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적조생물 성장률, 염분·해류 등으로 분석

적조(red tide)는 일부 해양 부유생물종이 크게 번식해 바닷물 색을 붉게 변화시키는 현상을 일컬었지만 현재는 다른 생물종에게 손상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유해조류가 증식하는 현상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히 바다양식장이 많은 한국에선 적조생물 증식으로 양식장에 피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적조발생을 예측하고 방제하는 게 주요 과제다.

적조생물이 양식장 인근까지 확산되면 황토 등 적조구제물질을 사용해 방제작업을 한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쿠로시오 타고 적조생물 남해안에 확산 = 적조를 유발하는 생물들 중 한국에서는 매년 여름 코클로디니움이라는 유해성 적조생물이 남해안을 중심으로 발달해 수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쿠로시오(대마난류)를 타고 들어오는 코클로디니움의 대량 증식과 감소는 자연순환 현상 중 하나다. 외국의 경우 적조생물이 대량 증식해도 자연감소하게 둔다. 한국도 양식장만 없으면 수산업에 피해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양식장 안에서 키우는 물고기는 적조생물이 대량 증식하면 폐사할 위험이 커진다. 코클로디니움이 물고기의 아가미에 붙어 아가미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자연상태에서는 물고기들이 적조생물을 피해 가지만 양식장 안에 갇혀 있는 물고기들은 이를 피하지 못 해 폐사하게 되는 것이다.

양식장에 적조생물의 출현 정보를 알려주면 어민들이 적조피해가 오기 전에 대응할 수 있다. 사료를 많이 주면 어류들의 산소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 아가미 운동이 활발해지는데 적조 출현 상황에 따라 사료를 줄이는 단계를 알려주기도 하고, 양식장에 액화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시간도 준다.

적조예측정보는 예비주의보 주의보 경보 등의 단계로 발령하는데 최소 2주일 전에는 양식장에 제공해 줘야 한다.

적조가 양식장까지 들어오게 되면 지방자치단체 판단으로 황토 등 적조구제물질을 투입하거나 어선의 프로펠러 등을 이용해 적조밀도를 감소시키는 노력을 한다.

적조예측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해양과학 중 하나다. 연안 유해적조로 바다양식장에 피해가 생기고 수산물 소비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선 적조를 정확히 예측하고 초기단계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방조치를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자연순환과정으로 보고 이를 예방하는 연구를 잘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코클로디니움 외 다른 적조생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기술 활용한 적조정보시스템 = 수과원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을 반영한 4차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적조정보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적조예찰방법보다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전에는 적조를 예찰할 때 배를 타고 해역을 조사한 후 연구실에 돌아와 적조발생 해역과 생물농도 등을 서류로 작성하고, 이를 수과원 적조종합상황실에 전달해 일일 적조속보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 방식은 넓은 범위에서 적조가 발생했을 때 각 해역의 적조조사 결과가 오후 늦은 시간에 통보돼 속보 작성과 배포에 시간이 오래 걸렸고, 적조생물이 표층에 집중돼 있는 오후 시간을 넘긴 결과여서 당일 방제효율성도 떨어지는 게 단점이 있었다.

수과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모바일 웹을 이용해 적조예찰 결과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적조예찰 결과와 적조발생 정보를 실시간 전송할 수 있고, 발생 위치 위·경도 값이 기록에 함께 남아 적조발생위치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정보는 적조방제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과도 실시간 공유돼 지자체에서 관할해역에 대한 방제작업에도 활용하고 있다. 적조속보 작성시간도 8시간에서 4시간으로 단축되는 효과를 얻게 돼 적조발생 정보를 어업인과 국민에게 신속히 전파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수과원은 적조정보시스템으로 적조발생 시점에 적조가 발생한 곳의 적조생물성장률과 해역상태 등에 대한 정보도 집적돼 적조에 대한 종합정보를 파악할 빅데이터들도 축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적조발생과 확산예측에 대한 모델 연구는 작은 만을 대상으로 음향, 색소체, 인공위성을 이용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예측성과를 내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유해성 적조를 일으키는 생물의 특성이 복잡해 변동성이 크고, 바람 해류 수온 강우 및 다른 종과의 경쟁 등 적조의 집적과 분산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많기 때문이다.

수과원이 개발하고 있는 적조발생과 확산 예측모델은 우리나라 해양환경에 대한 여러 데이터를 수집, 빅데이터로 만들어 3일 이후 적조발생과 이동경로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이 시스템을 활용해 수온 염분 영양염농도 해류 바람 적조생물성장률 등을 변수로 넣어 3일 이후 적조경로를 예측한 결과 80% 정확도를 기록했다. 최고 예측률이었다.

수과원은 적조예측 시스템을 계속 개선하며 예측률을 높이는 과정에 있다.

공동기획 : 내일신문·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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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연구사 · 정연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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