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 국내조달 45% 불과 … 일본 반면교사 삼아 중국 추격 따돌려야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점유율 42.7%로 1위를 유지했다. 2004년 1위로 올라선 뒤 한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올레드(OLED)의 경우는 더욱 압도적 1위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형 OLED는 99.5%, 중소형 OLED는 95.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은 2004년 이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왼쪽)과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전경. 사진 삼성·LG디스플레이 제공


◆OLED 재료 일본 의존도 높아 =하지만 핵심 소재와 장비는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아직 자체조달 수준이 45%(소재 30%, 장비 70%)에 불과하다. LCD를 만드는 핵심소재인 액정은 독일 머크와 일본 치소에 의존하고 있고, LCD에 필요한 기판유리도 코닝 NEG 아사히글라스 쇼트 등 미국 일본 독일 기업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OLED에 들어가는 소재는 일본의존도가 더욱 심하다. 폴리이미드기판은 일본에서 100% 수입하고 있다.

투명 OLED에 필요한 불화폴리이미드의 경우에도 코오롱 SK 등 국내 기업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본 제품 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OLED 발광재료와 컬러필터 등의 경우에는 국내산 점유율이 높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은 제품이나 원재료는 수입에 의지하고 있다. 컬러필터의 경우 국산 점유율이 80%로 높지만 원재료는 일본과 유럽에서 전량 수입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소재의 경우 원천기술을 일본이나 미국이 갖고 있어 국산화에 상당한 어려움 있다"며 "소재를 만드는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디스플레이 = 이런 가운데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는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에 가장 큰 위험요소다. 소재부품 산업이 부실한 상황에서 제조경쟁력 마져 중국에 뒤쳐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LCD생산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30.6%의 점유율로 29.3%를 기록한 한국을 근소한 차로 제쳤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는 OLED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024년에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OLED가 국내 생산량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재장비 장기 투자해야 효과 = 선익시스템은 기술 난이도가 높아 일본과 네덜란드 제품이 주도하는 OLED장비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로 성공한 업체다. 선익시스템은 2016년 세계 최초로 6세대급 증착 장비를 개발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했다. 장비 수요기업인 LG디스플레이와 공동개발을 통해 만들어낸 성과다. 당시 OLED 증착장비는 일본 캐논도키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증착 장비는 OLED 제작 공정의 핵심 장비로 진공상태에서 OLED 발광소자인 적·녹·청의 유기물질을 증발시켜 유리기판에 균일하게 입히는 장비를 말한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유기물질을 균일한 두께로 증착 시켜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에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이다.

하지만 선익시스템은 이후 개발용 라인에 장비를 공급했을 뿐 국내 기업 생산라인에는 장비를 납품하지 못했다. 국내 수요기업이 외국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중국수출에 의지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장비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기술력이 있어도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며 "수요기업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야 문이라도 두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안진호 한양대 교수는 "소재산업 특성상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고 상용화해서 팔려면 오랜시간이 걸린다"며 "정부와 업계 모두 장기적인 안목에서 준비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중국은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았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일본이 완제품에서 한국에 밀리면서도 소재와 장비산업을 육성했던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소재장비를 우리가 모두 하겠다는 전략은 현실과 맞지 않고, 오히려 산업생태계에서 한국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일본이나 중국이 못하고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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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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