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술진 개발

로봇 상용화 눈앞

해양 선진국은 육상의 자원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바다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망간단괴 다양한 해저자원을 확보하고자 물밑 작업이 한창인 것이다. 인간을 대신해 바다를 탐색하고 고난도 수중작업이 가능한 수중로봇 개발에 각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는 수중건설로봇 경쟁 중 = 수중건설로봇 개발은 미국 등 해양 선진국을 중심으로 원유 등 해저자원 탐사를 위해 1970년대부터 본격 시작돼 1970년대 후반에는 통신과 전기 전송을 위해 해저케이블 설치에 활용됐다.

최근에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활발히 추진되면서 해상풍력, 조력발전 등 해양에너지 구조물 건설을 위한 수중건설로봇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작업환경도 얕은 바다(천해)에서 깊은 바다(심해)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중건설 현장에 수중건설로봇을 투입해 왔지만 국내 기술로 개발한 수중건설로봇이 없어 100% 해외에 의존했다. 막대한 임차비용 부담 등으로 독자적인 수중건설로봇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013년부터 수중건설로봇 국산화를 목표로 개발을 시작했고, 2017년에는 포항 영일만에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를 열고 연구기반을 갖추게 됐다.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에서는 실제 바다와 유사한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최대유속 3.4노트의 조류를 발생시킬 수 있는 회류수조와 3차원 대형수조(35×20×9.6m)를 갖추고 있다.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장인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건설로봇사업단장은 국내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수중건설로봇 3종(URI-R·T·L)을 지금까지 주요 성과로 꼽는다. 우리기술로 세계 수중건설로봇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도 'URI(Underwater Robotics, It's)'라고 했다. 우리-알(URI-R)은 단단한 지반에서 파이프라인 매설과 암반파쇄 작업을 하고, 우리-티(URI-T)는 해저케이블을 매설하거나 해양구조물 유지 보수를 담당한다.

우리-엘(URI-L)은 건설작업장 주변의 정밀한 수중환경조사나 가벼운 작업의 유지보수 작업에 사용한다. 각 로봇은 최대수심 500~2500m에서 정교하면서 난이도가 높은 작업을 할 수 있다.

장 단장은 "심해에서는 시야확보가 어려워 작업현장 주변의 변화나 돌발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데 미세한 소리를 감지하는 수중음향기술과 360도 전방향 탐지를 할 수 있는 기술은 '우리(URI)'만 갖고 있는 독자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술로 만든 수중로봇 상용화 눈앞 = 이들 수중건설로봇은 2018년 동해에서 실증실험에 성공한 후 기업 3곳과 기술이전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현재 국내 수중건설로봇 시장 규모는 연간 400억원 규모다.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로봇을 상용화하게 되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해외장비 임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2030년 세계 무인수중로봇시장에서 5% 점유율을 달성해 125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바다는 기회의 땅이다. 우리나라는 태평양, 인도양 등에 독점탐사할 수 있는 해저광구 5곳을 확보하고 있다. 해저개발을 주도할 수중로봇 개발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기반이 될 것이다.

장 단장은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 수중로봇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많이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한국해양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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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 류창현 해양과학기술원 행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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