개선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하는 교사들. 사진 전호성 기자


이런 변화를 반영한 듯 학부모도, 현장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교사와 입학사정관도 모두 '10년 전의 교육방식에 비해 달라졌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달라졌다'고 느끼는 인식정도에서는 차이가 드러났다. 교사와 입학사정관의 공감비율이 각각 86.0%, 100%인데 반해 학부모는 56.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 교육이 여전히 '대학진학과 입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현재의 중고등학교 교육시스템이 학생들의 미래 삶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학부모의 53.5%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그렇지 않다 45.9% + 전혀 그렇지 않다 7.6%). 긍정적 평가는 46.5%였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학부모의 63.0%가 대학진학 및 입시위주의 교육을 꼽았다.

반면 교사의 72.0%, 입학사정관의 80.0%는 현행 중고등학교 교육시스템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로 교사의 48.1%, 입학사정관의 40.0%가 '토의·토론, 프로젝트, 거꾸로수업 등 새로운 수업의 정착'을 들었다. 입학사정관 중에서는 '학생부 중심 전형의 대학입시 다양화'라는 응답도 40.0%나 됐다. 지표로만 보면 학부모는 '중고등학교교육=대학입시'라는 현실을 더 중요시하는 반면, 교사나 입학사정관들은 '교육내용의 변화'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이 토론한 내용을 정리해 놓은 조별 부스.

◆미래사회, 창의적 사고>의사소통 역량>공동체 역량 필요 = 교사와 입학사정관 등 현장전문가들은 공교육의 목표가 '창의적 사고 역량을 갖춘 인재 육성'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었다. '우리 학생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 혹은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교사의 43.9%, 입학사정관의 55.0%가 '창의적 사고 역량'을 꼽았다.

다음으로 '의사소통 역량'(교사 31.8%, 입학사정관 20.0%), '공동체 역량'(교사 16.8%, 입학사정관 10.0%)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창의성' '의사소통 능력'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현장전문가들은 '지금 수업과정이 학생들이 잠재력과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도 동의했다. '현재 중고등학교 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의 잠재력,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교사의 75.7%, 입학사정관의 85.0%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다만 학생들의 잠재력과 재능 개발에 필요한 수업형태에 대해서는 교사와 입학사정관의 의견이 조금 달랐다. 교사는 '주제중심 통합수업'(47.7%)를 가장 많이 꼽은 반면, 입학사정관들은 '프로젝트 수업'(65.0%)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교사들의 응답 중 '프로젝트 중심 수업' 비율은 29.0%, 입학사정관들의 응답 중 '주제중심 통합 수업' 비율은 25.0%였다.

◆학생 학습량에 대해서는 의견 엇갈려 = 한편 학생들이 수업과 평가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학습량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교사, 입학사정관의 의견이 엇갈렸다. '학생들이 수업과 평가과정에서 준비해야 하는 학습량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학부모의 59.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면 교사의 54.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입학사정관 의견은 긍정 50%, 부정 50%로 나뉘었다. 다수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기존의 내신평가, 수행평가 및 활동 중심 수업에, 수학능력시험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과도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특혜의혹이나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는 항목에 대해 과감한 손질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학교 밖 수상이나 동아리는 사실상 대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함에도 사교육시장에서 부풀리고 있다는 것. 따라서 비교과 항목을 어떻게 정비하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학습량 과다는 결국 학생에 대한 부모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며 "학습량을 줄이고 평가 부담을 완화시키는 게 학생들의 창의적 활동과 다양한 학습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2019년 교육정책 인식도 조사'는 문재인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및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기획됐다. 설문항목은 크게 '학교 교육과정 평가' '신뢰성과 공정성' '교육정책수요' 등 3개 섹션으로 나눠 설계했다.

조사대상도 중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학부모 1000명, 중고등학교에 근무중인 교사 107명, 각 대학 입학사정관 20명 등 3개 범주로 나눴다. 학부모조사는 여론조사기관이 보유한 1,107,539명의 패널 중 랜덤으로 1000명(남성 492명, 여성 508명)을 추출해 스포트폰 앱을 활용한 모바일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교사조사는 개인전화번호를 제공한 214명을 대상으로, 그리고 입학사정관 조사 역시 개인전화번호를 허용한 38명 전원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기간은 학부모의 경우 2019년 7월 29일부터 8월 6일까지 9일간, 교사는 2019년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5일간, 입학사정관은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5일이 소요됐다. 설문 문항은 내일신문과 여론조사전문기관이 디오피니언이 교육부 관련부서와 논의해 설계했고, 조사진행과 데이터처리 및 분석은 디오피니언이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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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남봉우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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