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데 교통비만 월 50만원 … "감염병 유행 시 이용할 지정병원 절실"

장애인(2019년 기준 261만명 등록)은 자신의 장애가 원인이 돼 생기는 건강상 문제뿐만 아니라 생활 속 건강활동 부족과 사회적 의료지원 부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후천적 만성질환들 때문에 힘겨운 생활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주치의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다.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전국적 시행은 요원하다. 내일신문은 장애인들의 건강권 강화 요구에 따라 그 대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1. 신장장애인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투석 받거나 병원 외래를 가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이동 중에 저혈압이나 저혈당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동하는 순간에도 모험을 해야 하죠. 신장장애인에 맞는 교통수단 지원이 간절해요.

#2. 지역에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생겨,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어요. 다니던 병원에서 투석은 14일 이후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어요. 이후 4일간 투석을 하지 못해 체내에 요독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돼 긴급투석을 받아야 했어요. 감염병유행이 계속 몇년마다 온다는데 지정병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신장장애인협회 회원들이 26일 본지에 보내온 건강관리 상 힘든 사례들 가운데 일부 내용이다.

신장장애인은 장애유형 가운데 가장 면역력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겉으로는 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주변의 지원이 낮은 편이다.

이에 신장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의료와 돌봄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신장장애인은 주기적인 투석 등 치료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고, 식습관 등 안정적인 관리가 뒷받침돼야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면역력 취약층"이라며 "신장장애인에게 맞춤형 지원이 적절히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신장장애인이 병원으로 가기 위해 신장장애인협회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제공


◆응급상황 대처 미교육 39% 넘어 = 신장장애인은 주로 만성신부전 혹은 혈액투석환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신장 기능부전으로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고, 신장기능에 지속적인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장애인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8만7892명이 신장장애인으로 등록됐다.

전체 장애인구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는 반면, 신장장애인 수와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7년 4만7509명(장애인 중 2.3%)이었으나 2018년 3.4%로 늘었다.

신장장애인 절반 이상이 50∼60대(53.1%)로 나타났다. 70대(18.4%), 40대(14.3%)로 고령층의 비중이 높았다.

이들의 건강지표를 살펴보면 매우 열악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신장장애인 514명을 설문조사한 '신장장애인 욕구 및 실태조사'보고서(2019년 10월)에 따르면, 신장기능 저하로 3개월 이상 투석하고 있는 경우가 86.5%(443명)로 나타났다. 안정적으로 투석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신장이식을 받은 후 신장거부반응으로 투석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56.6%(30명), 약물부작용이 심한 경우가 22.6%(12명)로 당뇨수치 불균형, 손떨림, 식욕부진, 췌장암, 혈액순환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20.8%(11명)는 합병증이 심해 고혈압 당뇨 탈모 무기력 등을 경험했다.

신장장애의 악화를 막기 위해 예방교육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개발원 조사결과, 약물사용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가 25.4%, 영양관리/식이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가 21.9%, 신장기능 유지를 위한 운동교육을 못 받은 경우가 31.4%, 기호식품 사용에 대한 교육도 29.4%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응급상황 대처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39.1%나 됐다.

이들 교육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절반 가까이가 부정적이었다.

강 교수는 "국회와 정부는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의 일상건강관리와 중증예방 진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 의심환자·격리자, 투석 지원체계 필요 = 투석을 받는 신장장애인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동과정이 만만치 않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에 따르면, 투석병원을 오갈 때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자가용 44%, 일반버스 22.4%, 일반택시 8.9%, 전철 8.9%로 나타났다.

이영정 협회 사무총장은 "신장장애인이 이동 중에 질환 후유증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장애인콜택시 등 신장장애인에게 맞는 이동수단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장애인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저혈압 저혈당 혈관출혈 고칼륨증 등으로 응급상황을 경험한 경우가 51.4%로 나타났다.

신장장애인들은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원하지만 투석시간이 4시간 넘게 걸리다 보니 대기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장애인콜택시는 시각·지체장애인을 지원하기를 선호한다. 콜택시를 이용하고 싶을 때 적절히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빈발한 이유다.

한편 코로나19사태처럼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신장장애인의 고통은 더욱 깊어진다.

코로나19로 자가격리할 경우 기존 투석병원 이용이 어렵다. 방역택시를 이용할 경우 2주간 교통비만 50만원이 넘게 드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사무총장은 "감염병이 유행할 때 의심환자나 격리자 등이 이용할 수 있는 광역시도별 투석병원을 지정하고, 이동수단을 지원해주면 덜 불안하고 안정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자가격리 신장장애인이 혈액 투석을 위해 이동할 경우 직접적인 비용 지원은 없으나,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 등을 통해 병원이동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안내하고 있다"며 "자가격리자에게 투석 병원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자원을 연계하기 위한 방안을 중앙방역대책본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확진자는 인공신장기가 있는 감염병전담병원,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에 입원하여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감염병 대규모 유행이 몇년 간격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일회적인 지원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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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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