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후보지 포함" 미리 알려

이천시장, 이·통장과 사전 소통

시민들 "인근주민 불안감 분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3차 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로 경기도 이천의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이 결정됐다. 그러나 앞서 우한 교민 수용을 반대했던 진천·아산과 달리 이천지역 주민들은 불안감 속에서도 차분하게 정부방침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주민 모두 진천·아산 사례를 겪으면서 한층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10일 오전 중국 우한시에 남아있는 재외국민과 직계가족을 국내로 안전하게 이송하기 위해 3차 임시항공편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3차 귀국자 150여명이 14일간 머물 임시생활시설은 이천시 국방어학원으로 정했다.

10일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1리에서 열린 3차 전세기 관련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엄태준 이천시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천 연합뉴스


이날 행정안전부와 이천시는 긴급 주민간담회를 여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천시는 오후 2시 시청 대회의실에서 엄태준 시장 주관으로 '신종 코로나 관련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14개 읍면동 이·통장단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장협의회, 남녀새마을지도자협의회에서 50여명이 참석했다. 행안부도 이날 오후 4시 장호원읍 이황1리 마을회관에서 별도로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이황1리 등 국방어학원 주변 9개 리 주민대표 20여명을 대상으로 협조를 구했다. 이승우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주민들과 방역대책, 지원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엄 시장은 "컨테이너 현장상황실을 설치하고 우한 교민들이 떠날 때까지 직접 근무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주민간담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주민들은 대부분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거나 두 눈을 감고 설명을 들었다. 주민들은 "귀국자들이 산책은 하지 않느냐, 지역에 소독은 하느냐, 지역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이 정책관은 "1인 1실 원칙으로 방안에서만 생활하고, 시설 안은 중앙정부가, 바깥은 경기도·이천시와 협조해 계속 소독한다"면서 "지역이 위축되지 않도록 도시락 등 필요물품업체를 이천지역에서 선정하는 방안 등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지역주민을 위한 차량 소독설비 설치와 마스크 공급도 약속했다.

진 영 행안부 장관도 11일 오후 이천시 장호원읍사무소를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주민들은 정부의 결정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대승적 차원에서 우한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엄태준 이천시장은 "지난주 토요일(8일) 행안부 차관에게 전화를 받고 후보지에 포함된 사실을 알았고, 다음날 이 정책관이 직접 와서 후보지 선정배경 등을 설명하고 월요일 아침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면서 "사전에 어느 정도 소통이 이뤄져 무난히 추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 시장은 임시생활시설이 결정되기 전인 9일 오후 이·통장 및 주민자치위원장 등 주민대표들을 만나 이런 사실을 알렸다. 10일 오전 9시에는 장호원읍사무소에서 이장단과 만나 협조를 당부하고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이천 시민들도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엄 시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시민들이 '인근 마을주민들에게 감사표시를 하자'는 등 주민들의 불안감을 함께 나누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면서 "한 단계 더 성숙된 자세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승우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후보지 단계에서부터 지자체에 먼저 검토 사실을 알려줬고, 지자체도 이통장협의회 사회단체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사전 협의가 이뤄졌다"며 "아산·진천 사례 덕분에 주민들의 우려도 줄었고, 반발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이어 "각종 재난을 겪으면서 대응 매뉴얼이 쌓이고 대응방식도 정교해지는 것 같다"며 "이번 신종 코르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국민들의 지원과 협조로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한 지역 교민들을 데려오기 위한 세 번째 전세기가 11일 저녁 8시 45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한다. 이번 귀국 대상은 150여명으로 우한시와 인근 지역 교민, 그리고 그들의 중국인 가족이다. 중국 정부는 앞서 1·2차 전세기 투입 때는 중국 국적 가족들의 탑승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지난 5일 방침을 바꿨다. 전세기는 12일 오전 6시 30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에 150여명이 귀환해도 우한에는 100여명의 교민이 남을 전망이다. 이들은 직장 등 생활 터전이 우한이라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전염병 추이에 따라 이들도 귀국을 희망할 경우 정부가 추가 전세기를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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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김신일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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