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개편 등 요구에 대응 느려

2020년 12월, 대한민국은 코로나19가 남긴 깊은 상처 치유에 바쁘다. 가장 모범적인 방역국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3차 대유행에 1일 1000명 수준의 확진자가 계속되고 있다. 4번의 추경과 재난지원금을 마련하는 등 비상대응에 나섰지만 깊고 무거운 민생의 신음은 여전하다. 정치권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4월, 1차 유행기에 치러진 21대 총선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났다.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 감염사태를 극복해야 한다는 민심의 반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과 정부의 방역의지·실시간 조사가 ICT 여건 등을 바탕으로 ‘K-방역’ 성과를 세우며 여권의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12월 3차 유행기에 병상이나 백신 등 ‘코로나19 대처’ 등이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한국갤럽.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원인이 된 점은 아이러니다.

지난 총선에서 자력으로 174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개혁과제 밀어붙이기에 열심이다. 대선, 지방선거에 이은 3연속 승리는 야당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180석)도 중단시킬 수 있을 정도다. 국회 상임위원장 전체를 확보한 민주당은 올해 공수처법을 제·개정해 내년초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 제한을 포함한 검·경 수사권 조정, 국정원의 대공·국내정보 배제 등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제도화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김대중정부부터 문재인정부까지 역대 진보정권이 필생의 업으로 강조해 온 쟁점들이다.

그러나 여당의 개혁제도화는 거칠었고, 곳곳에서 상처를 냈다. 검찰개혁, 공수처법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으로 전 법무부 장관이 피소되고, 현직 검찰총장은 2개월의 정직을 받았다. 여당은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공수처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제거했다. 야당의 반대 일변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하나 야당 시절 보수여권을 향해 ‘의회 독재’라고 비난했던 행위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개혁 성과를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무너뜨린 것은 여권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외면하고 있다. 부동산 등 국정운영의 악재로 작용한 사안들과 맞물려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을 흔드는 원인이 됐다.

내각 인선은 두고두고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책에 대한 부정평가에 맞춰 내각 개편 등의 요구가 많았으나 여권의 대응은 느렸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시점을 놓친 것은 물론 새 후보자의 과거 행적은 ‘내로남불’의 전형적 사례로 지탄받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민주당은 정치적 책임성 등을 이유로 무공천 방침을 뒤집었지만 정치적 이익을 포기하지 못한 것에서 온 결정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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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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