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기 전에'를 읽는 '독서코칭 프로그램' … "더 많은 병사들에게 이런 기회 확대되길"

건강한 대한민국 청춘이라면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곳이 군이다. 요즘 청춘들은 군에서 군사훈련을 바탕으로 체력단련을 할 뿐 아니라 책을 읽으며 지적단련을 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부대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마련, 독서코칭 강사와 부대원들이 함께 주제도서를 읽고 관련 내용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 화제를 모은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부대원들은 독서를 즐기고 선후임들과 보다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자발적으로 독서동아리를 결성해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을 이어간다. 내일신문은 책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군을 찾아 그 생생한 현장을 공유한다. <편집자주>


"같은 반 친구 중 자극을 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대입 준비를 할 때 그 친구가 하는 습관을 따라했습니다. 그 친구가 공부할 때 공부하고, 쉴 때는 따라 쉬었습니다. 그 친구는 명문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했고, 저는 그에 자극받아 그 친구의 습관을 더 따라했었습니다. 친구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17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52사단 적토마대대에서 열린 독서코칭 프로그램에서 '자극을 주는 사람을 팔로우하라'는 문구에 대해 토론을 하자 김효민 일병은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장영미 독서코칭 강사와 함께한 20여명의 병사들은 진지하게 김 일병의 말을 경청했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52사단 적토마대대 내 도서관. 사진 이의종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올해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육군·해군·공군·해병대·국방부 직할부대 총 300개의 부대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부대마다 1명의 독서코칭 강사가 전담해 2주마다 1회씩 총 7회의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 회마다 1권의 주제도서를 읽고 토론한다.

이날 적토마대대에서 열린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5회째로 주제도서는 '젊은 독자를 위한 세계 최고들의 인생 조언'을 부제로 한 '마흔이 되기 전에'(팀 페리스 지음, 토네이도)였다. 100명이 넘는 세계적 인물들이 젊은 독자들에게 통찰력 있는 지혜를 전달하는 내용이다.

병사들이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병사들을 지지하는 강사 = 독서코칭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장 강사는 병사들에게 직접 준비한 과자를 나눠줬다. 과자를 먹으며 신나게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하자는 취지인 줄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다. 과자 뚜껑에 책에 실려 있는 주요 문구가 적힌 쪽지가 포함돼 있었던 것. 병사들은 자신이 받은 쪽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고 장 강사는 병사를 격려하고 지지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독서토론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짧은 여행에 필요한 것들'이라는 문구에 대해 신민수 일병은 "여행을 갈 때는 제일 먼저 입고 싶은 옷을 챙긴다"면서 "예쁜 옷들, 좋아하는 옷들을 추억에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고영철 중위는 "해외여행을 갈 때는 그 나라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한다"고 말했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한 병사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 이의종


권현택 일병은 '독특한 서른이 되어라'는 문구에 대해 "30세가 넘어 입대했는데 30세가 되면 사회적으로 나이가 들고 짊어지고 있는 책임의 무게가 커진다"면서 "시간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나이가 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날 과자 뚜껑에서 등장한 문구들은 '알람을 설정하라' '붙어야 할 때는 붙어라' '진짜 천재가 되어라' '수비가 탄탄한 삶을 살라' '아침 일기를 써라' '나이 들기 전에 매력을 완성하라' '매일 해야 하는 말이 있다' 등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문구들이었다.

◆책의 키워드 적어보기 = 이날 독서코칭 프로그램에서는 '예상키워드, 핵심키워드 적기' '가져가고 싶은 3가지 문장 적기' 등의 시간도 마련됐다. 장 강사는 미처 책을 읽지 못하고 참가한 병사들은 예상키워드를, 책을 읽고 참가한 병사들은 핵심키워드를 적도록 제안했다. '가져가고 싶은 3가지 문장'은 병사들이 어떤 문장들을 적었는지 돌려가며 볼 수 있도록 했다.

키워드에 대해 백승석 일병은 "'부자되는 법' '성공의 과정' '후회없는 삶'을 3가지 키워드로 적었다"면서 "은행잔고를 늘리라는 내용에 3가지 키워드가 다 포함되는데, '남들보다 2배 뛰어라, 그러면 재미없던 것도 재미있게 된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선후임과 교류 잘 돼" =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대해 병사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병사들은 독서코칭 프로그램에서 단지 책을 읽을 뿐 아니라 선후임과 다양한 내용으로 토론을 할 수 있어 의미 있다고 밝혔다. 권 일병은 "책을 주제로 선후임들과 친근하게 대화하면서 같은 취향이 있는 사람, 다른 취향이 있는 사람을 알아가고 있다"면서 "독서코칭 프로그램 외의 시간에도 책과 관련해 '다음 책은 뭐냐' '그 책은 무슨 내용이냐' 등 책을 주제로 얘기할 거리들이 있어 선후임들과 교류가 잘 된다"고 말했다.

박 단 상병은 "책을 혼자 읽으면 감상을 정리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마치게 되는데 부대원들과 책 하나를 놓고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면서 "이런 기회가 좀 더 많은 병사들에게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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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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