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용 전면 허용된 병영환경 … 달라진 세대에 맞는 독서프로그램 필요

건강한 대한민국 청춘이라면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곳이 군이다. 요즘 청춘들은 군에서 군사훈련을 바탕으로 체력단련을 할 뿐 아니라 책을 읽으며 지적단련도 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부대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마련, 독서코칭 강사와 부대원들이 함께 주제도서를 읽고 관련 내용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 화제가 되고 있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부대원들은 독서를 즐기고 선후임들과 보다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자발적으로 독서동아리를 결성해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을 이어간다. 내일신문은 책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병영을 찾아 그 생생한 현장을 공유한다. <편집자주>


"저희 부대의 경우, 병영도서관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병사들 대부분은 잘 조성된 공간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군은 개인이 독서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입니다. 독서토론 등 병사들이 독서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좀 더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9 병영독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이의종


"병영도서관과 병영독서 관련 업무를 10년 동안 해 왔습니다. 병영독서의 중요성은 이제 많은 분들이 알고 있고 지휘관들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영독서의 경우, 병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담당 인력이 불충분해 진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실무자들이 의지를 가지고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담당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병영독서 토론회'(토론회)에서 병사들과 간부들의 자유 토론 중 나온 제안들이다. 토론회는 '급변하는 군대, 어떻게 응원할 것인가'를 주제로 병사, 담당관, 독서코칭 강사 등 병영독서에 관심 있는 200여명이 함께했다. 오후 1시 30분부터 진행된 토론회는 병사들과 담당관들의 자유 토론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마치기로 예정된 오후 5시 30분을 훌쩍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25일 '2019 병영독서 토론회'에서 병사들과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토론회는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정병국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와 월간 HIM이 공동주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 한국국방연구원이 공동후원했다.

◆군간부 독서 인식 중요 = 토론회는 입대하는 병사들의 변화한 세대와 함께 평일 외출 허용과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병사들의 달라진 병영환경의 변화에 주목했다. 유성욱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국장은 "올해 9월까지 입대자 총 18만1086명 가운데 완벽한 Z세대라 할 수 있는 1998~2001년생이 94%를 차지했다"면서 "올해 2월부터 개인용무를 목적으로 일과 이후 병사들의 외출이 시행되고 4월부터 전 부대에 걸쳐 일과 이후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됐다"고 강조했다.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토론자들. 사진 이의종


이를 바탕으로 병영독서를 보다 활성화시킬 방안이 논의됐다. 우선 병영독서에 대한 설문조사를 넘어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찬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병영독서의 정책이 정교해지기 위해서는 내용의 근거들이 구체적인 설득력을 지닐 필요가 있다"면서 "병영독서에 대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해 보다 장기적 안목의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병영독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 국장은 "휴대전화를 활용한 독서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입대하는 병사들의 달라진 세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에 맞는 병영독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겸임교수는 "간부의 성향에 따라 병영독서 활성화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지휘관 교육에 독서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중문고 개선돼야" = 병영도서관과 진중문고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인이자 수필가, 독서운동가로 활동하는 김인수 준장(육군군사연구소 소장)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병영도서관을 포함해 관리하는 등 병영도서관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면서 "진중문고를 선정하고 보급하는 체계를 개선하고 도서 구입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영독서가 군부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와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호응을 얻었다. 박찬수 책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는 "지역에는 좋은 서점들이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면서 "군이 지역서점, 도서관과 연계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외 부대 평가에 독서활성화 성과를 반영하고 민·관·군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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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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