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개 바이러스 존재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그리고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모두 육상 동물을 매개로 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는 이들에 대해 아직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 또, 더 많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해양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해양바이러스를 1시간 안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해양생물 대량폐사 절반은 원인 몰라 =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 건 이상의 해양생물 대량 폐사가 보고되고 있지만 절반 정도는 정확한 발생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상기후 해양오염 등 환경적 요인을 주목했지만 최근에는 해양에 존재하는 해양병원체, 그 중 해수에 가장 많은 개체(약 20만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양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실린 리즈 앨런의 기고문에 따르면, 20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 해변에서 집단 폐사(21마리)한 바다표범의 사체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세 종류의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바다표범의 폐사에 직접적 원인이 됐는지, 다른 인자가 영향을 미쳤을지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모든 바다표범의 폐가 비정상적이었고, 일부는 명확한 폐렴의 징후를 보인 것을 보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바다표범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1800년대부터 육상바이러스에 대한 다양한 백신이 개발되고 있는 것에 비해 약 100년 뒤늦게 시작한 해양바이러스 연구는 아직 기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수산물 양식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우리나라도 원인불명의 양식생물질병으로 매년 피해를 보고 있다. '해양바이러스에 대한 진단과 예방'을 위한 연구역량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해양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 =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013년부터 해양바이러스를 정밀 진단하고, 분포 양상을 조사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국내 연안을 포함 18개국 35개 지역으로부터 시료를 채취·분석해 해양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글로벌 감염성 해양바이러스 병원체의 모니터링 및 발생 패턴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해양바이러스 연구에서 의미있는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KIOST는 2018년 서린바이오와 해양바이러스 현장진단기술 이전계약을 체결했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드러났듯이 신속한 방역을 위해서는 감염 여부를 현장에서 진단할 수 있는 빠르고 정확한 진단 시스템이 필요하다.

KIOST가 개발한 간편 진단키트는 비전문가도 현장에서 1시간 이내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신속한 초동 조치는 물론 해양바이러스 확산 방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알려지지 않은 해양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심각한 전염병을 유발시킨다면,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몇 년 전 빙하와 극지방의 동토가 녹으면서 발견된 거대바이러스는 다른 생명체에서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이며, 인간 또는 수산생물에게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전염병 확산 이후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이러스를 이해하고 관리체계를 만들어 놓는 것은 더 기본적인 대비책이다.

글·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엄경환·이택견

공동기획 : 내일신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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