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아쉬움 크지만 ‘한번 더 기회’

“야당, 탄핵 겪고도 변한 것 없다”

4.15 총선은 ‘꺼지지 않은 촛불’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건국 이래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끌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주창했던 촛불민심은 여전히 강한 응집력을 통해 전례없는 총선 결과를 낳았다. 문재인정권 국정 3년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를 극복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민주당에 ‘한번 더 기회’를 줬다. 통합당은 “탄핵을 당했음에도 반성과 쇄신을 외면했다”며 또 다시 강도 높게 심판했다.

4.15 총선 결과는 2016년 타오른 촛불민심이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국사회를 관통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박근혜 보수정권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민심은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고, 정치권에 새로운 대한민국으로의 개조를 요구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 전 분야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이룰 것을 명령했다. 개혁 임무는 민주당에게 맡겨졌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겼다.

하지만 문재인정권 국정 3년에 대한 중간평가인 총선을 앞두고 촛불민심은 문재인정권이 개혁 임무를 100% 완수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민생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정치는 혼란과 분열로 소용돌이쳤다. 대북관계와 외교는 여전히 불안했다. 정권심판론이 부각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총선은 ‘코로나 수렁’에 빠져버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불행 중 다행일까. 문재인정권은 과거 박근혜정권의 메르스 때와 달리 재난사태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촛불민심은 문재인정권 국정 3년에 대한 ‘심판’을 잠시 미루고 민주당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줬다.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것처럼 코로나19 뒤에 닥쳐올 초유의 경제위기도 성공적으로 극복해달라는 간절한 당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촛불민심으로부터 또 한번 기회를 받은 문재인정권은 다음 대선까지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내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더이상 ‘코로나 효과’에만 기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기록적 총선 참패는 통합당 스스로에게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촛불민심은 통합당을 2017년 탄핵과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2020년 총선을 통해 다시 한번 심판했다. 통합당은 황교안 체제 출범과 보수통합을 통해 “국정농단 세력과 단절했다” “새롭게 거듭났다”고 호소했지만 촛불민심은 믿지 않았다. 친박은 친황으로 이름표만 바꿔달았고 통합당은 태극기세력에 매달렸다. 위성정당 구태를 촉발했다. 앞다퉈 막말을 쏟아냈다. 통합당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웠지만 촛불민심은 통합당이 문재인정권을 심판하고 대체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탄핵 이후에도 국민이 바랐던 과거와의 단절과 쇄신을 이뤄내지 못한 통합당 스스로가 총선 참패의 1차 원인 제공자”라며 “(여당 승리는) 문재인정권 국정 3년에 대해 좋은 점수를 준 게 아니고, 코로나19 사태로 (평가를) 유보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촛불민심은 통합당이 보수언론, 검찰과 함께 ‘적폐 카르텔’을 형성해 (국민 요구인) 개혁에 저항한다고 본다”며 “문재인정부가 이 카르텔을 무너뜨리지 못하자 국민이 직접 나서 또 한번 심판한 게 이번 총선”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인사는 “보수정당이 제대로 된 (정권) 견제세력이 되려면 대안을 제시하고 자신의 방향성도 뚜렷해야 하는데 통합당은 여전히 역부족이고, 민심은 그걸 꿰뚫어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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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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