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의 복잡한 연관관계 결과

지난 3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실시한 '해양수산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은 오징어로 나타났다.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국민생선' 고등어는 2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오징어잡이를 하는 어업인들은 오징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바다에서 국민생선을 계속 볼 수 있을까.

국립수산과학원이 봉고네트(bongo net. 두 개의 원형입구를 가진 원추형 그물)를 이용해 물고기 난자와 치어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우리나라 수산자원의 장기 변동 = 지난 40년간의 어획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수산자원은 시대적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말쥐치, 갈치, 정어리 등이 많이 잡혔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멸치, 고등어류, 오징어류가 1~3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 기간을 통해 보면 수온이 높았던 때는 살오징어, 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이 증가했고 수온이 낮았던 때는 이들 어종 어획량이 줄었다. 하지만 모든 난류성 어종과 한류성 어종이 수온 변동에 따라 증감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생물종 각각의 성쇠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장은 과도한 어획, 주변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선포에 따른 조업어장 축소, 어업간 경쟁 강화, 어린물고기 어획, 기후변화, 해양오염, 매립간척 등 무분별한 개발 등에 의해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있다. 어장 생산성도 나빠지고 있다. 수산자원 감소에 영향을 주는 원인은 어종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 중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기후변화(수온 상승)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전 세계적으로도 표층수온 상승이 높은 곳이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0년(1968~2018년) 동안 우리바다의 수온은 약 1.23℃ 상승했다. 전 세계 표층수온 상승(0.49℃)의 약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럼 난류성 어종 어획량은 증가했을까. 전체적으로 난류성 어종 어획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인 살오징어 어획량은 우리바다의 높은 수온에도 불구하고 2003년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살오징어 어획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어미개체 감소에 따른 재생산 부진, 남획과 북한에서 중국어선의 조업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는 1년살이인데 북쪽으로 올라간 오징어가 중국어선의 싹쓸이로 남쪽으로 다시 내려오지 못 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대마난류 세력이 강화되면서 살오징어 주어장인 동해에서의 고수온(평년보다 1~2℃ 상승) 현상 지속 등도 영향을 준다. 해양환경 변동성 증가로 오징어 어군이 분산돼 어군 밀도가 낮아진 것이다.

살오징어 주산란장이며 성육장인 동중국해에서 초기먹이생물 역할을 하는 동물플랑크톤 양도 지난 10년간 감소추세다. 살오징어 유생의 생존율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플랑크톤 양의 변화는 해양환경과 생태계 변화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다.

◆오징어·멸치·고등어 자원 변화 = 살오징어와 더불어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인 멸치는 우리바다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어종이다. 어획량 기준으로 국민생선을 결정한다면 멸치는 단연 1위다.

하지만 2010~2015년 동안 21만톤~29만톤 잡힌 멸치는 2016년 14만톤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전히 어획량은 1위였지만 7700톤 수준으로 줄었다. 이 해는 표층수온이 30℃ 넘어 바다 수온이 가장 높았던 해 중 하나로 기록됐다. 멸치의 최적 생존온도를 초과하면서 초기생존율을 감소시킨 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고등어 자원량은 감소했다고 하지만 따뜻한 물에 사는 망치고등어 양은 늘었다. 2017년 10만3870톤까지 떨어졌던 고등어 어획량은 2018년 14만1513톤으로 다시 늘었다.

A어종이 B어종의 먹이가 되기도 해 어족자원 변동 요인을 파악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수과원은 수산과학조사선 탐구20호, 21호, 22호를 투입해 우리나라 동·서·남해 3개 해역에 대한 수산자원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주요 어종의 산란정보와 자원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해역별 난자·치어 조사, 살오징어 등 중점 대상어종의 유생조사와 근해 및 특정해역 자원분포밀도 등을 조사한다. 조사결과는 우리바다 수산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지속적으로 수산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정보로 활용한다. 향후 10년, 20년 후에는 어떤 생선이 국민생선으로 등극할까.


공동기획 : 내일신문 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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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과학원 강수경 박사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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