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선제적 대응 … 온오프라인 수업 모델 전국에 제시

대구미래교육정책기획단, 온오프라인 융합수업 비전제시

코로나19로 인한 교육정책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대구시교육청은 신천지 집단감염자 속출 등,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지역으로 꼽힌다. 학부모들은 코로나 감염과 학습공백이라는 두 가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차분하게 대응했고,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코로나19로 학교 문이 닫히고, 아이들과 교사는 처음으로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만났다. 학습공백을 최소화 시키겠다는 교사들의 열정과, 학생 학부모들의 150일간의 대응과정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좀 억울한 측면도 있지요. 코로나19 감염이 학교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학원이나 가정 등 모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들어온 거잖아요” “코로나 초기나 지금이나 학교 밖보다 학교 안을 더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중입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설명했다. 강 교육감은 2월 20일 교육부 개학연기 발표를 분석했고, 신학기 정상개학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구지역 유치원 341곳, 각급 학교 459개교 문을 닫는 등 선제적 대응을 펼쳐나갔다.

사진 대구교육청 제공

그러나 고3 학생들의 등교 수업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확진자가 발생해 대구시 학교와 보건당국을 긴장시켰다. 대구시교육청은 대구농업마이스터고 기숙사에 입소한 뒤 확진판정을 받은 3학년 학생과 접촉한 교직원과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확진 학생 아버지가 구미에서 교회를 다녔고,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찾아내 보건당국에 알렸다. 촘촘한 전수조사가 지역사회 집단감염을 조기에 차단한 셈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전수조사과정을 반별, 그룹별, 학년별로 진행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해, 감염을 사전에 차단시킨다는 전략이다.

초기 등교개학 연기와 함께 학원 휴원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2월28일 휴원율은 93.3%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광역시가 2~3%대에 머문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5월 20일 기준, 학교 밖 감염 확진자는 13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학교내 감염자는 ‘0’으로 기록됐다.


◆원격수업도 등교수업과 같은 수준으로 = 대구교육청은 방역과 동시에 등교수업 장기화에 따른 학습공백에 대비했다. 우선, 현장교사와 학부모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 맞는 위기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원격수업 시스템을 가동했다. 강 교육감은 “원격수업도 등교수업과 똑같은 수준으로”를 주문했다. “온라인 수업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 단계별로 해결책을 찾아 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원격수업 준비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구발 온라인스쿨’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교사 포지션도 재구성했다. 전수조사를 통해 학생 지원품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했다. 온라인 수강 및 학습도서, 놀이교육자료 꾸러미, 저소득층 컴퓨터 및 인터넷통신비 지급을 끝낸 상태다.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지원을 마쳤지만, 강 교육감 머릿속엔 아쉬움이 남았다. 디지털세대라는 화려한 수사 속에 숨겨진 수많은 ‘컴맹’들을 어떻게 할것인가이다. 포노사피엔스인 그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특정 영역에서만 뛰어날 실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맞춤형 ‘쌍방향 수업’을 위한 교사연수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4월20일 기준 원격수업 출석률은 초등 99.8%, 중학교 99.6%, 고교 99.8%를 기록했다.

강 교육감은 “학부모와 교사 단체가 주장하는 대안제시를 코로나19 비상상황실로 끌어들였다”며 “이는 정상등교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습공백과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고, 특히 교육청과 신뢰관계를 강하게 유지하는 지름길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업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계기로 삼았다고 말했다. 강 교육감은 “코로나19가 한국교육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래교육 위해 ‘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 도입 = 대구시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고교(공립, 사립) 1학년학생 수업료 6개월분을 감면했다. 사립유치원 수업료를 지원하고, 코로나가 장기화 될 것으로 판단해 식재료 상품권도 지급했다.

그동안 시행해 성과를 거둔 ‘에듀테크 활용 교육’을 원격수업에 적용했다. 다양한 미디어와 소프트웨어(앱),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D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교육과정에 접목시켰다. 연구, 중점, 선도학교 등 30개교에서 에듀테크 교육을 실행중이다. 수업지원을 위한 교사 동아리도 76개팀이 가동 중이고, 콘텐츠 제작 지원팀만 60여개에 달한다. 강 교육감은 “대구시교육이 코로나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 비결은 교사들의 자발적 움직임에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 역시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이 그다지 낯설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구교대부설초교의 경우 미래역량 강화를 위한 ‘에듀테크 수업 플랫폼’을 이미 구축해 운영 중이다. 학교와 가정 어디서든 쉽게 원격으로 접속,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대구시에 초중고 ‘에듀테크 활용 수업지원 교사 동아리’만 76개나 된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3일 ‘대구미래교육정책기획단(정책기획단)’을 출범시켰다. 강 교육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 새로운 온오프라인 학교 비전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의융합수업과 평가시스템 개선을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도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공교육의 본질을 혁신하지 않고는 한국 교육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학생 교사 학부모 4만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대구미래역량교육의 지표로 삼겠다는 의지다. 정책기획단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학생 심리방역도 주제로 잡았다. 온오프라인 인성교육과 심리상담을 추진한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코로나 비상 상황에서 미래교육을 설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코로나가 끝나도 한국은 과거 교육방식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대구교육의 대전환을 위한 기회로 삼아, 학생과 교사가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는 교실을 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에 최선을 다하신 2만5000여 대구 교사들의 용기와 열정에 감사드린다”며 “철저한 2학기 준비로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교육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지켜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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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최세호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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