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비 8년11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 2월 경제지표에 본격 반영 … 장기화 여부가 열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지난 연말 이후 바닥권을 벗어나려던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 공포'는 사람의 이동을 제한한다. '소비 절벽'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주 중반쯤 발표할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지난주 경기보강대책을 통해 최대 20조+α 규모의 재정을 투입, 내수침체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대책도 말 그대로 '경기보강' 차원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작된 내수 위축 =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1월 경제지표만 보더라도 내수위축 기류가 뚜렷하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것이 2월 중순임을 고려하면 향후 지표에서는 이런 흐름이 더 강해질 전망이다.

2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월 기준으로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전월보다 3.1% 줄었다. 구제역과 한파가 겹쳤던 2011년 2월(-7.0%) 이후 8년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2월 소비 감소세는 더 급격하게 꺾일 것으로 보인다. 2월 산업활동동향은 3월말쯤 최종 집계된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각 기관의 경제관련 속보치를 집계한 결과 서비스업 지표들은 대부분 반토막 상황이다.

코로나19 종합대책 발표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 등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항공기 탑승객 84% 줄어 = 가장 심각한 것은 항공 분야다. 항공기 탑승객은 설 연휴 직전인 1월 세째주만 해도 전년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공포가 시작된 1월 네째주 35.2% 급감했다. 2월 첫째주 -69.2%, 둘째주 -83.5%, 세째주 -84.4%의 급감세를 지속했다. 사실상 산업 붕괴 상태다.

항공산업의 붕괴는 중국인 관광객 급감과 연동돼 있다. 중국 관광객은 우리나라 여행객의 34%를 차지한다. 방한 중국인은 1월 네째주 37.3% 줄어든 데 이어 2월 첫째주 -72.2%, 둘째주 -81.2%, 세째주엔 80.4%였다. 앞으로 여행제한에 나서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방한관광객은 더욱 급감할 전망이다.

면세점 매출도 40% 가량 급감했다. 2월 첫째주 -42.0%에 이어 둘째주 -38.4%, 세째주 -40.4%의 급감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민들이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면서 영화 관람객도 반토막이 났다. 영화 관람객은 1월 세째주 -40.1%, 네째주 -45.3%, 2월 첫째주 -56.8%, 둘째주 -63.5%, 세째주 -57.0%의 급감세를 보였다.

소비자들의 심리지수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2월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7로 한 달 전보다 8p가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3월(7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온라인쇼핑만 특수효과 = 숙박이나 음식점 등 주요 소비 관련 지표도 마찬가지다.

숙박의 경우 올 1월까지만 해도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 또는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월 첫째주에 17.7% 감소한 것을 비롯해 둘째주 -10.8%, 세째주 -24.5%로 갈수록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음식점 매출도 2월 들어 첫째주 -9.6%, 둘째주 -2.0%, 세째주 -14.2%로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감소폭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소매업태별로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은 두자릿수의 큰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고전 중이다.

온라인쇼핑은 2월 둘째주에 전년동기대비 15.0% 증가한 데 이어 세째주에도 14.7%의 큰폭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백화점 매출은 2월 첫째주 -22.6%, 둘째주 -1.9%, 세째주 -20.6%의 급감세를 보였다. 대형마트는 2월 첫째주(-8.3%)와 둘째주(-6.4%)에 큰폭 감소한 데 이어 세째주에는 5.0% 증가했다. 편의점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2월 첫째주에 2.5% 증가한 데 이어 둘째주에는 10.6% 늘었고, 세째주에도 2.7%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긴급처방 내놓긴 했지만 = 이에 따라 정부는 먼저 내수 침체를 막은 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방향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일단 지난달 28일 발표한 1차대책을 통해 총 5조7500억원 규모의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개인사업자 부가가치세 납부세액 한시 경감(8000억원), 체크·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율 2배 상향(2200억원), 승용차 개별소비세 70% 인하(4700억원), 접대비 손금산입 한도 한시 상향(1600억원) 등으로 총 1조7000억원을 지원하는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또 지역사랑상품권에 온누리상품권 발행규모 확대, 소비쿠폰 지급 등을 합하면 총 3조7000억원 규모의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추경안에서도 소비 진작책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대책만으로 '소비절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국가미래연구원 기고를 통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부분에 대한 실효성 높은 미시적 외과적 '정밀 수술'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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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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