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하이일드물량 일부 전환 … 청약자에 동등한 기회 부여"

학계·업계 "단기 과열현상으로 제도변경 성급 … 시장 변동성만 키울 것"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모주 배정 및 IPO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공모주 개인배정 물량을 현행 20%에서 최대 30%로 확대하는 방안과 균등배분 등의 개선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학계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일시적인 공모주 과열 현상에 제도개선까지 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IPO 광풍에 휩쓸린 개인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로 시장 변동성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일반청약자 배정 물량 확대 = 금융투자협회는 12일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IPO 공모주 배정 이슈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로, 금융위원회는 토론회에서 제안된 의견 등을 검토한 뒤 이달 중 제도 개편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조발제에 나선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청약 배정 물량 확대, 배정 균등 방식 도입, 복수 상장주관사를 통한 중복 청약 금지 등을 방안을 내놨다. 이 연구위원이 제시한 방안은 개인 청약자 배정 물량 확대를 위해 하이일드펀드(신용 등급이 낮은 투기 등급 채권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 펀드) 배정비율을 10%에서 5%로 줄이고 우리사주조합 청약 미달 물량은 최대 5%까지 개인 청약자 물량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개인 청약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은 현행 20%에서 30%까지 늘어난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사주조합의 청약 미달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사주조합 평균 배정 물량은 유가증권시장 11%, 코스닥 시장 5% 수준"이라며 "미달 물량에 대해서는 최대 5%까지 일반청약에게 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올해말 일몰 예정인 하이일드펀드에 공모주 10% 우선배정하는 제도를 5%로 우선배정물량을 축소하고 2023년까지 3년간 유지하되 감축물량(5%)을 일반청약자에 배정하자"며 "이는 코스닥벤처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의 일몰기간이 2023년까지인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 청약 물량에 대해 균등배분 방식도 일부 도입하자고 제시했다.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중 절반 이상을 배정, 현행 증거금 기준 '비례방식'과 병행 하는 안이다. 이 연구위원은 "균등방식은 최소 청약 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 동등한 배정기회를 부여하는 방법"이라며 "주관사가 예상 청약경쟁률, 예상 공모가, 해당기업의 특성 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배정방식을 고안·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제도로는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처럼 시장 관심이 뜨거운 공모주를 할당받기 위해 거액의 증거금이 필요한데, 청약증거금이 부족한 일반청약자들의 참여기회가 제한되고, 청약증거금 경쟁이 과열되는 점을 고려한 구상이다. 균등방식은 일괄청약방식과 분리청약방식, 다중청약방식 등을 제안했다.

초과배정옵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초과배정옵션은 IPO 시 주관사가 최대주주에게서 차입해 공모물량의 15% 이내에서 추가로 공모주를 배정하는 제도다. 상장 후 주관사가 시장수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하면 주관사는 수요예측에 따른 시장수요 정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해 공모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주관사가 공모주 투자에 따른 위험을 낮추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업계 "IPO시장 고위험" = 하지만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IPO공모주 투자는 고위험 상품이라며 성급한 제도개선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일반투자자 물량 확대는 아직 검토할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날 패널 토론에 나선 송교직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 공모주 시장이 과열된다고 해서 갑자기 제도를 바꿔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올해 수익률이 좋았다고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을 확대하면 시장이 냉각되어 개인투자자 손실이 커질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진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발행시장은 적정 공모가 결정, 성공적인 물량 소화 측면에서 증권사와 기관끼리 계약에 의한 시장으로 코스피와 코스닥과 같이 상장 후 시장보다 정보 불균형 심하다"며 "개인은 직접 투자보다 공모주펀드 투자 등 간접투자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금투업계는 현행 IPO제도개선이 왜 논의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은 "IPO제도는 큰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며 "공모주에 과도하게 많은 투기적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며 오히려 호가 시스템을 개선하는게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90%에서 200%까지 호가를 하게 되어있는데, 하방을 90%로 막아놓고 상방은 200%까지 열어두면서 투기적 수요를 조장하고 있다"며 "위아래로 균등하게 30%씩 호가를 한다거나 아예 0부터 무한대까지 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지훈 씨티은행 ECM 본부장 또한 현행 IPO 시장을 보면 주관사나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권 본부장은 "최근 발생한 공모주 과열현상은 유동성 시장에서 만들어진 투기적인 묻지마 투자로 봐야 한다"며 "제도를 바꿨는데 공모주 시장이 고꾸라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로 일반 투자자 대상 물량 확대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 싱가폴, 미국 등은 일반투자자 청약배정이 10%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일반투자자의 초단기 투자도 지적했다. 그는 "개인 배정물량을 살펴보면 90% 이상이 10영업일 이내에 매각되는 등 상대적으로 초단기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본적으로 공모주로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고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공모주펀드 활성화를 통해 개인 자금이 펀드로 유입, 간접 투자를 하는 방식이 직접투자보다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배정에 대한 논의보다는 IPO시장의 질적·양적 성장을 위한 본질적 사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일반 투자자 물량확대에 대한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공모주 시장은 리스크가 큰 곳"이라며 "개인의 비중을 줄이고 오히려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정상적 투자자라면 '따상'이나 '따상상'을 노리고 투자하지 않는다"며 "리스크 측면에서 보면 일반투자자 더 늘리는 것 안되고 간접투자로 유도하는 방안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IPO 공모주 배정 둘러싼 쟁점"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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