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차세대 ‘아시아의 기적’인가" 에서 이어짐

호황기 시절 당초 아시아의 기적을 만든 나라들은 연 평균 수출성장률이 20%에 육박했다. 당시 저소득, 중소득 국가들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베트남은 지난 30년 동안 비슷한 행보를 유지했다. 심지어 2010년대 글로벌 무역이 부진했을 때도, 베트남의 수출은 연간 16%씩 늘었다. 전 세계 압도적으로 빠른 성장세였다. 신흥국 평균의 3배였다.

다른 신흥국들이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사회복지에 과도하게 지출할 당시, 베트남은 자원을 수출에 쏟아부었다. 해외로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도로, 항만을 건설했고, 노동자를 교육하기 위해 학교를 지었다. 정부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8%를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에 썼다. 이제 비슷한 개발도상에 있는 그 어떤 나라보다 질 좋은 사회기반시설을 갖게 됐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본도 동일한 방향으로 유도했다. 지난 5년 동안 해외직접투자(FDI)는 평균적으로 베트남 GDP의 6%를 넘었다. 신흥국 최고 수치다. 대부분의 해외자본은 제조공장, 관련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쓰였다. 이런 자본의 대부분은 한국과 일본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동료국가들에서 나왔다. 과거의 기적이 새로운 기적을 일으키는 것을 돕고 있다.

베트남은 수출 제조지로 선호하는 나라가 됐다. 중국보다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서다.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은 1980년대 후반 이래 3배 올라 3000달러에 육박한다. 하지만 인건비는 여전히 중국의 절반 수준이다.

베트남 노동력의 교육 수준은 임금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높다. 숙련된 노동력은 베트남이 글로벌 계층 사다리를 오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점차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는 상품 제조법을 그 어떤 경쟁국보다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테크 업종은 2015년 의류와 섬유 업종을 제치고 베트남 수출 1위 부문으로 올라섰다. 올해 기록적인 무역흑자의 대부분은 테크 업종 덕분이다.

베트남은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는 흐름을 거스르고 있기도 하다. 무역개방의 옹호자인 베트남은 10여개 크고 작은 무역협정의 서명국이다. 최근 유럽연합(EU)과 대규모 무역협정을 맺었다.

줄어드는 인구, 감소하는 무역, 공산당 일당의 오랜 집권 등과 같은 잠재적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지금까지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샤르마는 "아마 그럴 것"이라고 단언했다. 생산가능인구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베트남인은 여전히 시골에서 거주한다. 따라서 지방의 농업인구를 도시 제조업 일자리로 전환하면서 베트남 경제는 성장을 지속할 여지가 크다.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글로벌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베트남보다 더 늘린 나라는 없다.

게다가 현재까지 베트남 정부는 끔찍한 정책 실수를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독재국가들은 종종 경제개발을 지연시키는 실수를 저지른다. 샤르마는 "경제개방정책과 건전한 재정관리를 통해 베트남은 독재 기반의 자본주의를 이례적으로 훌륭하게 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강력한 경제성장을 일구고 있다. 대부분의 시기 적자나 공공부채 등 고전적 의미의 과잉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가지 잠재적 문제는 덩치가 큰 국영기업들이다.

수차례 민영화 정책을 편 끝에 베트남 정부는 훨씬 더 적은 수의 국영기업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국영기업들은 여전히 베트남 경제생산량의 약 1/3을 책임질 만큼 거대하다. 10년 전과 같은 비중이다. 만약 어려움이 닥치면, 몸집이 커진 국영기업들에서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 국영기업은 금융권 악성부채의 상당량을 지고 있다.

샤르마는 "부채가 커지면 금융, 재정위기가 온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 대만이 지속가능한 성장세를 멈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 중국도 비슷한 상황에 있다. 모든 발전도상엔 위험이 있기 마련"이라고 경고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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