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 물·식량해결 도와

한국의 해양과학이 물과 식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적도 인근의 작은 섬나라를 돕고 있다. 33개 섬으로 이뤄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공화국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토지부족과 기후변화 인구증가 등으로 물과 식량부족이 심화돼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해양수산부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2018년부터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진행했다.

해양수산부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지난해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에 '태양광 복합 해수담수화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지형조건 고려한 수경재배시스템 보급 = 키리바시의 섬 33개 중 21개는 무인도이고, 인구는 수도 타라와 나머지 섬들에 집중돼 있다. 토지면적은 좁지만 섬들이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어 넓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보유하고 있다. 해수부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풍부한 바닷물을 이용해 타라와 섬지역에 먹는 물과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해수담수화시스템(2019년)과 수경재배시스템(2018년)을 지원했다.

키리바시는 토양에 바닷물이 침투하고 석회질 성분이 많아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 현지에서는 채소가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양도 적다. 수경재배는 작물생육에 필요한 물과 양분을 토양에서 공급받는 게 아니라 배양액으로 공급하는 재배방식이다. 흙이 아닌 양액배지를 사용해 각종 병충해로부터 작물을 보호할 수도 있고, 작물 생육에 필요한 각종 성분을 계획적으로 공급해 단기간에 많은 수확량을 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수경재배에 사용하는 물은 지난해 해수담수화 시설이 완공돼 바닷물을 농사용물과 바꿔 사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우물물을 사용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설치한 해수담수화시설은 하루 10톤의 담수(염분 함유량이 적은 물)를 생산해 3톤은 농업에, 7톤은 주민 식수로 사용한다.

◆역삼투압 이용해 바닷물을 먹는 물로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지난해 키리바시에 '태양광 복합 해수담수화 시스템'을 보급·설치했다.

연구소가 이용한 담수화기술은 역삼투법이다. 해수담수화 기술은 바닷물을 가열한 후 수증기를 응축해 물을 얻는 '증발법'에서 역삼투법을 거쳐 정삼투법 막증류법 흡착식법 등으로 기술이 다양해지고 있다. 핵심은 에너지사용량을 줄이고 담수를 많이 얻어내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중동지역 산유국들에 설치·운영하는 기법은 증발법이다. 석유를 처리할 때 나오는 폐열을 사용해 바닷물을 끓인다. 하지만 부산 기장군에 설치한 담수화설비는 역삼투압 방식을 이용했다.

역삼투압 방식은 물이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삼투압을 거꾸로 적용한 것이다. 염분이 녹아 담수에 비해 농도가 높은 바닷물에 높은 압력(60파스칼)을 가해 물만 필터를 통과시키는 것이다. 거름종이로 맑은 물을 걸러내는 것처럼 바닷물을 필터에 통과시켜 담수를 얻는다. 이때 사용하는 필터 구멍은 나노입자들이 통과할 수 있는 작은 크기로 염분 등을 걸러준다. 바닷물 100리터로 담수 40~60리터를 만들 수 있다. 나머지는 염분 농도가 더 높아진 농축수로 남는다.

고압펌프를 돌리는 에너지는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다. 담수 1톤 만드는 데 시간당 3.6kw의 전기를 사용한다. 태양광을 쓸 수 없을 때는 현지의 디젤발전기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해수담수화 효율은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바닷물을 담수로 전환하는 비율을 높이면서 남아있는(사용하는) 농축수를 환경친화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포함 세계는 증발법, 역삼투법을 지난 정삼투법 막증류법 흡착식법 등을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정삼투법은 삼투압을 그대로 이용한다. 바닷물보다 농도가 높은 유도물질을 이용하면 역삼투압법에 비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담수화율도 80%까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농도가 높은 유도물질(농축액)을 만들거나 분리·회수하는 기술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막증류법은 고어텍스같이 물이 잘 달라붙지 않는 성질(소수성)을 가진 막을 사용해 물이 낮은 온도에서도 증발되게 하고 수증기를 응축해 담수를 생산한다. 소수성을 가진 소재 개발이 진행 중이다. 흡착식은 탈수제인 '물먹는 하마' 방식과 비슷하다. 실리카겔이라는 흡착제를 사용한다. 실리카겔은 구멍이 많아서 수증기를 잘 담아놓을 수 있는데 열을 가해 수증기를 탈착해 담수를 얻는다. 흡착제 개발과 흡·탈착 공정을 확립하는 게 과제다.

공동기획 : 내일신문·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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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문덕수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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