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산 가치 살려

관광마을 조성 나서

"백제화장장 승화원 등 이른바 기피시설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하지만 벽제관 고양향교 등 구석구석에 가치 있는 문화재들이 자리 잡은 문화 마을이기도 합니다."

지용원(56·사진) 고양동주민자치회장은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문화자산을 활용해 마을을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차근차근 구상을 실천하고 있다. 경기도가 공모 중인 '구석구석 관광 테마사업' 유치에도 뛰어들었다. 당장 다음달 2일 열리는 발표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 회장은 "지역의 문화자산을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동종합복지회관 운영도 지 회장 몫이다. 주민자치회가 복지회관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건립 중인 도서관 운영도 마찬가지다. 보수도 없이 하는 일이다. 지 회장은 "주민자치회장은 복지회관장, 도서관장도 겸해야 하는 자리"라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 회장의 힘의 원천은 주민들의 결속력에 대한 믿음이다. 실제 레미콘공장 동물화장장 등 기피시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결속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확인했다. 그는 "고양동의 가장 큰 자산은 주민들이 손을 모으고 한목소리를 내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이라며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높빛축제가 이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 회장은 새로 출범한 주민자치회의 안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지역 주민자치회 운영을 배우기 위해 발품을 파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같은 마을의 성과를 다음 세대에게 전해줘야 한다며 '청소년 주민자치회' 구성에도 나섰다. 그는 "청소년주민자치회에 어떤 결정·실행 권한을 줄 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 지역 청소년들이 이 과정에서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배우고 마을에도 애착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 회장은 한때 컴퓨터학원을 운영했다. 어느 날 고양동주민센터에 2층에 방치된 10여대의 컴퓨터를 보고 시설이 아깝다는 생각에 재능기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학원 수업이 없는 오전 시간에 주민들에게 무료로 컴퓨터 교육을 시작한 것이다. 벌써 20여년 전 일이다. 이 일이 계기가 돼 주민자치위원회 일에 참여했고, 두 차례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주민자치회 전환 후 초대 회장에 추대됐다. 지 회장은 "고양동은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원석같은 마을"이라며 "주민들 스스로 잘 다듬으면 값진 보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넘어 주민자치 시대로" 연재기사]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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