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진로관심분야 연계

"온라인수업에서 합성함수의 미분법을 학습한 뒤 학생이 직접 '디딤영상' 대본을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촬영과 모둠별 줌(ZOOM)상영회를 통해 자신과 동료, 교사를 평가합니다. 이런 활동내용은 그대로 생활기록부에 남깁니다."

김준형 강릉 강일여고 교사

김준형 강릉 강일여고 교사가 쌍방향 수업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자기만의 언어로 수학 개념을 재해석했다. 수학공식의 증명 과정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타인지능력이 향상되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알게 됐다는 게 김 교사 증언이다.

학생들은 교사가 교수평기(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를 목적으로 제시한 학습 내용을 숙지하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정 기간 자신이 탐구하고 학습한 내용을 스케치북에 마인드 맵 형태로 기록하고 학급 친구들과 공유했다.

학생들의 관심이 큰 진로 분야와 수학을 연계해 관심과 참여도를 높였다. 이런 온라인수업과정은 경쟁교육의 틀을 깨고 공유하고 협동하는 교육으로 바뀌고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수학을 자신의 진로 관심 분야와 연계하는 수행평가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다는 게 김 교사 설명이다.

김 교사는 상담과정에서 중학교 때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모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다. 수포자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거꾸로 공부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등교수업이 아닌 원격수업에서 수포자 살리기 기적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중학교 3년 과정을 복습했다. 수포자를 위한 무료 유튜브 체널과 블로그를 운영했다. 수학을 내려놓은 학생들의 참여가 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예전의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원격수업 과정에서 증명된 다양한 컨텐츠를 바탕으로 '블렌디드 러닝'이 자리잡아가기 시작했다."

김준형 교사의 이러한 노력은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2020 대한민국 수학교육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교사는 △온·오프라인 거꾸로수업 방법 정착 △수학과제 탐구 △수학과 진로를 연계한 평가방법 연구 △공학도구 수업 연구 △수학자를 위한 무료 유튜브채널 운영 △강원도형 수학나눔학교 운영 활동 공적을 인정받았다.

김 교사는 "쌍방향 원격수업의 안착과 지속가능을 위해 학교현장에 온라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며 "원격수업 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블렌디드 러닝 관련 교원연수 지원이 필요하다"고 교육청과 교육부에 주문했다.

김 교사에게 학생이 전한 편지다.

"저는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아닙니다. 그동안 수학선생님들은 항상 슉슉슉~판서수업을 하셨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지 못했고,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등교수업을 못했지만, 선생님 수업은 제가 학교에서 처음으로 '수학을 배운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학교"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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