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융합해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부모는 제2의 담임, 메타인지 능력' 접목

지난해 코로나19는 학교교육의 변화를 예고했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를 미래교육 전환점으로 삼았다. 코로나19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교육시장도 흔들었다. 각 나라는 미래교육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학습손실과 학습격차를 줄일 방안을 강구했고, 각각 다른 속도와 형태로 미래교육을 설계했다. 학부모 역할도 코로나 전과 후로 나뉘어 평가되기 시작했다. 앞선 학부모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교육 전문가들과 2시간동안 토론했다. 교육감, 학부모, 교사,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 남부교육지원청 담당자 등이 참여해 대구미래교육과 학부모교육 실태를 진단했다. <편집자 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지난해 코로나19는 학교교육을 크게 변화시켰다. 아이들은 학력 그 이상의 것들을 잃었고 부모들의 역할도 바뀌었다."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의 말이다. 강 교육감은 학부모교육을 코로나 전과 후로 나눠서 진단했다. 학부모 역량에 따라 학교와 가정의 소통 정도가 달라지고, 이는 자녀 생활과 학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여가부 장관시절부터 학부모교육의 필요성을 고민했다"며 "최근 아동학대 사건 뉴스를 보면서 '부모됨'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말했다.

그는 취임 후 부모교육 시스템을 정비했다. 기존 대구의 학부모 교육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뉴얼과 운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학부모교육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21일 학부모교육을 주제로 대구교육청에서 교육전문가와 학부모가 대담에 참여해 토론했다. 사진은 좌측부터 이준구(달서공고 교사), 김정희(수성초 학부모), 강은희(대구시교육감), 김현정(남부교육지원청 학부모교육 담당주무관), 김사철(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장). 사진 = 대구교육청 제공


◆ 학부모 만족도 5점 만점에 4.9점 = 원격수업을 시작하면서 학부모들이 '에듀테크' 기반학습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학부모교육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성장발달 단계에 맞는 자녀교육 가이드북을 유초중고 학부모 10만명에게 제공했다. 대구시 유초중고 461개교를 학교평생학습관으로 지정하고 표준화된 강의자료와 강사 역량개발에 집중했다.

대구교육청 학부모교육은 미래교육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학부모교육과정에 미래교육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메타인지 능력' 과정을 접목했다.

메타인지는 자신만의 학습법을 알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말한다. 미래교육에서 AI와 인간의 다른 점을 메타인지로 구분한 것이다. 이 과정에 부모의 역할도 교육과정에 담았다. 강 교육감이 부모를 '제2의 담임'으로 규정하고 부모교육 강도를 높인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해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역량개발센터)는 학부모 심화과정을 운영했다. 학교단위에서 운영하는 부모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학부모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매주 자녀교육 콘텐츠를 학교 홈페이지와 가정통신문 앱, SNS 맘카페를 통해 전달했다. 역량개발센터는 학부모들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취약계층 및 어린이집 학부모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학부모교육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전문강사단 구성과 학부모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만족도를 높여나갔다. 부모교육 영역을 6개로 편성하고 3년 단위로 이수하도록 했다. 주제도 코로나 현실에 맞게 구성해 부모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자녀교육 불안감을 최소화했다.

△블렌디드 환경에서 자녀교육 △코로나우울 마음방역 △엄마표 학습법 △쌍방향 참여형 하브루타 코칭 등 다양한 주제로 학부모들을 불러들였다. 특히, 부모들의 '에듀테크' 역량을 높이자, 부모-자녀간 소통의 길이 트였다.

지난해 대구학부모교육 강좌수는 3624회, 참여인원은 15만8700여명에 달했다. 부모교육 참여율은 매년 30%에 달한다. 사실상 3년 기준으로 이수과정을 계산하면 참여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김정희(대구 수성초 학부모)

교육에 참여한 김정희(대구 수성초 학부모)씨는 "초기에는 원격수업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고, 같은 반 또래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는 데 우려와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집콕'하는 아이 셋과 갈등도 컸고 대화도 시들해진 상황이었다.

학부모교육에 참여하면서 원격수업의 기록과 평가방식을 자세히 알게 됐다.

그는 "교사들과 충분한 소통으로 가정에서 아이 인성과 학습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터득했다"고 말했다.

김사철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장

김사철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장은 "코로나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온라인 버전인 '손안의 학부모교실'을 강화해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미래교육과 학부모교육 접목 = 코로나 시대 아이들은 학력 그 이상의 것들을 잃었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미래교육이다. 미래교육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교육의 관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교사의 역할을 '조력자'로 규정한다. 미래교육이 성공하려면 많은 기존의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정책과제를 받아들이고 시행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교육과정에서 미래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첨단기술과 불안한 미래사회에서 첨단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공부의 본질은 무엇인지 물었다. 교사들은 아이를 인공지능 로봇처럼 교육시키지 않고 인간 본성을 잃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준구 대구 달서공고 교사

이준구 대구 달서공고 교사는 "학부모교육은 자녀가 초등이면 부모도 초등이 되고, 자녀가 중학생이면 부모도 중학교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며 "초기 방역 안전망 구축 당시 학부모들의 지원과 참여로 서로 소통과 신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밴드를 비롯한 다양한 SNS를 활용했다. 학부모들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신뢰 기반을 구축했다. 코로나시대 가정은 사회정서적 학습이 가능한 곳임을 깨닫고 스스로 자녀와 소통방안을 구상했다.

미래교육 성공을 위해 전통적 교육과 학습의 대전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이해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자녀 공부는 무엇인지도 묻고 토론했다. 복잡한 문제 해결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력(창의성)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학부모교육 커리큘럼은 미래사회에 사라질 직업과 새로 만들어지는 직업군에 대해 안내했다.

◆ "위기 속에서 기회 찾았다" = 지난해 대구 학부모교육을 정상에 올린 것은 대구남부교육지원청 활동이다.

부모의 관심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흐름을 읽었다. 지자체와 언론, 시민사회 단체와 융합해야 성공할 수 있음을 직감하고 문을 두드렸다. 학습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학부모교육을 시행한 것도 효과를 높였다.

김현정 남부교육지원청 평생교육사

김현정 남부교육지원청 평생교육사는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 컨텐츠가 무엇인지 조사 후 설계했다"며 "지역특성을 활용하고 학습자 성향까지 파악해 지역사회와 공유한 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학부모교육에 참여한 부모들은 사랑나눔 재능기부에 나섰다. 손 소독제를 만들어 시장 상인들에게 나눠주고 학부모교육 필요성을 홍보했다. 일방적인 교육이 아닌 부모들을 주체로 나서게 했다. 지역 케이블과 방송과 언론을 교육기부로 끌어들였다.

지난해 지역 케이블 방송은 818회, 연인원 15만명이 학부모교육을 시청했다. 학부모교육 시청률은 4%를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만족도 조사 결과 5.0점 만점에 5.0을 받았다. 학부모교육을 지역사회 문제로 공유하고 끌어낸 게 성공의 열쇠였다.

지역사회도 학부모교육을 통해 응용력과 자기주도성이 높은 아이로 키우겠다며 의지를 표명했다.

김 교육사는 "과거의 학부모로 살 것인가, 미래의 학부모로 살 것인가를 화두로 던졌다"며 "학부모교육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별 맞춤화된 형태의 학습지원 시스템을 시급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학교"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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