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모주시장 5년래 최대 규모 예상

소액투자자 투자기회 보장 목소리 커져

빅히트 주가하락에 잠시 주춤했던 공모주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기업공개(IPO) 청약에 몰리는 모습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내년 공모시장은 최근 5년래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대급 IPO 큰 장 소식에 소액투자자들은 투자 기회를 보장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 IPO 줄줄이 대기 =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주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 4일 일반투자자 공모청약을 마감한 교촌에프앤비는 1318.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청약경쟁률 607대 1을 넘어 코스피 최고의 청약률이다. 교촌에프앤비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3099억원인데 해당 규모의 30.3배에 달하는 청약증거금(9조4000억원)이 몰린 것이다. 10일 청약을 마감한 신약 개발기업 고바이오랩의 경쟁률 또한 547대 1로 집계되면서 SK바이오팜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사상 최대의 공모주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곳 중 기업가치가 조 단위에 달하는 대형 기업들은 LG화학에서 물적분할되는 LG에너지솔루션(40~50조원), 크래프톤(20~30조원), 카카오뱅크(6~40조원)와 카카오페이(7~10조원), 카카오페이지(2~4조원), SK바이오사이언스(3조원 이상) 등이다. 이들 기업의 가치를 합하면 약 78조원에 달하며 공모규모는 약 15조원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에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전달하며 상장심사 및 공모를 뒷받침할 대표주관사 선정에 착수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대선 이후 증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기존 IPO 심사를 청구한 업체 48곳의 심사승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다수의 업체가 본격적으로 공모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수의 업체들이 수요예측을 이달 중 진행함으로써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내년 공모규모는 최근 5년간 IPO 시장이 제일 뜨거웠던 2017년보다 더 클 것"이라며 "내년에도 유동성 장세가 기대되고 IPO시장에 대한 관심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일반투자자 청약 배정 20% = 공모주 광풍이 이어지면서 증권가 안팎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을 더 배려하는 방식의 제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개인투자자들은 현재 20%인 공모주 배정 비중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들어 자본시장 거래 비중의 70%를 차지하며 새로운 수급 주체로 떠오른 개인에 대한 공모주 배정 비중이 너무 작다는 지적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주식시장 3대 주체는 개인투자자와 기관, 외국인인데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졌다"며 "이제 공모주 배정 물량 확대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금융당국은 적정한 비중을 검토해 개인투자자 참여기회를 확대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투협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IPO 주관회사는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공모주식의 20%를 배정하고 일반청약자에게는 공모주식의 20% 이상을 배정해야 한다. 나머지는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에 10% 이상을 배정하고 코스닥벤처펀드에 30% 이상을 배정한 뒤 나머지 잔여분을 기관투자자들이 받는다.

올해는 공모주 열풍으로 경쟁률이 크게 높아지면 증거금이 많을수록 배정 물량이 많아지고, 증거금이 적으면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1억원을 투자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주, 카카오게임즈는 5주, SK바이오팜은 13주를 받는데 그쳤다. 공모주 청약을 하려면 최소 1억원을 가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소액투자자들의 공모주 배정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이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증권사들, 우수고객 청약 확대 =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은 우수 고객 에 우대 혜택을 주는 방안을 잇따라 내놨다. 이는 돈이 많은 '슈퍼 개미'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해 소액투자자들은 공모주 투자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심화됐다.

지난달 KB증권은 공모주 청약부터 개인고객의 우대조건을 확대·변경했다. 우대 혜택을 받게 되는 투자자는 KB금융그룹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KB스타클럽 MVP·로얄등급으로, 대상 고객의 청약한도는 기존 2배에서 2.5배로 늘어났다. 일반청약 한도가 1억원이라면 우대 고객의 경우 기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공모주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청약일 직전 3개월 자산 평균잔액이 1억원 이상이고 청약일 전월 말일 잔고가 5억원 이상인 '최고우대' 고객에 대해 일반고객 청약한도의 300%를 적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장기연금형상품에 직전월 말 3개월평잔 매수잔고로 1800만원 이상 보유한 고객에 청약한도의 250%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자산평잔이 1억원 이상인 우수고객이나 급여이체, 연금계좌 보유 고객에 200% 우대혜택을 주고 있다.

공모주는 개인투자자가 납입한 증거금과 경쟁률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 받는데 통상 청약 증거금이 많을수록 배정 물량 역시 함께 커져 증권사들의 우대혜택은 슈퍼개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주관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청약 우대 조건이 변형된 불공정 거래라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고객 자산별 차등 마케팅은 '증권의 청약자에게 증권을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해 배정하는 행위는 금지돼있다'는 자본시장법의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는 12일 열리는 공청회를 통해 학계와 금융투자업계, 투자자들의 의견을 모은 뒤 이달 중 일반 청약자 공모제 배정 및 IPO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다국은 소액투자자가 소외되는 현재 규정을 개선하기 위해 소액청약 우대나 추첨배정 등의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섣부른 제도 개편이 개인투자자의 손실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PO 공모주 배정 둘러싼 쟁점"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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