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질환으로 중증장애 발생, 가족해체도 … "지역 공동체 돌봄으로 삶 회복"

2019년 등록 장애인 261만명 가운데 90% 이상이 사고나 병을 앓은 후유증으로 발생한 후천적 장애인이다. 신체적 변화로 겪게 되는 심리·정서적 혼란과 사회복귀의 어려움은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하지만 이들의 재활을 돕는 공적 의료-복지 지원체계는 부실하다. 내일신문은 장애인들의 '재활지원을 강화하라'는 요구에 맞춰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사고나 질환 후유증으로 장애가 발생한 중도장애인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거부, 비애감에 장기간 불안정 상태를 경험하곤 한다. 특히 중증인 경우 초기 부적응 상태에서는 혼자 활동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사회생활이 순식간에 마비된다. 그것을 지켜본 가족도 비슷한 충격을 겪게 된다.

장애인 사회복귀 재활을 위해 휠체어 이용방법 익히기 훈련하는 모습. 사진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제공


병원 내 재활과 간병, 퇴원 후 거주 공간 생활과 외출 활동, 질환치료와 건강관리 그리고 경제생활 재개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이 때문에 중도장애인의 입원에서 사회복귀까지 적절한 공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박종혁 충북대 의대 교수는 "중도장애인 특히 중증인 경우 배우자와 이혼, 노부모의 삶 피폐 등 가족해체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많다"며 "높은 가족 의존성 돌봄을 방치하지 말고 시군구 지자체 단위로 장애인과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자원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개인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 의존도 높은 중증장애 이해해야 = 중도장애인 가운데 중증인 경우는 대표적으로 척수장애인과 신장장애인 등이 있다.

척수장애는 운동장애 감각장애 대소변장애 성기능 장애 등 다수의 중복 장애와 합병증을 동반한다. 2018년 척수장애인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602명 가운데 이혼이 9.8%로 나타났다. 이혼 시기는 '척수손상 후'가 78%로 척수손상 전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장애 발생 후 가족 갈등발생은 78.2%로 높았다. 갈등 원인은 긴 간병 등으로 '에너지 소진과 스트레스'가 38.8%로 가장 많았다.

척수손상 후 입원 기간은 평균 30개월이었다. 퇴원 후에도 불필요하게 병원을 전전했다. 이들은 병원간병과 일상생활 도움을 장애인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등 가족에게 거의 의존했다.

신장장애인들 중 투석을 해야 하는 중증장애는 81.0%나 된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장장애인은 최근 1년 내 42.2%가 입원했다. 이들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6만4102명으로 76.6%로 나타났다. 비경제활동의 주된 원인은 장애로 인한 업무수행의 어려움 67.1%, 장애 이외의 질병, 사고가 20.1%를 차지하고 있다.

신장장애인의 장애발생 이후 이혼경험을 보면 42.9%가 성격차이, 26.7%가 경제적 문제로 나타났다. 가족 내 차별 폭력 경험은 언어폭력 84.0%, 정신적 폭력 63.3%, 경제적 폭력 32.0%로 나타났다. 주가해자는 배우자 68.7%, 형제자매 16.0%, 부모 15.3%로 나타났다.

하지만 척수장애인과 신장장애인 등 중증 중도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공적 지원은 아주 미미하다. 초기 장애 발생시 장애인과 가족이 받을 충격을 줄이고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도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


◆자립-재활 동기 높일 생활지원 절실 =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부연구위원과 이수연 연구원은 공동 연구한 '중증·중도장애인 가족지원방안'보고서에서 "사회적 자원과 지원망이 빈약해 가족들은 만성 우울이나 극심한 소외감에 빠져 있다"며 "가족지원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주 국립재활원 재활의학과 과장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장애인의 재활과정과 장애 수용에 대한 인식을 도울 필요가 있다"며 "사회복지사 상담심리사 임상심리사 등 인력을 통해 발병초기 교육과 심리 상담으로 환자와 가족의 재활동기를 고취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복지정책이 발달된 외국의 경우 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복지서비스 지원이 활성화되어 있다. 영국은 2014 'Care Act' 제정을 통해 성인 돌봄서비스 체계를 재정립했다.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이 겪게 되는 신체적 정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가서비스, 주간보호, 보조기구와 설비지원, 주택개조, 돌봄인 서비스 등을 강화했다. 특히 16세 이상 장애인을 가족이 주 35시간 돌볼 경우 가족의 자산 정도와 상관없이 돌봄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법에 의해 장애인부모는 지역재활 서비스를 받는다. 장애 자녀 돌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적절한 개입방법을 훈련받도록 도와준다. 가족이 장애인의 직업재활에 도움이 되는 경우 가족에게도 직업 상담 교육서비스가 제공된다.

독일의 경우 사회보험 수급자인 장애인을 수발하는 가족 친지 등 비공식 돌봄 자에게 그 대가가 수급자에게 현금으로 지급된다. 현금 급여는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생활보장과 생활환경 지원, 삶의 질 보장을 위해 지급되는 것으로 이는 가족들의 요양 부담 감소에 크게 기여한다.

서 부연구위원 등은 중도장애인과 가족의 특성에 맞춰 지역사회 돌봄 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국과 독일 사례처럼 가족 간병과 돌봄 등을 공식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가족돌봄수당' 등 경제적 지원 방안 정립 △장애인에 대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가족에게 휴식지원과 (정신)건강관리서비스 제공 등을 제시했다.

김 과장은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병원 퇴원에서 사회복귀까지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로 사회복귀 예정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사회복귀 과정에서 중도장애인이 겪게 되는 장애요소를 극복할 이동수단 주거 활동보조 등 실생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중도장애인의 완성도 있는 재활시스템을 통해 장애인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갖춰진다면 가족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공적 지원의 강화"를 주장했다.

["장애인 재활지원 강화 시급" 연재기사]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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