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강국 코리아는 대한민국 서남단에서 시작된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다시 남서쪽으로 149km 떨어진 바다 위에 있는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에서는 오늘도 해양연구가 한창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003년 이어도를 시작으로 신안 가거초, 옹진 소청초에 해양과학기지를 구축했다. 육지에서 100km 이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풍을 관측할 수 있는 해양과학기지를 갖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연구자들은 해양관측과 연구를 위해 매년 120여일을 서해와 동중국해의 망망대해에서 보내고 있다. 지난 11일 '해양관측'을 인생의 숙명으로 삼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들을 만나보았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태풍의 길목을 지킨다 =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해양관측연구를 맡고 있다. 태풍 이동경로와 규모 등을 조기에 관측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03년에는 완공 후 3개월 만에 태풍 '매미'의 실제 관측정보를 조기에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설계부터 준공까지 책임 진 심재설 책임연구원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기상예보를 통해 태풍 매미가 이틀 뒤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잘 가동되고 있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갑자기 멈췄습니다. 헬기가 뜰 수 없어 운영요원 4명이 태풍이 북상하고 있는 바다로 나갔습니다. 그들에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얼마나 애간장을 녹였는지 모릅니다. 10시간 만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저도 모르게 다리가 풀리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운영요원들의 책임감 덕택에 수많은 기상기록을 갈아치운 매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지요."

◆세계 최고수준의 설계기술 보유 = 장기 해양관측을 위해 해양과학기지는 최대 100년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100년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구조물의 수명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가거초 기지의 경우 2011년 태풍 '무이파'의 내습으로 해수면으로부터 15m 높이에 있는 구조물이 파력에 의해 접히는 피해를 입었다. 민인기 책임기술원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가거초 기지 설계 당시만 해도, 암초 위에 위치한 해양구조물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복구방안에 대한 연구개발에 매진했습니다."

연구결과는 쇄파대에서 해양구조물 안정성을 해석하는 '재킷(JACKET)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져 국내외 학계에 공유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대양관측망 네트워크 등록 = 우리나라는 종합해양과학기지를 활용해 지난 십 수 년간 고품질의 해양관측자료를 축적했고, 2018년에는 3대 해양과학기지가 대양관측망 네트워크(OceanSITES)에 등록됐다. 그동안 심해 관측시스템만 등록됐는데, 수심 15~50m 내외인 우리 해양과학기지가 등록된 것은 대양관측망 네트워크의 관측영역을 심해에서 대륙붕까지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심재설 박사는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해양관측에 4차산업혁명 기술분야를 접목한 융합연구가 활발히 수행 중입니다. 해양선진국들은 수중로봇, 통신, 인공지능형 제어기술 등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형태의 해양관측시스템을 통합하여 막대한 양의 해양관측 자료를 생산하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진도 해양과학기지에 첨단 해양관측기술 접목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아직은 해양과학기지가 구축되지 않은 동해까지 관측영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해양정보 사용자에게 양질의 관측자료를 반드시 제공하겠습니다."

해양과학기지 구축사업은 올해까지 2단계를 마치고 내년부터 2026년까지 동해 첨단 해양관측시스템 구축, 해양과학기지의 지능형 및 3차원 해양관측시스템으로 발전, 해양과학기지 사용자 맞춤형 역할 확대 등을 진행하는 3단계로 이어진다. 맞춤형 역할확대는 국제협력 등을 포괄한다.

해양과 기상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자연재해 대응 등 지구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해양과학기지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 중 하나다. 풍랑이 거칠수록 그 존재가치를 더욱 선명히 빛내는 해양과학기지가 대양관측망 네트워크에 등록되면서 전세계 해양연구의 소중한 공동자산으로 자리매김됐다.

공동기획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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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 류창현 KIOST 행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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