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언론에 직접·수시로 의견·일정 전달 경쟁

유튜브 페이스북·블로그 등 전문인력 채용 눈에 띄어

"의원·지지자 확증편향으로 정치 극단화 우려"도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정세균 총리와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얘기를 나눴다'는 기사에 대해 해명하면서 페이스북을 활용했다. "(기사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별도의 (얘기 나눈) 자리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정 총리께 뜻하지 않은 폐를 끼쳤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같은 기사에 대해 정 총리도 페이스북에 "전적으로 억측이고 오해"라고 불쾌감을 강하게 표현했다. "괜한 억측과 오해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대국민 메시지도 전했다.

정 총리와 김 의원은 당시 상황과 내용, 그리고 현재 심경까지 자세하게 썼다. 언론들의 취재경쟁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지만 국민이나 지지층들에 대한 해명과 설명이기도 했다.

양로원 할머니들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SNS 편지 | 문재인 대통령은 7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협성양로원 할머니들이 편지와 함께 보낸 '레몬청' '인삼도라지생강꿀절임'을 소개하며 할머니들이 코로나 극복을 위해 애쓰는 국민들께 무언가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을 보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비대면 총선 이후 SNS 경쟁 가열 = 의원실마다 SNS(사회네트워크시스템)를 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카카오톡은 기본이고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운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언택트(Untact Politics) 시대로 접어든 모양새다. 접촉을 뜻하는 컨택트(Contact)에 부정의 뜻을 담은 접두사 'Un'을 붙인 신조어 '언택트'는 새로운 비대면 시대를 반영한다. 정치인 역시 비대면으로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와 직접 접촉해 자신의 생각과 활동을 전달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정치인과 정치평론가들의 생활과 평가가 유권자와 언론에 동시에 공개되고 있다.

이들은 SNS를 자신의 생각을 직접 말할 수 있는 통로를 활용하고 있다. 언론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언어와 모습을 마음껏 외부에 노출시킬 수 있어 유용하다. 해명이 더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상당부분 없앨 수 있다.

의정활동과 평소의 생각은 유권자와 언론에 다양한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초선이든 중진이든 주목도는 '하기 나름'이다. 출발선이 같다는 얘기다. 무게감보다는 순발력과 아이디어가 승부수다. 유권자와 언론이 관심 가질 만한 사안에 대한 입장표명은 곧바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기자회견, 보도자료, 라디오방송 출연, 언론 인터뷰 등에 매달렸던 자기 홍보 방식은 점점 SNS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형국이다.

모 중진 의원은 "SNS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총선을 치르다보니 더욱 확산된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19는 비대면 선거운동을 하게 했고 그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고 설명했다.

◆21대의 달라진 채용공고들 =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21대 국회 채용공고를 보면 의원실마다 SNS 전담자를 뽑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편집 능력 보유자를 우대하는 곳이 많았다.

업무 항목에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 운용과 편집 등이 명시돼 있고 관련자를 우대하겠다는 조건도 달렸다.

기술적으로 텍스트나 영상을 정리해 올리고 내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9급 인턴들에게 맡기는 의원실이 많았다.

그러나 다양하고 시기적절한 기획을 원하는 의원실은 다소 달랐다. 유권자와 언론 모니터링 및 반응까지 점검하는 의원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의원실은 6~8급 비서에게 'SNS 소통' 임무를 부여하기도 한다. 황 희 의원은 6급 채용공고에서 주요 업무에 'SNS 및 홍보'를 넣고 'SNS 및 블로그 활용 능통자, 포토샵 동영상 편집 및 파워포인트 활용 가능자를 우대한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홍보담당 비서를 유튜브 PD로 뽑는다. 채용공고에 SNS, 인터넷 홍보 동영상 편집 등을 주요담당 업무로 명시했다.

SNS 홍보와 모니터링을 맡고 있는 모 의원 보좌진은 "의원이 생각하는 SNS에 대한 중요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안 하는 의원은 없는 것 같다"면서 "SNS를 통해 대중이나 언론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고 그 반응을 보면서 의정활동의 방향을 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SNS는 언론과 유권자 모두를 겨냥한 전략인데 결국에는 언론에 충분하고 적절한 메시지를 주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도 했다.

◆팬덤의 명암 = 유권자와 지지층들이 댓글을 달고 환호하는 모습, 빠르게 접근해 취재경쟁에 나서는 언론을 보면서 더욱 많은 의원들이 SNS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모 의원은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된 지 이미 오래됐다"고 했다. 다른 의원실의 SNS 아이디어에 대한 모니터링이 보좌진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러나 SNS가 쌍방향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부 지지층과의 카톡방이 민원 등을 제기하는 데 활용되지만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붙는 댓글은 지지층들의 옹호 발언이 주를 이룬다. 유튜브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만 보고 듣는' 확증편향이 갈수록 강화되듯 유튜브 생산자들 역시 확증편향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가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양극화 경향으로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문자폭탄 트라우마에 정권이나 지도부에 대한 비판에 앞서 자기검증과정을 거친 것과 같은 사례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부 비판은 사라지고 점점 지지층이 원하는 발언들만 넘쳐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모 재선 의원은 "SNS는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있다"면서 "의원 입장에서는 지지층들이 원하는 얘기를 주로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유튜브 세상의 부작용이 정치권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극단으로 분열돼 있는 국회 상황이 더욱 극단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언택트 폴리틱스 시대의 도래"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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