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참여율 전년 두배 넘어

"상향식 참여시스템 활성화"

도농복합도시 자치분권 모델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로 지방자치가 한 단계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무엇보다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참여'가 강화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지방자치 주체는 주민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머물렀다는 게 아쉬운 점"이라며 "전부개정안의 핵심은 지역주민 중심 지방자치로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실제 자치를 체험할 수 있는 영역인 읍·면·동의 주민자치회 관련조항은 법안에서 빠졌다. 여전히 지방자치의 주인은 주민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민자치회는 이미 전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게다가 동장을 주민추천제로 뽑고 주민총회를 열어 마을 일을 결정하거나 청소년과 청년들이 지자체 정책수립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내일신문은 지역별 주민자치의 모범사례를 발굴, 소개한다. <편집자주>

신평면 주민자치회가 지난해 당진시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 주민총회에 대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신평면 주민자치회 제공


"당진형 주민자치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충남 당진시의 '온라인 주민참여 플랫폼'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당진시는 지난 2018년 행안부 디지털 사회혁신 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된 후 2019년 온라인 주민참여 플랫폼 '우리동넷'을 완성했다. 2020년은 '우리동넷'을 확산하고 활용하는 첫 해였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주민들이 직접 만나는 주민자치는 불가능해졌다. 당진시는 재빠르게 온라인 주민총회를 선택했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오히려 주민자치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초기, 앱 설치부터 난관 = 온라인 주민참여 플랫폼 시도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우리동넷' 애플리케이션을 주민 스마트폰 등에 설치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처음 보는 앱을 설치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가장 앞장선 곳은 신평면 주민자치회. 당진시 안에서 주민자치회를 선도하는 지역이었지만 면 단위 도농복합도시라는 특성상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등의 단어조차 낯설어 하는 주민이 많았다. 그렇다고 코로나19를 무시하고 오프라인으로 주민총회를 개최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결국 홍보와 설명, 설치까지 일일이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렇게 시작한 온라인 주민총회는 2020년 당진시 나머지 13개 읍면동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주민들이 발굴한 마을사업 68건에 대한 온라인 주민총회가 이뤄졌다.

결과는 놀라웠다. 2019년 14개 읍면동 주민총회에 참여한 인원은 2560명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도입한 2020년엔 6038명이 참여했다. 인원이 235%p 증가한 것이다. 전체 당진시 인구의 3.63%다. 신평면을 시작으로 읍면동별 온라인 주민총회 참여인원이 늘어났다. 경험이 쌓이면서 설치·운영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우리동넷' 마을소식에서 행정정보까지 = '우리동넷'은 '읍면동 마을계획단 및 주민총회' 사업 등에서 일어나는 주민불편을 디지털 기술로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직장인이나 영유아 부모 등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주민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오히려 '우리동넷' 확산의 계기가 된 셈이다.

'우리동넷'의 기능은 마을사업 발굴과 주민총회 참여 등 다양하다.

우선 각종 마을소식과 읍면동 행정정보를 제공한다. 내용은 시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계속 업데이트한다. 주민들이 복지 위기가구 등을 지자체에 직접 제보할 수 있다. 각종 시책에 대한 시민의 의견도 반영한다. 주민자치센터 각종 프로그램도 연계돼 있다.

설치 방법은 간단하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자신이 사는 동네에 들어가 등록하면 된다.

당진시는 올해 읍면동별 복지자원의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온라인 복지자원 공유'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온라인 나눔창고'는 앱을 활용해 기부자를 모집하고 이들을 각 마을에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주민들 오프라인 소통공간인 각 지역 '주민소통오아시스'도 앱을 통해 예약과 사용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당진시 관계자는 "'우리동넷'이 상향식 주민참여 시스템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을총회와 읍면동 주민총회가 소수만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전락할 경우 자칫 주민자치회 전체가 힘을 잃을 수 있다. 마을총회→주민총회→시 종합계획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에 다수의 주민을 참여시키는 데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리·통 단위 마을자치 전면 실시 = 인구 16만7000명의 충남 당진시는 전형적인 농어촌지역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서해대교가 개통하고 현대제철 등이 들어서면서 도농복합도시로 변화했다. 지속적인 인구유입은 도시 발전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의 갈등 등 사회적 문제도 발생시켰다.

이런 문제를 주민들의 힘으로 해소하고 당진시를 새로운 도농복합도시의 자치분권 모델로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한 게 주민자치회다.

다른 지역 주민자치회와 마찬가지로 시작은 쉽지 않았다. 2015년 14개 읍면동에 주민자치협의회가 출범했지만 조례가 재개정되는 등의 진통을 겪어야 했다. 당장 역할 혼선 등을 우려한 시의회부터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2016년 주민세와 자치사업을 연계·가능하도록 주민자치센터 조례를 개정하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17년 주민세 세입을 자치사업에 편성하고 신평면 등이 선도적으로 지역현안을 발굴해 참여예산에 공모하는 선순환 모델을 만들면서 힘을 얻었다.

2021년 현재 당진시는 14개 읍면동 모두에 주민자치회가 구성돼 있고 388명의 자치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2021년 예산규모도 37억원으로 늘어났다.

물론 승승장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주민이 모이다보니 요구가 엇갈리기 쉽고 이에 따라 충돌도 잦았다. 하나의 사안을 결정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돈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니어서 위원이나 주민들 모두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행정을 잘 몰라 겨우 하나의 사안을 결정해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당진시는 멈추지 않았다. 올해 당진시는 읍면동을 넘어 리·통 마을단위로 주민자치를 확대하는 마을자치 활성화사업을 전면 실시할 계획이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자치분권은 기초나 광역지자체가 권한을 갖는 게 아니라 실질적 주인인 주민이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당진형 주민자치의 마지막 과제인 마을자치 활성화를 통해 가장 낮은 리·통 단위에서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고 마을총회부터 주민총회, 시 종합발전계획까지 온 과정에 주민의 의견이 담기는 상향식 주민참여 플랫폼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넘어 주민자치 시대로" 연재기사]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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