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붕(Ice Shelf)은 바다에 떠 있으면서 남극대륙을 감싸고 있다. 수 백미터 두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남극대륙의 빙하가 흘러서 바다의 빙붕으로 들어오고, 빙붕의 바다 쪽 가장자리는 빙산으로 떨어져 나간다. 로스빙붕 론빙붕 필히너빙붕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극지연구소와 스웨덴 국제공동연구팀은 서남극 아문젠해 겟츠 (Getz) 빙붕에서, 바다에 잠겨 있는 두께 300~400m의 빙붕이 외부 바닷물을 차단하는 현상을 관측했다. 이번 연구에서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는 빙붕의 역할이 확인됐고, 그 결과는 지난달 27일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 (Nature)지에 게재됐다.

극지연구소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서 빙붕을 관측하고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제공


◆기후변화에 의한 남극의 급격한 환경변화 = 연구팀은 2016년부터 2년에 걸쳐 우리나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활용해 겟츠 빙붕 주변 바다에서 수심에 따른 유속과 염분 변화 등을 측정했다. 관측 결과 빙붕에 가까워질수록 남극대륙으로 흐르는 따뜻한 바닷물 속도가 감소했고, 따뜻한 물 중 약 30%만 빙붕 너머 빙하 하부를 녹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인공위성 관측값과도 일치한다.

지구온난화는 남극해에 극심한 환경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보통 바닷물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극순환심층수는 남극대륙 연안으로 밀려오면서 빙붕 하부를 녹여 전 지구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 남극순환심층수는 북대서양이나 남극보다 북쪽에서 형성된 거대한 물덩어리(수괴)로 염분이 많아 비중이 높고, 보통 바닷물보다 어는 점도 약 4℃ 높다. 빙붕을 넘어간 따뜻한 물이 바다 쪽에 있는 빙하 하부를 녹이고, 빙하가 바깥 쪽에서 빨리 녹으면 육지의 빙하가 바다 쪽으로 밀려내려와 빨리 녹게 된다.

외부 바닷물을 차단하는 빙붕이 하부에서 녹으면서 '빙붕 후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빙붕 후퇴는 육지의 빙하가 빙붕으로 내려오는 것보다 빙붕이 녹아서 없어지는 속도가 빠른 현상인데, 2000년대 이후 후퇴 속도가 1990년대보다 5배 빠르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서남극 아문젠해는 따뜻한 남극순환심층수를 나르는 남극환류 위치가 남극대륙 쪽에 가까워 다른 해역에 비해 빙붕 후퇴 속도가 더 빠르다. 빙붕이 더 빨리 없어지는 것이다.

◆열에너지 유입에 따른 빙붕융해 연구 =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빙붕 하부로 유입돼 빙붕을 녹이는 열에너지를 측정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바다에서 기원한 열에너지가 빙붕을 녹이는 과정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극지연구소는 온난화와 빙붕융해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를 평가하기 위해 아문젠해 국제공동관측 및 연구네트워크를 만들었고, 2010년부터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활용해 여섯 번의 종합 해양조사를 진행했다. 현장조사기간 동안 빙붕 앞면(바다 쪽)에 다수의 장기해양관측시스템을 설치해 빙붕 하부로 유입되는 남극순환심층수와 빙붕이 녹은 물(융빙수)의 변동성을 관측했다.

공동기획 : 내일신문·극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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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 김태완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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