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 성적 하락, 사교육 의존·불안감 증가 … 온라인 수업 문제점 개선보다 '방역'에 집중

코로나19에 따른 '교육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코로나19에 발 빠른 대응을 했고,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온라인개학과 원격수업이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교육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과목은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고, 사회적 양극화는 교육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졌다.

교사들, 톡톡 튀는 수업 제작해 학생 붙들기 나서│온라인 개학 이후 원격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들이 자칫 집중력을 잃기 쉬운 학생들을 수업에 붙들고자 톡톡 튀는 교수법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은 4월 22일 강원도 강릉 한솔초 온라인 체조 수업. 사진 강원도교육청 제공


서울 잠실 한 고교 교장은 "가정의 역할(사교육비 지출)에 따라 학생 성적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이 사교육시장 의존도를 높이고 있고, 수학의 경우 중위권 성적이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 중간고사 결과 상위그룹 학생들 성적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3등급 이하 학생들은 영어와 수학 점수 차이가 많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교사들은 성적 중위권 이하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당장 대입이라는 관문을 앞둔 고교생들에 대한 수업결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전문가들은 온라인 수업 장점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편리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치명적 단점으로 학습동기가 강하고 학습능력이 뛰어난 소수의 자발적 학습자들에게만 효과적이라는 분석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정에서 용산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등교개학이 연기되면서 정부는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지난달 24일 "원격수업을 미래교육의 전환점으로 삼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격수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육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뾰족한 수업결손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교사들은 수업시수에 따른 진도빼기도 버겁다며 정부와 시도교육청에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고, 매일 실시하는 시도교육청과의 원격화상 회의는 '방역'에만 집중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장 교사들은 학습결손 문제를 이미 직감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음에도 시도교육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9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교육 불평등과 학업격차를 해소할 방향에 대해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학교사의 학습공동체 활동을 주문했다. 학생들의 배움에 초점을 둔 효과적인 온라인 수학 수업 및 평가에 대한 대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하반기 코로나 2차 유행 우려, 교육격차 더 커질 것 = 앞서, 사교육걱정은 7일 '교육격차 심화'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라며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를 압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교육걱정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온라인 수업만으로 학습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학생 65.4%(학부모 70.2%)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62%는 온라인수업 후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이 교육격차를 심화시켰다고 답해 '교육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학습공백·결손 심화 △형식적으로 치러진 평가 △가정-학교 간 소통 부족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은 코로나발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교육격차 심화' 해결을 위한 '3대 영역·7대 과제'를 제시했다. 수학과 영어 등 사교육시장 의존도가 높은 과목을 학습결손 집중교과로 지정, 정부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학부모들은 수업공백과 불안감 때문에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녀를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단체들은 원격수업에 따른 시도별 교육격차를 우려했다. 원격수업과 병행되는 상황에서 지역이나 학교, 교사별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하반기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교육격차 심화' 목소리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현장 교사들도 코로나 19로 인한 에너지 소진이 크다며 행정업무 감소를 요구하고 있다. 방역 및 등교수업과 원격수업 병행이라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소화해내기가 힘들다는 것. 대전 유성구 ㄷ 고교 교장은 "교육과정 감축 없이 당초 계획된 수업시수를 소화하려면 '수업진도' 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기초학력이 떨어지거나 학습결손이 발생한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중위권 학생들의 '학습결손'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다. 국어와 수학 등을 집중교과로 선정해 취약계층 학생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3일 "우선 학종과 수능에 영향을 미치는 고교생들 중심으로 수업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실행할 것"이라며 "원격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교생과 가정에서 돌봄 기능이 충분하지 않은 저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안은 주로 방과 후 수업이나, 여름방학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밀린 학사일정 때문에 초등방학은 길어야 3주, 중학생은 2주에 그칠 전망이어서, 학습공백을 메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코로나19가 바꾼 학교 교육"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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