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은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 등 보수의 아성이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한국당 싹쓸이 판세에 균열이 생기면서 표심의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 정서가 퍼져있지만 민심이 한국당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예단은 섣부르다. 역대 선거에서 한국당은 공천이나 인물·세대교체 등 유권자의 요구와 동떨어진 행태로 비판을 받았다. 대국민 혁신메시지에 구색용으로 대구경북 물갈이를 이용했다는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20대 총선에선 '친박·진박' 감별논란에 따른 낙하산식 공천이 있었고, 민주당에 2석을 내줬다. 대구 12석 중 한국당이 8석, 민주당이 2석, 바른미래(유승민) 우리공화당(조원진) 등이다. 경북은 13석 중 11석이 한국당 소속이고 경산과 칠곡·성주·고령은 공석이다.

21대 총선도 '물갈이'가 최대 변수로 등장하는 모양새다. 한국당이 TK 현역 50% 교체를 공공연히 외친다. 지역정가에선 한국당 전체 교체비율을 높이기 위해 대구경북이 또 희생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정종섭 의원을 제외하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없다. 물갈이 대상이 늘어날 것이라는 말이다. 같은 생활권으로 묶여 있는 대구의 파장이 클 것이다.

◆김부겸 유승민의 운명은 = 대구의 최대 관심지역중 한 곳은 유승민 의원의 동구을이다. 새로운 보수당과 한국당의 통합여부에 따라 판도 달라지겠지만 지난 총선 당시 배신자 낙인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유승민의 당선여부 자체가 볼거리다. 김부겸 의원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당선된 수성갑을 지켜내고 민주당내 차기주자의 위치로 상승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진박 후보'였던 추경호(달성) 곽상도(중·남구) 의원의 생환여부나 주호영(수성을) 의원의 5선고지도 눈길을 끈다.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 | 대구시선관위는 22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정책선거 홍보 및 18세 유권자 응원 퍼포먼스'를 했다. 대구선관위 제공


경북은 보수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곳 답게 한국당 공천결과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구 개편 등의 변수도 있겠지만 한국당 지지성향의 판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주공산인 경산과 칠곡·성주·고령의 새주인이 누가 될지, 일부 고령 의원의 공천 물갈이 대상여부도 관심대목이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아직 안개구도라 2월 중순이 지나야 총선 대진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대구경북의 민심은 정권심판 분위기가 강하지만 공천결과와 보수통합 여부 등에 따라 지역별 민심향방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PK, 보수아성 청산과 회복의 갈림길 = 부산울산경남(PK) 선거는 보수아성 청산과 회복이 걸린 선거이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8석을 차지한데다 보궐을 거치며 2석이 늘어 10석 됐다. 민주당은 10석 이상을얻어야 승리를 말할 수 있다. 현 정부 중간평가 가늠자로서의 역할도 맡았다.

최근 분위기는 민주당에게 매우 좋지 않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 부산 뿐 아니라 울산과 경남까지 온갖 전국적 구설수의 중심에 서있다. 조선과 중공업이 몰려 있는 핵심지역이라는 점에서 하락 경기의 직격탄까지 맞았다.

민주당이 조국 사태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는 매우 비관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다시 여론조사를 했지만 50% 정도 밖에 회복하지 못했다고 푸념하는 의원도 있다.

연동형비례제의 등장으로 진보는 갈라져 있고, 궁지에 몰린 보수는 통합과 물갈이에 힘쓰는 것도 민주당으로선 달갑지 않다.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대권 후보들의 생환여부다. 김영삼·노무현·문재인 등을 배출한 PK는 대권으로 통하는 코스로 인식돼 왔다.

민주당에서는 김영춘, 김두관 의원이 한국당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나올 전망이다.

그동안 PK는 대구경북(TK)와 함께 보수텃밭으로 불린다. 1990년 3당합당 이후 역대선거에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그대로 통해왔다. 민주당이 거의 절반이 몰린 수도권에서 과반을 차지해도 1당이 되지 못한 이유는 PK 때문이다.

PK는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수가 40석(부산18·울산6·경남16)으로 TK 25석(대구12·경북13)과 함께 한국당의 든든한 지지기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한국당이 총선마다 절반을 먹고 시작할 수 있는 토대였다. 호남이 28석(광주8·전남10·전북10)으므로 진보와 보수 진영이 각각의 지역기반에서 30석 이상 차를 안고 출발하는 셈이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압도적으로 이겨야만 겨우 1당이 가능한 이유다.

때문에 지난 총선 PK에서 민주당의 선전은 대선을 이기고 지방선거까지 완전히 뒤집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PK에서의 선전을 통해 이참에 한국당 지역기반을 TK로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 통할지 아닐지 관심이다.

[ "4.15 총선 권역별 전망" 보기 ]

최세호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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