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과반 '무한책임'

현안 밀어붙이기 우려

15일 끝난 21대 총선은 여대야소로 결론이 났다. 유권자들은 야당을 통한 정권 견제 보다는 여권에 과반의석을 맡겨 정국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코로나 19 감염증 사태를 집권세력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하는 표심이 반영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사상 최초의 전국단위 선거 4연승과 함께 집권당 '무한책임'을 함께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과반의석을 넘기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단초를 마련했다. 1당을 지켜낸데 이어 여대야소로 최소한 문재인 대통령이 레임덕에 대한 우려없이 국정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국회의장이나 국회 상임위원장 분배에서도 수적 우위를 점하게 돼 안정적인 법안 통과와 국회운영이 가능해졌다. 당장 긴급 재난지원금 확대 지급을 위한 추경안 편성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관건은 여권에 권한을 부여한 만큼 책임 또한 무겁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결과가 문재인정부 집권 중반까지의 평가가 아니라 코로나 정국에 대한 대응과 이후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에 긴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절박한 판단이 결과적으로 집권블록에 대한 지지로 나타난 것"이라며 "막연히 민주당에 힘을 싣자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코로나 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부터 이후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경제위기 대응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 3월 실업급여 신청자가 급증했듯 2/4분기부터 글로벌 경제위기의 실질적 여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전 분야의 위기를 당분간 이어질 수 있어 과반을 훨씬 넘긴 '거대 여권'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 '바른미래당'과 52은 중재그룹이 없이 거대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심화될 확률이 높은 점도 여권에겐 부담이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는 20대 국회에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동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의석을 앞세운 밀어붙이기나 힘겨루기 갈등이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의 실질적 운영을 앞두고 여야가 대치할 가능성이 크다.

의석에서 밀린 야당이 장외로 나갈 경우 야당뿐 아니라 야당을 껴안지 못한 여권도 함께 비판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누더기가 된 '준연동형 비례제' 등 선거법에 대한 재논의도 여권이 앞장서 해소 해야 할 문제다. 21대 국회에서 전체 의석 확대를 통한 온전한 '연동제'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온전히 여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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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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