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입학생' 위한 하이테크과정 추진 … 지역 연계 미래성장동력 분야로 학과 개편

#1.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군에 입대했던 김성호씨(27)는 전문하사에 지원했다. 직업군인으로 군 생활을 이어갈 것인지, 다른 직업을 가질 것인지 고민하던 김씨는 전역을 결정했다.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기술력과 전문성의 필요성을 느꼈던 김씨는 지인 소개로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과에 입학했다. 처음 접해보는 반도체를 전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늦게 학업을 시작한 만큼 간절함으로 최선을 다했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교육과정은 결국 그를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춘 반도체 장비 전문가로 탈바꿈 시켰다. 현재 김씨는 첨단반도체 솔루션 핵심기업에서 장비기술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2. 전기관련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곽래협씨(30)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폴리텍대학에 입학한 이른바 '유턴 입학생' 출신이다. 지방 국립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곽씨에게 기술자인 아버지가 청주캠퍼스 전기에너지과 진학을 권유했다. 그는 입학과 동시에 학교에서 운영하는 전기 자격증 취득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고 전공이론과 실습과목을 반복해 연습한 결과 재학 중에 전기산업기사, 전기기사를 취득했다. 공기업 준비를 하느라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졸업한 그는 소그룹 지도교수의 지원을 받으며 꾸준히 응시한 결과 취업에 성공했다.

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는 반도체 바이오 이동통신 차세대전지 스마트부품 등 충북지역 5대 주력산업 중심 미래성장동력 분야로 학과를 개편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사진은 반도체시스템과와 전기에너지과 실습장면(아래). 사진 폴리텍대학 제공


폴리텍대학은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전략'에 호응해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반도체 실무인력 양성에 발벗고 나섰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기술 독립의 필요성과 인력 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과는 '폴리텍대학 반도체 클러스터' 구성계획에 따라 반도체 장비 유지·보수분야 인력양성에 주력하게 된다. 반도체시스템과는 충북지역 4대 기반 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분야 인력양성 대표 브랜드 학과이기도 한다. 공정과 장비보전, 부품설계, 레이아웃 설계 등 반도체 산업 전반의 현장실무 전문가를 양성한다. 특히 반도체시스템과는 전국 전문대학 중 유일하게 반도체 제조환경(클린룸 및 실제 반도체 제조장치)을 갖추고 있다.

2018학년도 졸업생 취업률(2019년 8월 1일 기준)은 88.2%다. 이는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모두 취업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졸업생들은 SK하이닉스, SK실트론, 삼성전자, DB하이텍, 램리서치 등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정밀부품업체, 설계업체, 전자재료업체 등에 취업하고 있다. 이 덕분에 2019학년도 신입생 모집경쟁률은 7.96대 1을 기록했다. 전상철 반도체시스템과 학과장은 "산업현장과 동일한 실습환경을 갖추고 있어 졸업생들은 취업 즉시 현장투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구직자, 직업계고 졸업예정자 대상 비정규과정 운영 = 반도체시스템과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기 위한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폴리텍대학 반도체 클러스터' 구성계획에 맞춰 클린룸과 교육 설비를 확대하고 기업과 연계한 취업연계 과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2021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뽑는 것을 목표로 정원 20명 규모의 하이테크과정도 준비한다. 하이테크과정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구직자를 선발한다. 이전 학교 전공은 불문이고 면접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웠던 문과 출신 구직자들에게 인기다.

또한 반도체시스템과는 비정규과정도 운영한다. '반도체 공정장비 유지보수과정'은 청년구직자(만 35세 이하)를 대상으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협약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장비운영 또는 유지보수 인력을 양성한다. 교육과정을 마친 수료생들은 SK하이닉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협약기업의 협력사들에 취업을 한다. 수료생 취업률은 2017년 85.5%, 2018년 86.4%, 2019년 1차 84.2% 등 85%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시스템과는 또 SK하이닉스 system IC, 충북교육청과 손잡고 10월 21일부터 한달 일정으로 현장실습 연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실습 연계교육은 기업이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채용을 위해 기업에서 진행하던 현장실습을 전문 훈련기관에 맡기는 것이다. 이번 교육은 SK하이닉스 system IC의 생산량 증가에 따라 직업계고 졸업예정자 100명을 대상으로 기업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SK하이닉스 system IC 사내강사와 삼성전자, 동부하이텍 등 근무 경력을 가진 교수진으로부터 반도체 제조공정 기초 교육을 받고 현장으로 나가게 된다.

◆"취업률서 취업의 질로 전환" = 청주캠퍼스는 지역산업 수요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성화 분야 하이테크과정을 신설하고 첫 신입생을 모집했다. 차세대전지(태양광)는 충북지역 5대 주력산업이다. 하이테크과정 신설이 가능했던 것은 청주캠퍼스가 이차전지, 태양광 발전, LED 조명기술 분야의 현장 실무중심 전기전자 융합형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전기에너지과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전기에너지과 졸업생들은 한화큐엘, LG화학, 포스코ICT, 한솔테크닉스 등에 취업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률은 83.5%를 기록했다. 이미 취업을 확정한 김상용씨(2학년, 52세)는 "30년간 다녔던 자동차부품 업체가 폐업해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평생 일할 수 있는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전기에너지과를 선택했다"면서 "50세에 실직하면서 3년 계획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현장 맞춤형 교육 덕분에 빨리 취업했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캠퍼스는 이 외에도 컴퓨터응용기계과, 메카트로닉스과, 정보통신시스템과 등 4차 산업혁명에 꼭 필요한 분야 전문 인재를 키우는 학과들로 구성됐다. 청주캠퍼스의 최근 5년 평균 취업률은 82.0%에 달한다. 또 취업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인 취업유지율도 2년 평균 92.5% 수준이다. 청주캠퍼스는 충북지역 전문대학 중 취업률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오상균 청주캠퍼스 교학처장은 "반도체 바이오 이동통신 차세대전지 스마트부품 등 충북지역 5대 주력산업 중심 미래성장동력 분야로 학과를 개편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면서 "취업률은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고 취업의 질을 지금보다 향상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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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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