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개편을 위한 디딤돌, 교원 역량강화에 자신감 … 온라인에서도 거꾸로 수업

지난해 대한민국 교육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 코로나19는 학교교육의 변화를 예고했다. 교육부는 이를 미래교육 전환점으로 삼았고, 학교는 방역과 원격수업, 미래형 수업혁신을 추진 중이다. 교사들은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 불균형을 해소하고 미래교육의 기회로 삼기 위해 땀을 흘렸다. 쌍방향 수업으로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하는 우수사례가 쏟아졌다.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이 미래교육을 앞당기고 있다는 증거다. 코로나19에 대응, 학교를 안전지대로 지켜낸 교사와 미래교육을 설계하는 과정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습니다." "초기엔 많이 긴장했고 잘 될까 걱정도 많았지만, 학생들에게 배움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강원도 강릉 강일여고(교장 민경광)의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은 전국 온라인수업의 모델이 됐다. 강일여고 김준형(수학담당) 교사가 코로나19가 몰고온 온오프라인 수업의 1년을 회고했다.

지난해 유은혜 부총리가 온라인 개학과 동시에 쌍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를 찾았다. 사진 교육부 제공


김 교사는 온오프라인 수업에서 공통 적용이 가능한 '블랜디드 러닝' 프로젝트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시켰다. 블렌디드 러닝이란 온·오프라인 교육과정을 결합한 수업을 말한다.

각각 수업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서로 보완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미래수업을 준비해온 현장 교사들이 이전부터 '거꾸로수업' 등의 형태로 현장에 적용해온 시스템이다. 김 교사는 8년 전부터 '거꾸로수업'을 해왔기 때문에 온라인수업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고 말했다.

강일여고 블랜디드 수업


온라인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대목은 '디딤영상' 제작이다. 지난해 교사들은 동영상 편집이나 인코딩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물론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 영상을 만들면 좋겠지만 이러한 형식적인 면이 반드시 좋은 온라인수업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게 김 교사의 말이다. "학생들은 수학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한다. 이는 경험을 통해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게 되는 과정이다."

영상의 형식보다 영상에 담길 내용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교과 담당 교사로서 내가 이번 차시에 학생들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는 것. 이런 고민 속에서 제작된 영상은 수학 개념에 더 쉽게 접근하게 하고 학습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겨준다.

강일여고 학생들이 미적분 수업중 '실생활에서 확률구하기' 내용을 정리해 공개했다. 사진 강일여고 제공


◆온라인수업,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설계 = 수학 분야 온라인 수행평가 시스템도 개발해 공유했다. 전체 4차시에 걸쳐서 진행하는 평가방식으로 합성함수의 미분법을 학습한 뒤 학생이 직접 디딤영상을 제작하게 했다. 대본을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촬영하고 모둠별 줌(ZOOM) 상영회를 실시했다. 학생들이 온라인수업에서 자신과 교사를 직접 평가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셈이다.

이런 결과는 그대로 생활기록부에 담긴다. 김 교사가 개발해 현장에 적용한 '온오프라인 블랜디드 수업' 모델은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2020 대한민국 수학교육상'에 뽑혔다.

천안 청당초교(교장 류영숙)는 코로나19에 따른 등교수업이 중단되자 새로운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청당초 교사들은 2020년 3월, 온라인수업에 대비한 '소통과 협력의 배움' 설계도를 완성했다. 우선 '생각만들기, 생각 조정하기, 함께 결정하기'로 교육과정을 요약했다. 등교수업이 중단되자 담임교사와 래포 형성, 긍정적 친구 관계 만들기, 학습 기술 훈련 등을 어떻게 추진할지 고민했다. 영상으로 수학복습 콘텐츠를 만들었고, 화면을 통해 학생들과 만났다.

청당초교 박성광(정보과학 부장) 교사는 학생 개인의 '생각 만들기' 연습을 위해 마인드맵, 질문하기, 공책 정리하는 법 등을 담은 영상을 매일 하나씩 만들었다. 총 40여편을 학부모에게 전달하자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 3학년 수학복습 콘텐츠를 만든 이유에 대해 박 교사는 "수학이 타 교과보다 수준차와 학습 결손 누적도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모들은 이를 자녀들과 공유했고 자녀와의 대화 공백을 줄여나갔다. 박성광 교사는 원격수업 초기에 '하루 1시간'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쌍방향 수업에 대한 연구를 했고, 교육 실천모임인 '미래교실네트워크' 소속 교사들과 소통하고 사례를 공유했다.

초기엔 줌을 이용해 '모둠 활동'을 시작했지만, 학생들은 눈치를 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박 교사는 '온라인 놀이' 공간을 만들었다. 온라인 보드 게임, 손병호 놀이, 마피아 놀이 등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온라인 스타일로 바꿔서 진행했다.

강일여고 온라인 수학수업


◆학생들 빠르게 원격수업 적응 = 결과는 '대박'이었다. 아이들은 빠르게 원격수업에 적응했다. 이는 '이음질문'으로 이어졌고, 학습대화 수업으로 발전했다. 박 교사는 "각 모둠에 대화를 이어줄 교사가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질문 장치'를 만들었다. 질문과 대화에 익숙한 아이들은 '줌' 수업에 빠르게 적응했고 문제해결능력도 향상됐다. 이러한 온라인 병행 수업모델은 지난해 교육부와 창의재단이 주최한 각종 전국행사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됐고 박 교사는 원격 연수 강사로 활동했다.

충남교육청은 '코로나 시대, 좌충우돌 수업 성장기' 우수수업 사례집을 발간, 현장에 공유했다. 사례집에는 청당초 박성광 교사가 만든 '교실을 온라인으로 옮겼을 뿐' 컨텐츠가 뽑혔고 충남을 비롯해 전국 초등 온라인수업의 모델이 됐다.

지난해 10월 26일 전격 등교수업이 이루어졌다. 교사들은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에서 아이들 학습결손을 걱정했다. 박 교사는 "수년간 고민해왔던 수업 철학, 실천해온 수업 방법, 그리고 믿음과 격려의 힘으로 아이들은 건강하게 학교로 돌아왔다"며 "그냥 교실을 온라인으로 옮기면 될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현재 e-학습터에 준비된 실시간 화상 수업 플래폼은 일반 기업 프로그램에 비해 기능이 많이 떨어진다"며 "양질의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학생용 기기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현장 교사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제작한 다양한 수업모델은 미래교육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교육부는 원격수업에 자신감을 나타내며 미래교육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쌍방향수업 비율은 지난해 1학기 15%에서 2학기 56%로 높아졌고, 학생학부모 만족도도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원격수업이 디지털 혁명에 따라 인공지능(AI)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설명했다. 특히, '아이들이 삶의 주체로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대목을 강조했다.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학교"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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