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 추진

3차 토론 거쳐 군포시 정책 반영

코로나 위기 딛고 주민자치 실험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로 지방자치가 한 단계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무엇보다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참여'가 강화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지방자치 주체는 주민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머물렀다는 게 아쉬운 점"이라며 "전부개정안의 핵심은 지역주민 중심 지방자치로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실제 자치를 체험할 수 있는 영역인 읍·면·동의 주민자치회 관련조항은 법안에서 빠졌다. 여전히 지방자치의 주인은 주민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민자치회는 이미 전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게다가 동장을 주민추전제로 뽑고 주민총회를 열어 마을 일을 결정하거나 청소년과 청년들이 지자체 정책수립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내일신문은 지역별 주민자치의 모범사례를 발굴,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14일 군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소년전설프로젝트 1차 토론회 모습. 사진 군포시 제공


"이번에도 물어보고 끝날 줄 알았는데, 우리가 제안한 일이 정책에 반영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올해 군포고등학교 1학년이 된 이가을(15)양은 지난해 경기 군포시가 추진한 '청소년 전설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청소년 전설프로젝트'는 2021년 청소년 정책·의제를 발굴하기 위한 사업으로, 명칭 선정부터 토론 등 정책결정의 전 과정을 청소년들이 주도했다. 사업명칭의 '전설'은 '전체 설문'의 약칭이자 '새롭게 전설을 써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획부터 의제 선정까지 약 1년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지방자치의 대상에서 주체로 서나가는 계기가 됐다는 평을 받는다.

◆중·고등학생 1만2000명중 연인원 4800명 참여 = 이 프로젝트는 군포시 협치기구인 '100인 위원회' 산하 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지역의회 등 청소년을 중심으로 시와 교육지원청, 청소년재단, 청소년 유관기관 및 단체들로 TF를 꾸려 진행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하면서 걱정이 앞섰다. "우리가 정말 청소년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하면서 청소년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아 어렵게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1차 설문을 발송할 수 있었다. 교육지원청 협조로 학교별로 반 단톡방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각종 청소년시설 이용자 데이터 등을 활용해 참여를 독려했다. 보름 남짓한 기간에 3015명의 청소년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결과를 분석해 청소년들과 공유하고 다시 2차 설문을 보냈다. 이번엔 1835명이 참여했다. 설문대상인 군포지역 전체 중·고등학생 약 1만2000명 가운데 연인원 4800여명이 참여한 셈이다.

두 차례 설문조사를 통해 스트레스 원인과 해소방법, 청소년 권리, 학교생활 및 가족생활의 어려움 등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의견을 담아내고자 했다. 김현주 군포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은 "군포시 규모면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무엇보다 청소년이 자기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조사결과를 반드시 공유하자는 데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설문결과에 대해 김 팀장은 "우리는 청소년 권리에 관해 정책적인 문제를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반말'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며 "일상생활에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어른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5일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차 토론회 모습. 사진 군포시 제공

◆온·오프라인, 생중계로 코로나 극복 = 설문조사에 이어 청소년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간 세차례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앞을 가로 막았다. 1차 토론은 시청 대회의실과 청소년 시설 3곳에서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2차 토론회는 청소년 대표들의 심화·집중 토론을 거쳐 정책제안을 도출했다. 골목길 안전, 길거리 흡연문제 해소, 학습공간 및 여가시설 확충, 성폭력 방지 전담기관 확대, 유소년 운동선수 육성 등 8개 주요 과제를 선정하고 개선방안을 시에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열린 마지막 토론회는 시청 대회의실 및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고,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3차 토론회는 시 관계자와 청소년재단 등 정책책임자들이 청소년 제안에 대해 '응답'하는 자리였다. 김현주 팀장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는 청소년들이 자기 의견을 내고 지자체나 교육청과 함께 대안도 찾아보는 경험을 했다는 점"이라며 "이런 경험이 반복적으로 쌓여야 민주시민이 되고 지방자치의 주체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제안에 대해 군포시는 가로등 추가설치, 청소년 유튜브 정책토론회 정기 개최, 성폭력 전담기관 확대 및 정기적 성폭력 대처 교육 등 일부 과제를 시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들 사업 시행을 위한 예산은 올해 첫 추경예산에 편성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임현주 군포시 청소년청년정책과장은 "코로나19로 청소년들과의 충분한 감정공유에 한계가 있었지만 민·관·학의 청소년 관련 기관·단체들의 협업시스템 구축, 청소년의 주체적 참여와 민주적 의견수렴, 실시간 피드백을 통한 신뢰 형성 등을 성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넘어 주민자치 시대로" 연재기사]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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