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 자기주도학습 실패 … 가장 큰 원인은 '학업 및 진로문제'

위(Wee)클래스·센터 상담한계 … 전문상담·연수확대·심리치유 필요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피해 파장은 고스란히 학교로 전달되고 있다. 교육부는 26일 기준 전국 6840개교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이 5581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체 수는 전날보다 4740곳이 늘어난 수치다.
원격수업 강행에 교사와 학생들도 서서히 지쳐가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심리방역 필요성을 강조하고 대안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 수용력과 실행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리방역의 중요성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처음에는 격주 등교가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학교에 안 가면 불안하기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서울 노원구 초등 6학년)

"원격수업요? 어렵고 이해가 잘 안돼서 따라가기 힘들어요. 학원에 다니긴 하지만, 성적이 오르지도 않고 오히려 떨어져 부모님 걱정이 늘었어요"(경기도 수원 중2학년)

"이번 수능은 포기했어요. 학원 강의를 두 과목 더 늘리긴 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이제 100일(수능)도 남지 않았는데 잠은 설치고 불안감만 더 오르고 있어요"(세종시 고3학년)

신탄진 중학교 학생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생태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단일형 미술치유 프로그램 등 다양한 생태치유 프로그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교사들은 학생들 정신건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성적은 떨어지고 불안감은 더 오르고'…. 총 다섯 차례의 등교연기,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울, 분리불안,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아지자 학부모들도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는 뒤늦게 '심리방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25일 심리방역을 위한 학생·교직원 상담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는 원격수업에 따른 교사·학생 간 면대면 상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심리방역을 통한 상담과 심리방역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담임이나 교과 교사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SNS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학생의 심리 상태를 상시 확인하고, 상담이 필요한 학생은 전문상담(교)사의 전문상담을 받도록 주문했다.

특히 위(Wee)클래스 및 위(Wee)센터 전문상담(교)사 역할을 강조했다. 11월부터 학생을 대상으로 비대면 채팅 상담 및 화상 상담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빠른 회복 지원과 2차 손상 방지를 위해 언제든지 이용 가능한 비대면 24시간 모바일 상담시스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실행력 갖춘 심리방역 시스템구축 시급 = 그러나 원격수업을 시작하면서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얼마나 어떻게 운영했는지, 증세에 따른 구체적 상담 사례나 횟수 등은 밝히지 못했다. 다만, 카카오톡, 페이스북, 전용 어플, 문자 등을 통한 상담이 2018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14만2000여건에 달한다고만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교육청이 유일하게 학생 대상 정신건강조사를 실시했다. 코로나19 관련 학업 스트레스와 정서조절(정서적 어려움) 문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 불안, 우울 등 정서 및 적응상태 영역에 대해 조사했다.

설문조사 결과, 대구 지역의 중·고등학생들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 경험과 우울, 불안 등 정서적, 심리적 어려움을 더 많이 겪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답한 중고생들도 7.4%에 달했다.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는 코로나19 확산 최고시점에는 16%, 등교개학 후인 현재는 12.7%로 나타났다. 등교개학 후에는 공부(62.3%), 성적(51.9%)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발생 이후 학업 스트레스는 44.8%가 증가한 셈이다.

대구시교육청은 5월부터 '위드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한 '학교 심리방역 지원단'을 꾸리고 실행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격리 중인 확진학생을 대상으로 비대면 전화 상담을 확대하고, 위기학생 상담 및 치료비 지원에 나섰다. 이어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심리방역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진 학생 중 상담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병원Wee센터 및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의 정신건강전문가들이 전화상담 등 학생 상황에 맞는 맞춤형 비대면 심리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코로나19 확진이나 자가격리 등으로 고립된 학생에 대해 학교마다 '전담관리인'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대구교육청 재난 정신건강평가를 주관한 원승희 경북대병원 Wee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전과 확연히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되면서 학생과 교사 모두 정서적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감염병 예방 및 치료 지원과 함께 학생과 교직원 재난심리지원도 중요하다.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Wee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현행 시스템 안에서 유관기관 협력을 통해 학생과 교사의 정서안정과 심리지원에 높은 효과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원격수업, 학생 건강·면역력 강화방안도 담아야 =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게 전국적 현상이다. 최근 코로나 재확신 속도가 빨라지자, 수도권 교육감들은 등교수업을 취소하고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정부는 '원격수업=미래교육'으로 설정하고 원격수업 지원 강화에 나섰다.

온라인 수업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원격수업에 따른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학습을 확대 시행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환경과 수업의 질적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교육평등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학습 격차와, 성적 격차로 이어져 교육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 학습 여건에 따른 교육양극화 현상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를 줄이겠다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대응 속도는 느리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입시담당 교사는 "결국 아이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학습격차는 서울시 안에서도 크게 나타나고 있어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불안감과 학업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른바 학생 '정신건강' 문제다. 교사들은 "정신건강은 '면역력 강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게 의료진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라며 "이를 위해 안전한 공간에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주문했다.

대전 ㄷ 고교 김상진 교사는 "정상 등교가 안돼 규칙성이 무너지고 또래 집단과의 상호작용이 위축돼 정서발달에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폐쇄된 생활로 인해 심각한 분리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 실행력을 담보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코로나19가 바꾼 학교 교육"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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