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원에 원격수업 권고…실효성은 '글쎄'

서울 송파구 한 고교 교장은 "학교는 불안해서 못 보내겠다고 난리치면서 자녀를 종일반 학원으로 내모는 학부모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며 "정부가 집단감염 예방에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유독 학원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휴원에 대해서는 관대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감염병 우려에 따른 개학연기 주장을 하면서도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이중적 행태를 두고 '사교육과 감염병 싸움'이라는 교사들의 해석도 나왔다. 사교육시장은 난공불락으로 코로나19보다 한 수 위라는 것.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급속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인천 학원강사발 감염 비상│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14일 오전 확진자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학원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서울과 인천지역 학원과 원어민 강사 확진자가 늘면서 등교수업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킹클럽 트렁크 퀸 소호 힘 등 이태원 5개 클럽 인근에서 휴대전화 기지국에 접속한 외국인은 1210명에 달한다. 이 기간 원어민 보조 교사와 강사 366명이 이태원 일대 식당과 유흥업소를 찾았다.

교육부 통계에는 각 시·도 교육청 소속 교직원들만 들어 있어 이태원과 클럽 방문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학원 역시 자체 조사를 통해 원어민 강사와 유치원 교사들이 이태원에 방문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불안하다며 등교수업을 거부하고 나섰다. 교총과 전교조 등 교육단체들도 '학생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며 코로나 감염병 중장기 대책과 개학연기에 무게를 둔 논평을 내고 있다. 그러나 당장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실행력을 담보한 대책은 없다.

교육부는 14일 브리핑을 통해 개학에 대비한 학사운영과 이태원지역 감염 확산관련 현황을 밝혔다. 클럽 총 방문자 880명중 교직원이 514명, 원어미 보조교사가 366명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641명을 검사했고 117명은 검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20일부터 시작하는 "고3 등교수업 연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고2학년 개학 연기도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수능 난이도 조정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3은 14일부터 자가진단을 시작했다. 등교수업에서 점심식사는 간편식이나 대체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교실을 비롯한 학생 교사 활동 공간 방역은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생 거리두기 차원에서 등교수업을 시작해도 기존에 해온 원격수업과 섞어서 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각 시도교육청에서 고3이 등교할 경우 거리두기를 위해 반을 나눠서 분반 수업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1∼2, 초·중학교도 격주나 격일 등교로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미러링 수업' 도 거리두기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러링 수업은 한 반 학생이 많은 경우 학생을 나누는 방식이다. 한 교실에서 선생님이 수업하면 옆 교실에서 이 수업을 텔레비전 등을 통해 보면서 동시에 수업하는 방법이다.

고3보다 재수생이 유리하므로 수능 문제를 쉽게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난이도 조정과 대학 입시와 관련해서는 4월에 발표한 내용과 다른 게 없다"며 "쉽게 출제한다고 해서 꼭 현재 고3이 유리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학원 휴원율 갈수록 낮아 = 이날 교육부는 학원에 대해 철저한 방역 강화를 강조했다. 등교개학을 5번 연기하는 동안 학원 휴원율은 갈수록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등교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원은 오전부터 종일반을 운영하는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브리핑에서 학원 휴원율 통계를 주문했지만 교육부는 휴원율 통계가 없다고 답했다.

시도교육청이 4월 중순까지 학원 휴원율 통계를 잡다가 최근 들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 일부 시도교육청만 학원 방역점검과 함께 휴원 통계를 내는 실정이다. 4월 17일 기준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학원 및 교습소 휴원 현황에 따르면 서울 관내 학원 및 교습소(2만5231곳) 중 3527곳(13.98%)만 휴원한 상태다. 학원 휴원율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라는 게 일선 학교장들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원에 대해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등교개학이 늦어지면서 오전부터 학원에 보낼 수 있어 내심 반기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시도교육청은 "학원 문을 닫게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14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 방역 강화를 위한 교육부·서울시·서울시교육청 긴급회의'를 열었다. 유 부총리는 "학원도 필요시 원격수업 방식으로 운영할 것을 강력 권고한다"고 말했다.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고 의심자는 지체 없이 진료소에 찾아가도록 권고했다.

교육부는 학교와 서울소방재난본부 간 비상연락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등교한 학생이 학교에서 발열 기침 등 의심 증상이 발생할 경우 학교 임시관찰소에 대기 후 소방재난본부 협조로 선별진료소로 신속히 이동해 조치를 받도록 했다.

유 부총리는 "이번 확산 사례를 통해 아직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서라도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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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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