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정국서 온라인 전대 … '언택트 폴리틱' 등장

유권자, 정치 정보·의견 표출 등 온라인 영향력 발휘

내년 4월 이후 여야 지도체제 개편도 '온택트' 유력

정당 운영체제에서 올해는 '비대면 정치'가 본격화 된 해로 평가된다. 전당대회를 온라인으로 치르고, 대표 등 지도부를 모바일로 선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법이 됐다. 정당의 회의도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유권자들 또한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정치관련 정보를 얻고,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한다. 특정인사 중심으로 짜여졌던 창구를 넘어선 것이다. 선출직으로 나선 이들도 이같은 변화에 궤를 맞춘다. 온라인을 통해 여론을 판단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온라인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대한 수렴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다 대표성 논란은 정치권의 편가르기 심화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발언하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자가격리 중에 치러진 민주당 전대 = 더불어민주당은 올 8월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4차 전당대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후보자들의 당원·대의원 직접 접촉은 최소화하고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을 활용해 정견을 발표하고 모바일 투표를 통해 지도부를 뽑았다. '온라인플랫폼 정당'을 표방한 민주당의 4차 전대에는 79만6000여 명의 권리당원 가운데 32만6000여 명(41%)이 투표에 참여했다. 60.7%를 얻어 민주당 대표가 된 이낙연 대표는 전당대회 당일 자가격리(!) 중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택에서 머물러야 했다. 후보자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전당대회를 진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코로나19 영향이라고 하지만 이미 정치권의 온라인투표 경험이 축적된 결과이다. 2017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투표는 ARS(자동응답전화기)와 함께 K보팅(중앙선관위의 온라인투표시스템)이 동원됐고 선거인단 26만437명 중 23.0%인 5만9911명이 참여했다. 2018년 민주당 전당대회, 2019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당대회에서도 당원대상 모바일 투표가 반영됐다. 4월에 열린 21대 총선과정에서 녹색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이 온라인 토론과 투표로 비례대표 후보뿐만 아니라 순번까지 정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온라인투표로 물었다. 또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도 별도의 전당대회 없이 온라인투표로 결정했다.

◆광장과 온라인 상호작용 = 이른바 '비대면 정치' 활성화는 정치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가 추동한다. 뉴미디어 영향이 20~40대에서 50대, 60대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중앙선관위의 '21대 총선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총선후보 선택정보를 얻었다는 대답은 31.2%로 언론보도(23.9%)나 후보자 선거홍보물(18.6%), 선거벽보 선거공보(9.6%), TV토론(7.6%)을 크게 앞질렀다.

연령별로 보면 20~40대까지는 인터넷·SNS의 영향력이 강력했다. 20대의 74.2%가 후보 선택 경로를 지목, TV 신문 등 기존 언론매체(17.3%)를 크게 앞질렀다. 30대는 후보선택 경로로 67.2%가 인터넷·SNS를, 26.1%가 기존 언론매체를 지목했다. 40대는 후보를 선택하는 데에 접한 경로와 관련해 인터넷·SNS와 기존 언론매체를 선택한 비율이 각각 66.0%, 24.3%였고 50대는 46.9%, 41.3%였다. 60대 역시 인터넷과 SNS 영향력이 기존매체(52.4%)에 미치지 못했으나 31.7%에 달했다. 70세 이상에서도 16.5%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후보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뉴미디어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의 단순 소비자에서 참여자, 결정권자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양상이다. 유권자들의 이같은 변화는 선출직의 대응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20대 국회의원 81.8%(297명 중 243명)가 유튜브 계정을 개설했다. 21대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전담 보좌진'을 채용하고 있다.

정당 차원에서도 민주당은 '씀', 국민의힘은 '오른소리', 정의당은 '정의당TV'를 통해 당원들과 만나고 있다.

◆지도부 개편에도 영향력 커질 듯 = 당원과 지지자들의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온라인 창구는 의견 수렴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강성 지지층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당내 특정 입장에 대한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여당 안에서 청와대 등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조정기능을 위축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지도부, 특히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지도부의 경우 이같은 흐름을 거스리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위기국면에서 적극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처럼 특정 국면에서 여론과 거리가 있는 정치적 입장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당내 강성 지지층에 대해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지도부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낙연 대표가 대선 경선 출마를 위해 3월에 사퇴할 경우 선대위 체제를 거쳐 5월 쯤 차기 원내대표와 함께 대표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치른 후 새 대표체제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기존 구도가 엇갈릴 수 있으나 여야의 강성 지지층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듬해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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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이재걸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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