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폭락장에서도 낙폭 작아 …글로벌 ESG 지수, 시장대비 높은 수익률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은 예전보다 더 '환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바이오와 헬스관련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공공적 성격이 강해진 가운데 기후변화나 사회적 불평등 이슈와 함께 공공 보건 위기 등의 ESG 요소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장기적으로 ESG 투자 성과가 일반 투자보다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폭락장'에서도 ESG 등급이 높은 펀드는 벤치마크 지수 대비 낙폭이 작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ESG 투자, 2028년까지 22배 확대 = 30일 금융투자협회의 '최근 글로벌 ESG 투자 및 정책동향'에 따르면 글로벌 ESG 펀드 규모는 2019년말 기준 9000억달러(약 1087조원)에서 2028년에는 20조달러(2경4266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미국 ESG ETF(상장지수펀드)에 115억달러(15조원) 순유입됐고 1분기 전체 ESG펀드의 60%는 S&P500 지수 수익률을 초과했다. ESG펀드의 상당수가 추종하는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월드 SRI(사회책임투자)지수는 최근(2~4월)간 MSCI 월드 지수보다 3%p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ESG 펀드의 높은 수익률은 환경에 유해한 화석연료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IT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연기금 중 최초로 ESG 투자원칙을 도입하며 빠르게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주요 ESG ETF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쉐어 ESG MSCI U.S.A ETF의 경우 3.36%를 기록했고, 최대 6.3%의 수익률을 기록한 ETF도 있다. 블랙록은 지난 1월 아이쉐어 ESG ETF와 ESG인덱스펀드를 2021년 말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2008년, 2012년 경제위기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 폭락장에서도 ESG 등급이 높은 펀드는 벤치마크지수 대비 낙폭이 작았고 이후 높은 수익률을 보이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올해 2월 이후 3개월간 주식과 채권형 펀드에서 모두 자금이 빠져나가는 사이 ESG 펀드에는 153억원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에서 각각 1조4000억원, 3조10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비된다. 올해 들어서는 61억원 규모의 KB브룩필드지속가능ESG 펀드가 출시됐고 미래에셋에서는 최근 국내 최초로 ESG채권에 투자하는 55억원 규모의 '미래에셋지속가능ESG채권펀드'를 내놨다.

◆국내 ESG투자 성과 아직 미미 =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ESG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7%에서 25%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ESG 관련 펀드는 25개로 이 가운데 최근 설정된 8개 펀드를 제외한 17개 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 이상인 펀드는 9개에 달한다.

하지만 글로벌 ESG지수와 비교할 때 국내 ESG투자의 성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ESG는 투자성과와 비례한다며 이는 글로벌 ESG지수로 이미 검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ESG는 기업들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김 연구원은 "특정 산업에 작용하는 거시적 충격을 피해 가긴 어렵겠지만, 동일한 산업 내에서 ESG가 좋은 기업이라면, 우량한 G(지배구조)가 S(구성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E(환경 경영)의 다양한 이슈에 잘 준비된 경영체제를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재무적 영향을 통한 '기업 실적 회복의 속도'와 △ESG 고려에 따른 할인·할증의 결과인 '차별화되는 밸류에이션 배수' 등은 주가에 반영되고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하락 이후 반등 국면에서 글로벌 ESG지수들은 시장수익률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글로벌 ESG지수만큼 국내 ESG지수는 코로나19로 인한 하락 이후 반등 국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국내 책임투자 규모 확대, ESG 지수 정교화, 시장참여자들의 ESG 고려 확산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투협은 "금융투자업계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대응전략으로 ESG 관련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 및 출시해야 하며, 환경 변화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 및 다양한 방법을 통해 투자자 유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ESG 분류체계를 토대로 대출, 투자, 녹색채권 등 금융 포트폴리오별 노출 비중과 규모를 산정해 공시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회사차원에서 통합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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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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