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득·순자산 등 고려해 투자한도 정해 … 중국, 부실 우려로 개인당 차입한도 제한

국내 P2P금융은 8월 법시행에 따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대상이 되지만 주요국가에서는 이미 등록·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P2P업체인 렌딩클럽은 2006년부터 영업을 시작했고 2014년 12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8일 렌딩클럽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누적대출규모는 500억달러(한화 약 61조원)를 넘어섰다. 영국에서 2010년 설립된 P2P업체 펀딩서클은 2018년 9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고 4월 현재 누적대출규모는 62억파운드(약 9조5000억원)에 달한다. 렌딩클럽이 투자를 받아 개인과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있다면, 펀딩서클은 기업 대출만 취급하고 있다.


국내 P2P업체들이 주로 개인들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면 렌딩클럽과 펀딩서클 주로 기관투자자들로 투자자들이 구성돼 있다. 렌딩클럽의 투자자들을 보면 은행(41%), 자산관리계좌(19%), 기타 기관투자자(18%), 렌딩클럽(16%), 개인(6%) 등이다. .

펀딩서클은 기관투자자(51%), 개인(31%), 펀딩서클 펀드(13%), 정책자금(5%) 등으로 투자자가 구성돼 있다.

전 세계 P2P대출 시장은 개인대출 비중이 69.1%로 가장 높고, 기업대출 26.6%, 부동산PF 대출은 4.3%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는 미국(90%), 뉴질랜드(92%) 등이고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칠레(100%), 네덜란드(100%) 등이다. 부동산PF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는 덴마크(87%)와 한국(73%) 등이다.


◆사모펀드와 같은 적격투자자 개념 적용 = 미국은 P2P투자에 사실상 사모펀드 규제를 적용, 금융회사의 투자권유와 투자대상자를 엄격히 제한했다. 사모펀드 투자는 적격투자자로 제한돼 있는데, 적격투자자는 전문가적 지식과 위험감수 능력을 가진 투자자를 말한다. P2P금융 투자에 대해서도 미국은 적격투자자 조건에 따라 투자자를 제한하고 있다. '경제적 위험을 감수할 능력'이 있는지 따지는 것이다.

렌딩클럽은 미국 대부분 주에서 투자자의 연간 소득과 순자산을 따져서 투자자를 제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하고 연간 총소득 7만달러(약 8500만원)와 순자산(주택 및 주택관련 용품, 자동차 제외) 25만달러(약 3억원)이상 투자자로 제한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연간 총소득 8만5000달러 이상이거나 순자산(주택 및 주택관련 용품, 자동차 제외) 20만달러 이상인 경우로 투자자를 제한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투자금액이 2500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모든 투자자는 자신이 보유한 순자산가치의 10%를 초과해 투자할 수 없다.

영국의 경우 구체적인 투자 규제는 없다. 다만 P2P업체가 투자권유를 할 때 공인된 자문업자나 투자관리서비스로 연결된 투자자, 해당 지식이 뛰어나 위험감수 능력이 있다고 인증된 투자자, 고소득층 투자자, 또는 순투자자산의 10% 이내로 P2P에 투자하는 투자자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특별한 투자자 제한이나 투자한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투자 제한이 없다. 다만 중국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차입자 및 프로젝트의 진위성 및 합법성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부실을 막기 위해 차입한도 규제를 뒀다. 개인은 업체당 차입한도가 20만위안이며, 총 한도는 100만위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P2P금융법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이 8월 시행될 경우 감독규정에 따라 총 투자한도는 3000만원(부동산 1000만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행령에는 5000만원으로 한도를 정했지만 현재 추진 중인 감독규정은 한도를 3000만원으로 낮췄다. 다만 소득적격투자자(금융소득 연 2000만원 이상, 연소득 1억원 이상, 투자전문성이 있는 자 등)의 경우 총 투자한도는 1억원이다.

◆미국은 은행이 대출취급 = 우리나라는 P2P금융 플랫폼 회사가 투자를 받으면 연계 대부업체가 대출을 취급하는 구조지만, 미국은 은행이 대출을 취급한다. 은행에게 P2P업체의 신용심사와 대출조건 등에 대한 관리책임이 존재한다.

미국은 P2P투자를 증권 판매로 보기 때문에 증권법을 적용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아 투자자를 모집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P2P업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 증권법을 적용하고 있다. 최소자기자본 규제도 명시적으로 없고 상황에 따라 계속 영업이 가능한 수준의 자본금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P2P업체도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 5000만엔의 자본금이 있으면 된다.

영국의 P2P업체들은 금융감독청(FCA)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금융당국은 최소 5만파운드의 자본금을 요구하고 있다. 업체들은 대출잔액에 따라 계단형으로 최소자본금을 증액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P2P업체들은 5억원의 자본금 등록요건을 지켜야 하고 연계대출채권 잔액이 300억원을 넘으면 자본금 10억원, 1000억원 이상이면 30억원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전 세계 P2P대출 시장의 87%를 차지하는 중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느슨한 규제로 인해 시장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폰지금융식 사기와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급증했고, 고금리대출에 따른 차입자 부실로 파산하는 P2P업체가 늘면서 규제를 강화했다. 차입자 보호를 위해 대출상품에 부과되는 비용(이자 수수료 등)을 모두 포괄한 금액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했고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 대출을 금지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P2P업체는 취급대출규모 확대만이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음에 따라 이용자 이익보다 규모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차입자 또는 투자자 대상이나 한도제한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필요한 방향으로 대출이 제공되도록 유인함과 동시에 적합성 원칙의 적용이 어려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권 진입하는 P2P금융의 명암"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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