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 교수·김보통 작가 '소통과 나눔의 북토크' … 병사 대상 '독서노트' 보급 계획

건강한 대한민국 청춘이라면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곳이 군이다. 요즘 청춘들은 군에서 군사훈련을 바탕으로 체력단련을 할 뿐 아니라 책을 읽으며 지적단련도 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부대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마련, 독서코칭 강사와 부대원들이 함께 주제도서를 읽고 관련 내용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 화제가 되고 있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부대원들은 독서를 즐기고 선후임들과 보다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자발적으로 독서동아리를 결성해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을 이어간다. 내일신문은 책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병영을 찾아 그 생생한 현장을 공유한다. <편집자주>

"저는 신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스 신화가 우리 세상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신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은데요, 신이 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책을 쓰셨는데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책을 쓰시면서 신들의 매력과 장단점을 느끼셨을 텐데 가장 좋아하는 신은 누구인가요?" "영웅들은 밑바닥을 겪는 경험을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런 일을 겪지 않고도 자기 자신을 좀 더 빨리 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달 28일 육군학생군사학교 강당에서 열린 '소통과 나눔의 북토크'(북토크)에서 병사들은 15분의 짧은 강의를 마친 이주향 수원대 철학과 교수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지난달 28일 육군학생군사학교 강당에서 '소통과 나눔의 북토크'가 열렸다. 사진 이의종


북토크는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중 하나로 부대로 직접 찾아가 강연과 공연이 함께 하는 문화 체험을 병사들에게 전달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날 북토크는 이 교수와 김보통 작가의 짧은 강연과 대담, 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홍보대사 클럽 소울의 공연 등 축하무대도 이어졌다. 육군학생군사학교 소강당에는 간부와 병사 400여명이 모여 강연과 공연을 즐겼다.

◆"실패는 눈에 보이지 않아" = 이 교수는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12별'을 주제로 강의했다. 다양한 신들을 소개하고 그리스 신화가 인류 문명에 끼친 영향에 대해 밝혔다. 병사들의 다양한 질의에 성심성의껏 답한 것은 물론이다. 그는 "서양문화의 두 축은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 문화"라면서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은 다 훌륭한데 그 정점에서 장렬하게 망해 바닥을 경험하고 그 때까지 만나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대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나 자신을 긍정하게 하는 힘이 된다"면서 "자기 자신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꼭 한번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통 작가(왼쪽)와 이주향 교수의 대담. 사진 이의종


이어진 강연은 김 작가의 '내가 DP를 하며 몸으로 배운 것들'이었다. DP는 헌병 병과 중 탈영병을 체포하는 일을 하는 군탈 체포조를 뜻한다. 이제는 병사들이 맡지 않는 임무 중 하나가 됐다. 김 작가는 자신의 DP 경험을 살려 '시도 끝에 얻어걸린다' '망설일 시간에 움직인다' '실패는 보이지 않는다' 등의 소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특히 김 작가는 마치 병사들의 형처럼 군 시절 얘기와 대기업을 그만 두고 만화가로서의 삶을 사는 얘기를 들려줘 호응이 높았다.

병사들의 질의는 김 작가에게도 계속됐다. '고난을 극복하는 원동력' '망설임을 극복하는 방법' 등이었다. 김 작가는 "보통 실패는 내가 말하지 않는 이상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어떤 망신을 당하는 상황이 와도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을 너무 조마조마하고 조심하면서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삶'을 강조했다.

'소통과 나눔의 북토크'에서 신나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 이의종


◆이종화 학교장, 독서정책 앞장 = 이종화 육군학생군사학교 학교장은 이날 북토크를 지켜보고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했다. 이 학교장은 "이 교수와 김 작가의 강연을 듣다 보니 독서의 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면서 "여러분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독서는 큰 지혜와 힘을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 학교장은 본인이 독서를 즐기는 것은 물론, 군에서 병사들이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1사단장을 지낼 당시 자신이 작성해 온 독서노트에 기반해 직접 '독서노트'를 만들어 병사들에게 보급하고 '3030 캠페인'을 펼쳐 부대 내 독서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3030 캠페인은 '하루 30분, 책 30장을 읽자'는 캠페인으로 잠깐이라도 매일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취지로 운영했다. 또 격오지 부대에 72개의 콘테이너형 독서카페를 설치해 병사들의 독서 환경을 조성했다.

그는 조만간 육군학생군사학교에도 독서노트를 보급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 학교장은 직접 작성한 독서노트를 보여주며 "2015년부터 독서노트를 작성해 왔으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다가 최근에는 주제를 정해 집중적으로 읽는 방식으로 책을 읽고 있다"면서 "독서는 지식 습득을 넘어 삶에 교훈을 주고 인생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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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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