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공백에 학습격차 커진다고 생각 … "원격수업 근본문제 파악해 대안 내놔야"

"솔직히 코로나19보다 더 불안한 것은 아이 입시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교수업 거부'에 동의하면서도 학원에는 아이를 보냈습니다." 서울 송파구 고교 2학년 학부모 조 모씨는 자신의 이중 행동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과,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커지자 학부모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교수업 거부' 청원을 했다. 국민청원 동의 인원이 20만명을 넘어섰고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답변해야 하는 요건을 채웠다. 학부모 등교개학 거부 운동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록 퍼져나갔다.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확인되자 고3 등교 시작 일을 미뤘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 학원 휴원률은 2%대를 넘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수업공백을 학원에서 채워주겠다'는 사교육시장 불안마케팅의 먹잇감이 됐다. 조씨는 "입시장벽에 갇힌 학부모들의 이중성을 실감했다"며 "그러나 교육당국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고 토로했다.

컴퓨터 화면으로 시작하는 학교 생활│지난 4월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정에서 용산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불확실성과 싸우는 세계, 새로운 교육방식 필요 = 코로나19는 꾸준히 확진자를 만들어냈고 세계보건기구는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 2020년 3월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감염병)으로 발표했다. 교육부는 '불확실성과 싸우는 중'이라며 학생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방역과 수업 형태를 바꾸며 교육과정을 실행중이다.

교육부는 지역상황에 따라 등교수업을 강행했다. 등교시작 이후 아직까지 학교 내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 등교 이후에도 비상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등교수업과 온라인수업은 '학습공백'을 막지는 못했다. 실제로 고3·중3을 제외하면 대부분 학년은 격주제, 격일제 등으로 원격수업을 병행했다. 또 실제 학교에 나오는 인원은 전체 학생의 1/3이나 2/3 수준에 그친다. 등교하더라도 제대로 된 수업은 2~3시간만 이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학습공백은 학습격차로 이어졌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번 입시는 망했다며 재수를 하겠다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학생들은 등교수업이 두 달 이상 지연되면서 학습 흐름을 놓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등교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진로상담도 부실해졌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강구했지만 6월 모평결과 상위권 학생들만 원격수업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도 중하위권 학생들은 수업집중이나 학습동기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현장 교사들은 학습결손 문제를 직감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대응은 늦었다.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과목은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고, 사회적 양극화는 교육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학부모들의 판단이다. 이제 원격수업은 입시와 미래교육의 변곡점이 됐다. 교육계에서는 원격수업을 입시문제를 뛰어 넘는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아이는 포노사피엔스 '컴맹' = "처음에는 원격수업에 그럭저럭 따라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와 대화를 해보니 컴퓨터를 잘 못하더라고요. 스마트폰만 가지고 놀았던 것이죠" "아이는 갈수록 학습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상담할 곳도 마땅치 않아 답답한 심정입니다" 최진희(가명. 세종시 ㅎ중학교 1학년 학부모)씨가 학습격차 고민을 털어놨다. 원격수업 5개월이 지나면서 원격수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디지털세대여서 컴퓨터를 다루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포노사피엔스'라고 불리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컴맹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특정영역에서만 스마트폰을 활용한 뛰어난(?)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학습격차는 부모의 경제상황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스마트폰으로만 원격수업을 듣는 아이들과 대형 PC 두 대를 놓고 학교수업과 학원수업을 넘나드는 아이들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최씨는 "원격수업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라며 "균형 잡힌 공교육을 위해서 가정에서 발생하는 수업의 차별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주문했다. 코로나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온라인 수업을 만들어 냈고 학습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코로나가 우리 교육에 무엇을 남겼는지, 지금 교육 형태가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국가가 나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원격수업을 미래교육으로 포장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긴급한 상황에서도 한국 교육정책은 입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수아(가명. 초등 6학년 학부모. 대구 수성구)씨는 "코로나19가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할 나위가 없다"며 "학습 진도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일까 고민하지만 결국 입시로 돌아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바꾼 학교 교육"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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