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과 '스마트IT자동차' 특성화 … 창의융합기술센터, 6개 산업·연구기관서 인증

#. 졸업을 앞둔 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학생들이 공동 졸업작품으로 깡통과 프라스틱 병 등 재활용품을 압축하는 거리용 쓰레기통 제작을 기획했다. 먼저 A씨(컴퓨터응용기계설계과)가 3D CAD 프로그램을 통해 필요한 부품을 설계했다. 이를 넘겨받은 B씨(금형디자인과)가 3D 프린터와 고속가공기로 출력·가공부품 제작을 마무리 한다. 완성된 부품들은 그린에너지설비과 C씨의 용접기술을 통해 제품으로 탄생한다. 1차 완성된 제품에 자동화시스템과, 전기과, 전자과 학생들이 자동화 프로그램과 유압장치를 결합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해 사물인터넷 개념을 접목시키자 스스로 작동하고 관리자 휴대전화에 작동상태를 전달하는 제품으로 변모한다. 마지막으로 광고디자인과 D씨는 디자인 프로그램과 레이저 컷팅기를 이용해 제품을 알리는 옥외광고를 제작한다.


최근 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가 이런 교육활동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설비와 장비를 갖춘 대규모 융합실습장인 창의융합기술센터(러닝팩토리)를 개관했다. 창의융합기술센터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해 기업의 제조혁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산업현장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양성을 위해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한 가지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제품 설계부터 제작까지 전 공정에 대한 실습이 가능하다.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학생이 로봇 시스템 제어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폴리텍 대학 제공


약 330평 규모로 조성된 창의융합기술센터에는 △융합디자인랩 △ICT융합제어랩 △자동화설비랩 △oT전기전자랩 등이 마련됐다. 이곳에는 지능형 멀티로봇, 3D 프린터, 5축 가공기, 머시닝센터, 레이저 컷팅기, 용접설비 등 다양한 분야 장비가 곳곳에 배치됐다.

안상수 금형디자인과 교수는 "학생들 누구나 부담 없이 실습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구실도 개방할 것"이라면서 "기술 선진국들에서 이미 운영되는 시스템인데 지금이라도 도입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학과 장비를 개방에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박래관 광고디자인과 교수는 "우리가 내놓은 장비보다 우리 학과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른 학과 장비가 훨씬 많다"고 밝혔다.

◆기업인증 교육을 마친 것만으로도 취업경쟁력 = 앞으로 창의융합기술센터는 △학과 간 연계 교과 기초 및 심화 실습 △학과 간 경계를 허무는 프로젝트 실습 △중고생 등 진로체험 활동 △재직자 직무능력향상훈련 △영세기업 시제품 제작 지원 등에 활용된다. 특히 창의융합기술센터는 삼성전자 광주공장(휴대폰 제조), 화천기공(공작기계 제조), 세방전지(배터리 제조), 호원(자동차 부품), 광주전남연구원(연구), 광주테크노파크(연구) 등 6개 산업·연구기관의 인증을 받았다.

도재윤 광주캠퍼스 학장은 "창의융합기술센터는학과 칸막이를 없애서 모든 학생을 모든 분야 실습을 체험한 융합형인재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하는 곳"이라면서 "기획단계에서부터 산업현장의 자문을 받았지만 마지막에 다시 지역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창의융합기술센터의 시설과 교육과정이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융합형인재 양성에 적합한지를 검증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인증한 시설에서 교육을 마친 학생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취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 기업이 이곳에서 재직자 재교육을 실시할 계획을 마련하는 등 창의융합기술센터은 기업맞춤형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 학장은 또 "이미 일부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활용은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면서 "각 학과 교수들이 참여하는 운영TF 구성해 재학생 수업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학생이 시제품 제작에 사용할 공구를 고르고 있다. 사진 폴리텍대학 제공


◆광주시와 광주형일자리 성공추진 업무협약 체결 = 광주캠퍼스는 창의융합기술센터 개관 이전부터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성장동력 분야와 지역 산업을 연계한 학과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자동화시스템과는 네트워크 시스템, 융합시스템 제어 교육 등 ICT 융합기술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개편했다. 또 네트워크 시스템, 융합시스템 제어 교육 등 종합적인 스마트팩토리 설비보전 교육과정도 강화했다. 전기과는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에 맞춰 신재생에너지를 접목한 교육과정을 강화해 신재생 하이브리드 전력 ICT 중간기술인력을 양성한다.

특히 전기·하이브리드·그린카 등 스마트IT자동차 분야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과는 내년부터는 지자체 산업정책 변화에 따라 광주형 일자리를 지원하는 학사운영과 인재양성에도 나선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빛그린산업단지 내에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대 양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2021년 공장이 설립되면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명, 간접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2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 학장은 "지난 5월 광주광역시와 광주형일자리 성공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면서 "기업맞춤형 교육과정을 마련해 현장에 바로 투입가능한 인력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과 개편을 위해 교수들도 연수 재교육을 받고 있으며 개편 정도가 큰 경우 새로 채용하거나 캠퍼스 간 교류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캠퍼스의 취업률은 대학정보공시 7년 평균 86%로 광주·전남 지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2월 졸업생 기준 공기업 및 대기업, 중견기업 취업률이 46%로 취업 질의 내실을 기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한 대기업에 취업을 확정한 최진태씨(25)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제 대학 불문학과 3학기를 마치고 입대했었다"면서 "군에서 기계·전기관련 업무를 하면서 어학보다는 적성에 잘 맞는다는 생각으로 유턴학생 적응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곳을 찾다가 전역 직전 폴리텍대학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직업교육을 받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적성에 맞은 전공을 선택한 후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에 응원을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광주캠퍼스는 또한 P-TECH(기술융합형 고숙련 일학습병행제) 과정도 운영한다. 이는 직업계 고등학교 일학습병행제(산학일체형도제학교) 졸업생(초급기술자) 대상으로 일하면서 폴리텍대학 등 전문대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교육훈련제도다. 평일에는 기업현장에서 일과 현장훈련을 진행하고 야간(1일)과 주말(1일)에 대학에서 이론과 실습교육을 받는다. 현재 광주캠퍼스에는 17개 기업에 근무하는 31명이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특히 과정을 마친 학생 일부는 보다 깊이 있는 직업교육을 받기 위해 4년제 대학에 편입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P-TECH 과정으로 컴퓨터응용기계설계과를 졸업한 류민우씨(20)의 경우 산업학사 학위를 취득해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로 편입했다.

◆여성 재취업과정 인기, 90%가 창업 = 광주캠퍼스는 학위과정뿐만 아니라 국비로 지원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만 15세 이상 미취업자 대상 1년 전문기술과정 △대졸 미취업자 대상 하이테크과정 △인문계고 3학년 대상 고교 위탁과정 △중장년층 실업자 대상 베이비부머과정 △경력단절여성 대상 여성재취업과정 등이다.

학교 측은 여성 재취업과정인 △앙금플라워케이크&인터넷창업 과정 △방과후 컴퓨터강사 양성과정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앙금플라워케이크&인터넷창업 과정은 3개월간 240시간에 걸쳐 앙금플라워케이크 제작 실습, 창업 이론, 블로그 마케팅 등 교육생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경쟁률도 상당하다. 학교측에 따르면 수료생 90%가 창업을 한다. 또 방과후 컴퓨터강사 양성과정은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480시간에 걸쳐 ITQ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코딩 등 사무자동화 활용 실무능력을 교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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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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