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나경원·오세훈 패배

이낙연·김두관 입지 굳혀

4.15 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 대선주자의 운명도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민주당 압승에 함께한 여당주자들은 대선까지 순항하게 됐지만 참패한 통합당 대선주자들은 고난의 길을 걷게 됐다.

선대위원장으로 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보수진영의 유력 후보였던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를 꺾으며 승리했다. 전국을 돌며 격전지들에 대한 지원유세도 마다하지 않아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 사수 임무를 수행해 낸 김두관 의원도 존재감을 대폭 키웠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김포갑 지역구를 던지고 험지에 도전해 승리한 의미가 크다. PK(부산경남울산)와 TK(대구경북)에 출마한 민주당 우력 대선주자군이 총선에 패배해 입지가 더 돋보였다.

반면 김부겸·김영춘 의원은 총선 패배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보수당을 뛰쳐나온 '독수리 5형제'의 일원으로 수도권에서의 정치를 마다하고 TK와 PK로 몸을 던졌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돼 민주당 차기주자의 입지를 다졌으나 이번 패배로 경로변경이 필요하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원유세로 존재감을 크게 보여줘 대선 잠룡으로 주목된다.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각각 경기도와 서울시의 대응책을 연일 발표하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고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도 껑충 뛰어올랐다.

보수진영은 4.15 총선에서 참패했을 뿐 아니라 2022년 대선에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게 됐다. 차기주자들이 무더기로 낙선한 것. 황교안(서울 종로) 대표와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 오세훈(서울 광진을) 전 서울시장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박근혜정부 총리와 법무장관을 지낸 황 대표는 지난해 1월 전격 정치에 입문한 뒤 제1야당 대표로 1년 넘게 대여투쟁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그 평가는 참담했다. 황 대표는 15일 밤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며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무관'의 신분으로 차기 대선을 향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과 오 전 서울시장은 여권의 저격공천에 무너졌다. 수도권 4선과 원내대표 경력을 쌓은 나 의원은 보수 세대교체를 이끌 적임자로 꼽혔지만 민주당이 내세운 신인 이수진 전 판사에게 패하면서 정치인생 최대위기에 직면했다. 역시 차세대 주자로 꼽혔던 오 전 서울시장은 정치초년생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지면서 기로에 서게 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측근 박정하(강원 원주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낙선하고 제주 3석을 모두 내주는 바람에 김이 빠지게 됐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지원유세에 나섰던 유승민 의원은 측근을 포함한 통합당의 참패로 차기 도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에서 떨어진 뒤 무소속으로 나섰던 홍준표(대구 수성을) 전 대표와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전 경남지사는 가까스로 생환해 차기도전 기회를 얻었지만, 복당이란 험난한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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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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