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개발

국내 과학자들이 만든 생분해성 그물이 해양오염을 줄이는 새로운 어업시대를 여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지난 2005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세계 최초로 PBS(폴리부틸렌석시네이트) 원료를 이용해 개발한 생분해성 그물은 관련 업계로 기술이전을 통해 산업화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부터 정부가 '친환경어구 보급사업'을 통해 어업현장에 보급하면서 사용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경북 울진군과 영덕군에서 시행 중인 생분해성 대게 그물이 대표적이다. 이런 생분해 그물은 바다에 빠뜨리게 돼도 미생물 작용에 의해 몇 년만에 완전 분해된다. 나일론 그물이 분해되는데 50년에서 수백 년 걸리는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물로 조업을 하고 있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해양생태계 파괴하는 플라스틱 그물 = 플라스틱은 값이 저렴하고 가벼우며 성형하기 쉽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잘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한해 3억5000만톤씩 생산되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의 80%는 쓰레기로 배출되고 있고, 연간 수십만 톤의 플라스틱이 해양에 축적되고 있다.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장점은 이젠 단점이 되었고, 그 처리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다.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그물도 플라스틱이다. 합성섬유가 개발되면서 강도와 내구성이 우수한 나일론 그물이 이전까지 사용됐던 면사나 견사 등 천연섬유로 된 그물을 대체했다.

그러나 플라스틱 그물은 악천후나 조업 중 사고로 바다에 빠뜨리게 되면 해양쓰레기로 오랜 기간 해저에 남아 해양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어구사용량(연근해어업 및 양식장)은 9만6000톤으로 추정되고, 이 중 매년 2만4000톤(25.3%) 정도의 그물이 유실되고 있다.(2018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저에 버려진 그물에 물고기가 걸려서 죽게 되면 이것이 미끼가 돼 더 많은 물고기가 계속 걸려 죽게되는 '유령어업'(Ghost Fishing)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1960년대부터 유령어업의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령어업에 의해 소모되는 수산자원량은 연간 9만5000톤(이용자원의 약 10%)으로 매년 약 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분해성 그물 성능 향상 =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미생물에 의해 자연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박테리아, 균, 곰팡이, 조류 등 자연계의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메탄 등 저분자 화합물로 분해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대체로 전분을 이용하거나 지방족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해서 만든다. 전분을 사용하는 방법은 옥수수나 감자를 첨가해서 만들며, 지방족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는 방법은 생분해성이 없는 방향족 폴리에스테르(주로 의류에 사용)의 분자구조 중 벤젠고리 부분을 지방족 탄화수소로 대체해 자연환경에서 완전 생분해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PBS 원료로 만든 그물은 대게어업에는 적합했지만 꽃게, 참조기 등을 어획하는 다른 어업에는 적합하지 않아 생분해 그물의 사용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됐다. 나일론 그물에 비해 유연성이 낮아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였다. 가격도 나일론 그물에 비해 2~3배 비싸다는 단점도 있었다.

수과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주)안코바이오플라스틱, 인하대 산학협력단, (사)제주근해유자망어선주협의회와 함께 생분해성 그물용 고성능 원료개발과 생산비 절감 연구를 추진했고, 지난 11일 새로운 4종류의 원료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생분해성 그물용 원료에 비해 강도 유연성 분해성 친환경성 등이 향상됐고 원가도 5% 정도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신규 원료로 제작한 꽃게용 그물과 참조기용 그물의 어획성능 시험에서도 기존 나일론 그물과 동등한 성능을 보였다. 생분해성 그물이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고 그것이 시너지가 되어 세계 시장으로도 뻗어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박수봉 국립수산과학원 박사


공동기획 : 내일신문·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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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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