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정부 입장과 반대현상 나타나 … 중위권 성적 하락 구제방안 '미흡'

"코로나19로 인한 등교수업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올해 1학기 수업은 망쳤다고 생각해요.""당연히 수업은 따라가지 못했고, 학생부에 적을 내용도 없는거죠" 대전 유성구 조민호(가명, 고3)군은 이번 입시는 사실상 포기했고, 재수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등교수업이 두 달 이상 지연되면서 학습 흐름을 놓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등교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진로상담도 부실해졌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강구했지만, 6월 모평결과 상위권 학생들만 원격수업 효과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수업집중이나 학습동기를 놓쳤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6월 중간고사 결과 상위그룹 학생들 성적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3등급 이하 학생들은 영어와 수학 점수 차이가 많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놓친 교과수업을 학원에서 보충해준다'는 학원홍보를 믿고 학원으로 등교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등교수업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방역과 학교 등교여부 파악에만 집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장 교사들은 학습결손 문제를 이미 직감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음에도 교육부와 시도교육감들은 별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

교육부는 교육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뒤늦게 감지하고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학생과 학부모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과목은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고, 사회적 양극화는 교육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증언이다.

이런 상황은 현재 고3이 입시에서 불리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수능 출제범위 축소나 난이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교육부는 고3 대입 형평성 문제 검토에 나섰지만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수능출제범위 축소와 난이도 조정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러한 정부방침은 고3과 재수생간 형평성 문제로 번졌고, '재수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고3들의 불안감은 또 있다.
현 대학생들의 '재수나 반수' 선택여부다. 청주시 한 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반수·재수를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은 도내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라며 "이는 대학생들이 재수를 할 경우 현 고3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대학들이 등교를 하지 않고 온라인 강의를 하다 보니 재수나 반수 조건이 좋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서울의 한 입시전문기업이 고3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3%가 '고3이 재수생보다 불리하다'고 답했다. 현재 학교수업으로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도 나왔다. 고3이 불리하지만 극복할 수 있다는 답변은 22.78%에 그쳤다.

◆원격수업, 입시와 미래교육의 변곡점 = 교육계에서는 원격수업을 입시문제를 뛰어 넘는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도 "원격수업을 미래교육의 전환점으로 삼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원격수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육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뾰족한 수업결손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교사들은 수업시수에 따른 진도빼기도 버겁다며 정부와 시도교육청에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학중이나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수업결손 학생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수업시수 때문에 초등은 3주, 중학교는 2주, 고교는 방학을 할지말지 의문이어서 수업결손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정책이 학교현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함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등교수업부족과 원격수업에 따른 수업공백을 막은 사례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 경암중학교의 경우 학습손실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암중은 올해 2월부터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온라인 경암중학교'(cafe.naver.com/kyungahm)를 구축했다. 교사들은 직접 촬영하고 제작한 동영상 수업자료를 실시간으로 피드백하고 학생과 1:1 맞춤형 학생 개별 전화 상담까지 진행했다. 전교생이 127명인 경암중은 온라인 원격수업 접속수가 최고 2만여건에 달하기도 했다. 학생부에 적을 내용도 넘쳤다.

아이들이 학원보다 학교수업에 충실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경암중은 2020학년도 기초학력진단검사에서 전과목 우수 성적을 받았다. '수포자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교사들의 목표가 조금씩 달성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 2,3학년 수학과목의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이 전년 대비 1/3로 대폭 감소했다. 교육과정도 대폭 수정했다. 도전과 질문을 중심으로 과제를 제시하자 학생들의 자존감 회복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영희 경암중 교장은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2월부터 온라인개학에 대비한 플랫폼을 구축, 양질의 원격수업이 이루어지도록 준비했다"며 "이를 통해 학습손실을 최소화 시킨 결과로 나왔고,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수업을 연구해온 충남대 한 교수는 "원격수업으로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교육부 정책과 방향성은 맞다" "하지만 교육시스템 학습방법, 학습동기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현재 고3들과 학부모들이 안고 있는 입시불안증 해소에 어떤 정책을 제시해도 늦은 감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바꾼 학교 교육"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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