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충격 정도, 코로나19 확산세 언제 진정되느냐에 달렸다 … 정부 "부정 영향 불가피, 지금은 피해극복에 힘 모아야"

코로나19에 따른 성장률 둔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내수와 수출 모두 비상이 걸리면서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나둘씩 낮추고 있다.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정도의 문제일 뿐 이미 기정사실화했다. 연간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 2009년(0.8%) 이후 11년 만에 2.0% 아래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부터 회복세 전망했지만 =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며 금리 인하를 통해 경제심리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도 이런 흐름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성장률을 논할 때가 아니라 코로나 대응에 국력을 모아야 할 때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가 일정 부분 연간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고 1분기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지금은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조정에는 선을 그었다.

코로나19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사실 아무도 점치기 어려운 문제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진정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제기구나 한국은행 정도가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2.3%에서 2.0%로 0.3%p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3%를 유지했다. 지난해 9월 중간 경제전망에서 2019년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낮춘 이후 6개월 만의 최대 하향폭이다.


무엇보다 2.0%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기록한 성장률 실적치 2.0%와 같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올해 정부가 예상한 2.4% 성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중국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만큼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이 있다"며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OECD는 또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필수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보수적 한은도 하향조정 = 통상 연초에는 낙관적 전망치를 내놓았던 한국은행 역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잡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하지만 이날 금통위는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하고 1분기 역성장을 우려했다. 한은은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날 2명의 금리인하 소수의견도 나왔다. 조동철 위원과 신인석 위원이 금리를 1.0%로 0.25%p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기재부와 한은 안팎에서는 4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추경)을 추진한 뒤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금리인하)으로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추경안을 편성하기로 한 데 이어 금리인하를 동시에 활용할 경우 재정과 통화정책을 극대화한다는 의미에서 폴리시믹스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와 만나 코로나19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정부는 4일 추경안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신평사 등은 1%대 전망도 = 국제신용평가사나 민간은행들의 전망은 좀 더 냉혹한 편이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1.6%로, 무디스는 2.1%에서 1.9%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그룹 산하의 컨설팅 업체 피치솔루션스는 2.2%에서 1.7%로 낮췄다. 3대 신평사 모두 한국이 올해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셈이다.

코로나 직격탄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률도 낮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코로나19의 충격 등을 고려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연간 성장률 2.8%는 금융위기 직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2009년(-0.1%) 이후 가장 낮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24일 주요 투자은행과 경제연구소 등 36곳의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에서는 평균 전망치가 전월(3.1%)보다 0.2%p 하락한 2.9%를 나타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충격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달 21일 미국 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으면서 이런 우려는 급속히 커졌다. 특히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식될 경우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측하면서도 만약 상반기 내내 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때는 0.5%까지 추락할 것이라 경고했다. 결국 코로나19의 경제 충격 정도는 확산세가 언제 진정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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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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